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FTA 확대 등으로 수입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멜라민 파동, 잔류 농약이 허용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하는 인도산 건고추, 곰팡이가 핀 중국산 건고추, 중금속이 함유된 수입 농산물 등 불량 또는 위해한 수입식품으로 국민의 불안감 역시 커져가고 있다.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입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70%가 수입식품에 대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이 시점에서 수입식품의 관리체계에 대한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수입업자가 양심에 따라 양질의 식품을 수입하는 것이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 안전한 식품을 수입하고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해식품 관리강화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식약청과 관세청에 권고한 내용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권익위가 권고한 사항 중 몇 가지만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권익위에서는 무엇보다 수입업체의 책임성 강화에 중점을 두어 등록되지 않은 수입대행업자의 수입신고 업무를 금지하고 위해식품 수입 또는 부적합 판정 전력이 있는 업체가 수입신고를 할 때 자동 정밀검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동시에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수입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유통과정의 관리에 대한 것으로 통관된 수입식품의 재고물량에 대한 정기점검, 유통관리 대상식품의 분기별 점검 및 확인 기준 설정, 식품이력추적제도의 단계적 의무화를 권고했다.
수입된 가공식품이 통관 이후 재고로 창고 등에 보관중인 경우 기획점검과 같은 단속만이 이뤄지고 정기적인 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유통기한 변조 등 위해식품 유통의 주요경로가 되고 있다. 따라 이러한 재고물량에 대해서도 정기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식품이력추적제도(traceability)를 잘 활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이력추적제도는 위해식품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원산지 관리 및 신속한 회수조치를 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하기는 했지만 제도의 운영이나 활용 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 제도는 제조-가공-판매와 같이 단계별로 이뤄지는 경우에 효과적이지만 수입식품의 경우에는 제조업체 단계에 한정되기 때문에 이력정보 관리의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단지 이력정보관리의 연계성 때문만은 아니다. 식품이력제도가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필수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사항이 너무 많아 업체의 참여율도 매주 저조한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이력추적을 해봐도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적어 사실상 이미 식품에 표기되어 있는 식품표기사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권익위는 사고 위험이 높은 식품과 이력추적관리가 쉬운 품목부터 식품이력추적제도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수입식품에 현행과 같은 식품이력추적제도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중국에서는 2012년에 수입식품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수입식품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추적하기 위해 수입식품에 대해 원산지 등을 등록하도록 하는 원산지 등의 등록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중국으로 식품을 수출하는 경우에 중국 내 위탁판매업자 및 회사 이름, 원산지, 종류 등을 등록하도록 하고 중국 내의 수입업자는 검역을 신청할 때에도 등록번호를 제출하도록 한다.
이 등록제도가 사실상의 비관세장벽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수입식품으로 인한 안전문제는 상당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식품에 대한 식품이력추적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든 아니면 전면적으로 도입하던 이 제도를 면밀히 살펴보고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
권익위의 권고는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권익위의 권고 내용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지적을 참고로 좀 더 강화된 대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