[이로문 칼럼] 계란서 동물의약품 검출로 납품 못했을 때 책임은?

  • 등록 2022.09.12 13: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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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지난 5월 특정 회사의 배합사료와 기초사료를 먹은 양계농가의 닭들이 난소협착증에 걸려 산란율(産卵率)이 현저하게 떨어진 경우에 양계농가는 사료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기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 원고가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를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면서 피고 주식회사가 제조하는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 엔로트릴을 닭에게 투약하였는데,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어 납품하지 못하자,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13289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원고는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납품하는 양계업자이고, 피고는 동물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피고가 제조하는 엔로트릴은 엔로플록사신(Enrofloxacin, 플루오로퀴놀론계 항균제)을 주된 성분으로 하는 동물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엔로플록사신의 잔류허용기준을 닭의 근육과 지방에서 0.1mg/kg 이하, 간에서 0.2mg/kg 이하, 신장에서 0.3mg/kg 이하로 정하고, 계란에서는 잔류를 허용하지 않는다. 


원고는 평사(평사) 형태의 축사 두 동을 설치하고 산란계를 사육하는데, 2012. 3. 16.경 제1동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여놓고 2012. 3. 21.경부터 2012. 4. 30.경까지 엔로트릴을 구입하여 제1동 축사의 닭에게 투약하였다. 


또한 2012. 7. 20.경 제2동 축사에 새로운 닭을 들여놓고 2012. 7. 30.경부터 2012. 9. 4.경까지 엔로트릴을 구입하여 제2동 축사의 닭에게 투약하였다. 원고는 2013. 3. 11. 계란을 납품하는 ○○○ 생활협동조합으로부터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2013. 3. 12.부터 계란을 납품하지 못하였다. 


원고는 닭이 계분(계분) 섭취로 엔로플록사신이 체내에 잔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고 계분을 치운 다음 엔로플록사신 검사를 하자 더 이상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2013. 5. 1.부터 계란을 다시 납품할 수 있었다. 


원고는 여러 차례 피고에게 검출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평사에서 사육하는 닭에게 엔로트릴을 먹이지 말라.’는 취지의 문구를 넣어 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피고는 응하지 않았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7다213289 판결). 이 사례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제조물책임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고는 피고에게 왜 제조물책임을 물었을까?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엔로트릴에 ‘평사형 축사에서 사육되는 닭들의 경우 계분 등을 통하여 휴약기간인 12일이 지나도 엔로플록사신이 잔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표시상의 결함에 해당하고, 원고가 납품한 계란에서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된 것은 위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것인바, 피고 회사는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원고가 주장하는 제조물책임을 인정했다. 즉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위 사안은 동물의약품을 닭에 투입함으로서 닭 자체에 발생한 손해는 민법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닭이 아닌 납품을 하지 못하는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례이다. 다음 기고에서는 제조물책임을 물은 구체적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푸드투데이 이로문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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