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는 △△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이다.
2020. 11. 27.부터 2020. 11. 28.까지 이 사건 센터에서 ‘□□□역량 개발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고 한다)가 개최되었는데,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공소외 1이 2020. 12. 3. 대구광역시 ◇◇구보건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고 한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센터 시설을 관리하던 피고인 1은, 2020. 12. 3. 상주시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담당자인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행사 기간에 이 사건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위 각 명단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고 한다)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 1은 2020. 12. 4.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상주시장의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7290 판결).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들의 행위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벌해야 할까?
위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하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요지를 소개하고 다음 기회에 원심의 판결이유를 알아보기로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제18조 제3항에서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제1호),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제2호),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제3호)를 금지하고, 제79조 제1호에서 제18조 제3항을 위반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제2조 제17호에서 “역학조사란 감염병환자 등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감염병환자 등의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과 감염병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가 발생한 경우나 감염병 여부가 불분명하나 그 발병원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발생한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하는 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하는 한편, 제18조 제1항, 제2항과 제29조에서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을 정한 다음, 제18조 제4항에서 역학조사의 내용과 시기·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의한 활동을 말하고, 여기에는 관계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의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의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항, 제2항과 제29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아울러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하는 ‘거부’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7290 판결).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는가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학조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역학조사에 대한 개념 정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