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칼럼>농약급식, 누구의 책임인가?

  • 등록 2014.06.03 17: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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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서 농약급식이 뜨거운 감자다. 당시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정몽준 후보의 주장이다. 언론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으니 이슈화에는 100%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농약급식이란 말 자체는 매우 선정적이며, 언뜻 듣기에는 매우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약을 급식으로 줬다는 것인가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아무리 전달하기 쉽게 조어(造語)했다 하더라도 심한 것 아닌가?


학생들이 먹는 급식 재료에 농약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부정확한 근거와 과장·왜곡하여 학생들과 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있는 사실을 근거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다. 무상급식은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이번 농약급식 문제는 전혀 다르다.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쟁점화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급식에 농약잔류 식자재가 쓰였는지가 쟁점이다. 따라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약 잔류 식품자재가 공급되었으나 감사과정에서 발견되어 실제로는 급식재료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과 잔류농약 검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적정하다는 것이었다(감사보고서 32-39면 참조). 


음식재료로 쓰기 전에 걸러지고 학생들이 실제로 먹지는 않았지만 급식자재에서 농약잔류물질이 나왔다는 것, 그 정보를 유관기관과 공유하지 못한 것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는 있다. 다만 문제의 본질을 간과함으로써 오해를 야기하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선량한 농가를 고려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해 침묵하는 관련 부처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농약급식은 농민에게도 상처가 된다. 농약급식이란 표현만 가지고 본다면 마치 농민이 고의로 농약을 써서 재배한 후에 이를 속여서 급식재료로 팔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적발 당시 농가들은 자체폐기와 출하지연을 통해 잔류농약 기준 이하로 모두 통과했고 이후 공급한 농산물에서도 잔류농약이 검출되거나 적발된 적은 없다"는 발표를 보면 농민들은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묻고 싶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가 농약급식재료 제공의 주범인 것처럼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친환경농산물 농가의 상황이 어려운데 이번 논란으로 생산기반마저 붕괴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다.


농식품부에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면 뭐라도 변명을 했어야 한다. 만약 이번 사태가 사실이라면 사과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친환경 농산물 공급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엄격하다 보니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친환경 농가는 억울한 것이 당연하다.


이번 농약급식 논란의 한 축으로 식약처를 빼놓을 수 없다. 아니 식약처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도 식약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으며, 식약처에서도 이번 농약급식 논란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주기적으로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소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검사했다면 이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으로 본다.


최소한 식약처에서는 그동안 검사한 결과를 통해 학생들이 잔류농약이 검출된 식자재로 만든 급식을 먹었을 리는 없었을 것이고, 사전에 그런 가능성을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발표하는 것이 옳았다. 심각한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고, 급식이 정치쟁점화 되고 있는데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식약처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식품안전 위해 요소 척결의지를 식약처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위와 같은 논란이 있으면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다. 진실을 밝혀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관이다. 감사원에서의 감사 결과 역시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부처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나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에서야 밝히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선거의 중립성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사실관계를 밝히는 점에 있어서는 선거의 중립성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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