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칼럼]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의 보호의무

  • 등록 2022.07.25 17: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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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갑은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다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 오다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인 을로부터 핵산을 가공하여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

 

을은 갑에게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면서 설명할 당시부터 “핵산을 먹고 면역력이 올라가면 반드시 호전반응이 나온다.”고 말하였다.

 

갑이 이 제품을 섭취한 후 한기(寒氣)와 서혜부(鼠蹊部)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여 갑이 이에 대해 문의하자, 을은 “호전반응의 시작인데 반응이 있다는 건 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잘 견뎌주세요.”라면서 오한과 몸살이 호전반응이라고 설명한 메시지를 보냈고, 이와 함께 글의 저자가 의사임을 명시하여 ‘병을 부추기는 과잉치료’라는 제목의 글을 갑에게 보냈다.

 

갑은 2018. 4. 6.경 혼자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다리에 수포가 생긴 후 커지다가 터져 진물이 흘러나오는 상황에 처하였다.

 

갑이 을에게 위 증상에 대해 문의하자 을은 ‘수포와 호전반응’,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증을 반가워하라.”는 등의 글을 갑에게 보내 호전반응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 제품이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글의 저자가 의사임을 명시하여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갑은 병원에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으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대해 “독소가 빠지느라 그런다. 더 버티겠다.”며 을로부터 들은 것과 동일한 이유를 내세워 병원에 가지 않았다.

 

한편 갑은 1인 기준 한 달 용량인 이 제품 1박스를 2018. 3. 22. 최초 구매한 후 2018. 4. 9.까지 18일 동안 4박스를 더 구매하였고, 갑은 기준보다 많은 양을 계속해서 섭취하였다.

 

갑은 2018. 4. 10. 12:17경 119 구급대원에 의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13:15경 괴사성근막염, 급성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괴사성근막염은 피하조직과 그 하방의 근막을 급속히 침범하는 감염병으로 즉각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매우 높고, 급성신우신염은 신장에 세균감염이 발생한 질병으로 이 또한 빨리 수술과 항생제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갑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는 “괴사성근막염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진단·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나 건강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다.

 

갑의 상속인이 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에 상속인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에는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 의학적 사항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이 이를 바탕으로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것과 같이 비합리적인 판단에 이르지 않도록 고객을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 특히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를 맹신하여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고객의 상황에 비추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11089 판결). 상속인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인 을이 갑에게 발생한 위험한 증상을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그에 대한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면서 소외인에게 계속 이 사건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로서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갑이 괴사성근막염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진단·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을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갑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을은 갑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러나 을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을과 그 사용자인 주식회사 핵산바이오는 연대하여 상속인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다211089 판결).

푸드투데이 이로문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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