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 신관 지하 1층에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들어섰다. 점심시간에는 긴 줄을 기다리며 밥을 먹어보기도 했다.
밥을 먹으며 대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신세계가 식당까지 하네”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말하면서 공공기관들은 얼마나 이를 실천하고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날 나눈 대화에는 동반성장에 관한 핵심이 다 들어 있었다. 오늘 이 칼럼의 목적도 바로 그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대기업이 구내식당업까지 진출하여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급기야 작년에는 중소상공인들이 단체급식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정부에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이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운영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동반성장위원회는 구내식당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우선 검토대상으로 지정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86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던 181개 식당 중 74개가 대기업 소유로 전체의 41%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독점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사실 지금도 공공기관에서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나 커피숍은 한 둘이 아니다.
신세계푸드 역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잘 알고 있었을텐데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는 국회 구내식당 입점에 쉽게 응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정부가 업계 독점을 우려하여 공공기관 내 구내식당의 위탁운영을 배제한 곳이다. 선정배경에 더더욱 의문을 가지게 한다.
신세계 푸드가 운영하고 있는 국회 식당 정도이면 엄청난 기술과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운영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신세계 푸드는 왜 굳이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신세계푸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푸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유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신세계푸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는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것일까? 이 또한 아닐 것이다. 국회 입점이 혹시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신세계푸드는 작년 기획재정부가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에서 배제한 6개 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신세계푸드가 국회 내에 진입한 것을 보면 정부의 배제권고 쯤이야 우습게보고 있는 것이며, ‘동반성장’이나 ‘상생’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국회나 정부에서 ‘동반성장’을 이유로 대기업을 특정업종에서 강제적으로 배제하게 되면 대기업에서는 위헌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며, 이 문제는 결국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다. 대기업에서는 위헌시비 때문에 국회나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적극적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고는 별 대수롭지 않은 제재로 여길 것이다.
필자는 이미 두 번의 칼럼에서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제도에 의한 강제보다는 당사자간의 협의가 원칙이고 이러한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당사자간의 협의가 원칙이라고 강조한 것은 제도적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몇 대기업에게 과연 동반성장을 위한 ‘합의’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공공기관은 동반성장의 의지가 얼마나 강할까? 제도적 힘이 필요한 것일까? 권고가 통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지도 없다면 국회 및 정부에서는 더욱더 정교하게 대기업으로 하여금 동반성장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게 될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달라는 중소상공인들의 요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경제민주화란 차원에서 입법정책적 대안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생각해야 할 것은 손쉽게 돈 버는 방법이 아니라 기술개발 등을 통하여 더 많은 중소상공인들로 하여금 더 많은 돈을 벌게 하고 대기업은 그 바탕 위에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