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은 고질적인 관행으로 굳어져버렸다.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법은 더욱 교묘하고 조직화‧다양화되고 있다.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우에 의사와 제약사를 동시에 처벌하도록 하는 쌍벌제도가 도입됐지만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국내의 대형 제약사들이 의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적발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제약사만 해도 CJ제일제당,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한미약품, 현대약품 등이며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의사 수백명에게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동아제약은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1400여개 병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전‧현직 임원이 구속‧기소됐다. 한미약품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행정처분, 건일제약과 한국오츠카제약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2011년 까지 341업체의 2만3092명의 의사와 약사가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 관행의 뿌리가 깊지만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이 약에 대한 절대적인 처방권을 가지게 된 이후 리베이트의 규모나 금액이 훨씬 커졌으며 대형 제약사도 리베이트 관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론 약사가 조제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리베이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행처럼 의사가 특정 제약회사의 특정 약이라고 하지 않고 약의 성분 명에 따라 처방하고 약사가 제약사를 선택하도록 하면 좀 나아질까? 이 역시 로비의 대상이 약사들로 바뀔 뿐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2010년에 쌍벌제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의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쌍벌제 시행 이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리베이트의 관행은 여전하다. 쌍벌제 이후에도 적발된 의사와 약사가 64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리베이트는 무엇이 문제일까?
리베이트는 관행이 아니라 범죄의 문제이다. 리베이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마치 관행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리베이트 제공은 분명한 범죄다. 리베이트가 수수되면 양 당사자 모두 징역 2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1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며, 취득한 경제적 이익은 몰수 및 추징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중에는 리베이트를 오래된 관행으로 보아 일시에 근절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영업활동이 힘들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는 리베이트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를 단순한 관행으로만 생각한다면 리베이트는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리베이트가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고 받는 의사도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 리베이트 제공은 약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기업이 자체 이익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떠나 리베이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토록 하는 것은 추악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리베이트 관행은 근절될 수 없는 것일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도 수십 년간 이 문제가 심각했지만 리베이트 관련 병원 의사들을 구속하고 의사면허를 취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명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고 나서야 리베이트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와 사법기관의 의지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단순히 벌금이나 행정처분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는 일본에서와 같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계의 자정노력 역시 중요하다. 리베이트 수수가 불법이자 범죄란 사실을 자각해야 하며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일부에서 의약계와 제약계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리베이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리베이트 근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리베이트를 장려하거나 편법 리베이트 수수를 양성할 뿐이다.
리베이트 수수의 원인을 보험 수가(酬價)에 두면서 그 적정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보험수가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국민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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