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칼럼> AI, 철새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 등록 2014.01.28 18: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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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AI는 전남, 충남, 충북, 경기, 경남 등에서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I로 인해 오리와 닭을 키우는 농가의 피해가 점점 더 커가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농가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설이 다가오면서 명절 특수를 누려야 하는 시기인데 특수는커녕 손해만 쌓여가고 방역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명절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AI가 확산되지는 않을까 농가의 고심도 깊어만 간다. AI의 원인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단지 철새로 추정할 뿐이다.
 
요즘 “철새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AI가 철새로부터 유입되었다는 정부의 강한 추정 때문에 나온 말이다. 철새가 원인이라면 철새는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 가해자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철새는 억울한 피해자가 된다. 사실 이 말은 AI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질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더 나가면 철새를 빌미로 AI 확산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원인의 규명은 매우 중요하다.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대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의 감염경로는 철새 이외에도 열악한 가축 사육 환경으로 인한 면역력 결핍, 여행객 등을 통한 외국으로부터의 유입 등이 있다.

철새가 주범이라면 철새의 이동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방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서 아무리 예찰과 방역을 강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며,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 역시 수위가 낮아진다. 물론 이동경로에 있는 농장에 대해 사전방역을 하고, 매일 방역을 한다면 설사 AI가 발생하더라도 광범위한 확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해볼 수 있다.
  
만약 원인이 철새로 인한 것이 아니고 사육환경으로 인한 것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방역을 통해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은 그만큼 가중된다. 
    
일찍부터 철새를 지목했다면 그에 대한 대책 역시 철새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야 했다. 금강호에서 AI로 의심되는 가창오리가 발견되어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도 방역대를 설치하지는 않았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부검소견으로는 80% 정도 고병원성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철새를 의심한 만큼 방역대 설치를 했다면 지금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철새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선제적 방역이 중요한데도 확진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야생철새에 의한 AI 발생가능성은 항상 강조되어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네 차례의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당시에도 ‘역학조사위원회’의 최종결론에서 ‘철새’를 가장 유력한 발생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철새로 인한 감염에 중점을 두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결국 정부는 AI의 주범이 철새라고 하면서 대응방향은 엉뚱한 쪽으로 향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찍부터 닭에게 감염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닭에게도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에서는 아직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대책 역시 이러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선제적 방역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AI가 발생하고 때늦은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피해가 더 적은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비록 원인은 자연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그에 대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를 확산시켰다면 그것은 분명 인재(人災)라고 보아야 한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철새가 주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매년 철새가 주범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대응 역시 그에 적합한 수준이어야 한다.
 
이제 설 연휴가 시작된다. AI 방역으로 인해 설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 연휴가 가장 고비라는 생각으로 방역 및 소득 작업에 협조함으로써 이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를 바랄뿐이다.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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