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16년까지 2005년, 2009년, 2012년, 201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AI가 발생했다. 2014~2015년에는 최장기간에 걸쳐 발생했으며, 소요된 재정만 해도 2,381억원으로 역대 최고에 달했고, 살처분 두수 역시 1,937만 수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AI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상시발생국으로 낙인찍힐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AI의 발생원인이 야생철새에 의한 것으로 뚜렷한 예방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발생한 AI는 7개 시·도 26개 시·군에서 발생해 확산일로에 있다. 살처분·매몰된 가금류만 해도 266농가에 1140만 1000수에 달한다.
2014~2015년 발생한 AI의 기록을 갱신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의 해마다 AI는 발생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AI 대처에는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현장의 AI 방역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AI 발생지 반경 500m 이내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하고 초소와 소독 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통제초소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한 농가에서는 신고를 한 지 하루가 지나도록 관계자들이 방역복도 입지 않은 채 농가를 드나들거나 방역 작업은 시작하지도 않은 경우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AI로 이동중지 명령이 떨어진 한 지역의 농가에서는 닭 배설물을 반출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되기도 했다. 페이퍼 방역도 논란이 됐다. 군청 안에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해야 하는데 서류상으로만 설치했을 뿐 실제로 운영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으며, AI가 발생한 사육농가의 3㎞ 이내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해 운영해야 하는데 이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야말로 방역의 총체적 부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과 홍보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다.
둘째, 소독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시중에 유통 중인 소독제 163개 중 27개가 소독 효과가 미비한 걸로 드러나 전량 회수 조치를 내린바 있으나, 농가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제약회사가 회수조치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회수가 안되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이러한 소독제를 계속해서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수개월 전에 약효가 없는 소독제를 파악했다면 모든 농가에서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소독제의 효과가 없는 것은 단순히 회수가 안된 소독제이기 때문일까? 전수조사에도 불구하고 사육농가는 이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약효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독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효과가 있는 소독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지침에 따라 소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AI발생으로 전국 각 지자체가 주요 길목마다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소독약을 뿌리고 있지만 2차 감염의 주된 원인이 사료, 분뇨 차량 등으로 밝혀짐에 따라 소독약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을 위한 소독제 선택과 사용요령”에는 제일 먼저 “소독하기 앞서 청소·세척은 기본입니다”라는 제목 아래 “고압분무기로 차바퀴와 차량 하부에 붙은 흙과 같은 유기물을 완전 제거 후 소독 실시”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농장으로 들어오는 차량 바퀴에 진흙과 철새의 분변이 끼어 있을 경우 이를 세척해서 떼어낸 뒤 소독약을 뿌려야 효과가 있는데 세척 단계를 거치지 않을 경우 오염물질 위에 소독약을 끼얹는 꼴이 되어 소독약과 인력, 시간만 낭비하고 효과는 못 보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농가의 선제적 차단방역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결국 효과가 떨어지는 소독만 한 것이다.
농식품부에서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그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점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AI로 소요된 재정액만 해도 6,222억원이 넘은 것을 고려한다면 비용문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는 몇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제기되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이 정도 되면 농식품부의 AI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농가나 지자체를 탓해서는 안 될 말이다.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 문제는 농식품부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AI의 주범이 철새인데 불가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