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칼럼] 약사가 호객행위를 시켰다면?

  • 등록 2022.10.31 1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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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피고인들은 서울 송파구 소재 약국 개설자들로서, 공모하여 2017. 9. 13.부터 2017. 9. 14.까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도우미들로 하여금 서울○○병원 동관 후문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하여 자신들이 속한 ○○반 약사회의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는 등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피고인들을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사례에서 원심(2심)은 피고인들이 서울○○병원 환자들에 대한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내지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즉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원심에 돌려보냈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는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과 판매질서 유지를 위하여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나 의약품의 조제·판매 제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한 사항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는 약국 개설자 등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하 ‘호객행위 등’이라 한다)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판매질서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약사법의 입법 취지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 판매자의 불건전한 영업행위 등을 제한하고자 함에 있다.

 

이와 같은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약국 개설자들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자신들이 속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를 고용하고, 그 공동의 안내도우미로 하여금 인근 병원 근처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이하 ‘비지정환자’라 한다)에게 접근하여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약국들의 호객행위 등이 지속되면서 약국들 상호 간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자, 피고인들이 속한 회원 약국들은 약국 간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로 위 안내 행위를 한 점, 위 안내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 비지정환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므로 비지정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점,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환자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위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잘못이 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도18062 판결).

 

대법원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인근 문전약국 약사들이 공동으로 도우미들을 고용하여 환자들을 자신이 정한 순번에 따라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고 편의 차량 등을 제공한 위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했지만 원심이 무죄라고 한만큼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바 원심의 무죄이유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푸드투데이 이로문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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