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칼럼] 건강기능식품 원료 분말도 건강기능식품

  • 등록 2022.08.08 09: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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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법학박사·법률행정공감행정사

A주식회사는 건강기능식품 수입업신고를 마치고 인도에서 차전자피(질경이 씨앗의 껍질로서 식품에 해당)를 수입한 다음 건강기능식품전문제조업 허가를 받은 B주식회사에 분쇄를 위탁하였다.

 

B주식회사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차전자피 분말을 원료성 제품으로 하여 건강기능식품 품목제조신고를 한 후 A가 수입한 차전자피를 분쇄하는 방법으로 차전자피 분말을 만들어 이를 20kg 단위로 포장하였다. A는 B가 제조한 차전자피 분말을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제약회사, 도매업체에 판매하였고, B는 A의 납품 지시에 따라 차전자피 분말을 배송하였다.

 

이 차전자피 분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가 정하고 있는 차전자피 식이섬유를 원료로 하는 원료성 제품 및 최종제품으로서의 규격과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

 

소비자는 제조된 차전자피 분말 자체를 일정량 이상 섭취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과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차전자피 분말의 포장지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와 건강기능식품임을 나타내는 도안(마크)을 표시하였고, 아울러 차전자피 분말이 원료성 제품이고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취지를 기재하였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6도16555 판결). 만일 A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영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A를 영업신고 미신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사안에 대해 판례는 건강기능식품과 그 영업에 관한 관계 법령과 고시의 규정 내용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료성 제품인 차전자피 분말을 판매하는 영업을 하려는 경우에도 건강기능식품판매업 영업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6도16555 판결).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그 품질을 향상한다는 건강기능식품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제조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하여 행정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따라서 최종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원료성 제품에 대하여도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건강기능식품법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 확보 및 품질관리와 유통질서 유지 및 국민 보건의 증진을 위하여 건강기능식품을 제조·가공·수입·판매하는 자(이하 ‘영업자’라고 한다)에게 부과하는 준수사항인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고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관리할 의무, ‘유통기간이 지난 경우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 등의 대상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에 최종제품만을 포함시키고 원료성 제품을 제외할 근거가 없다.

 

셋째, 건강기능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자가 원료성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품목제조신고를 하여야 한다. 행정청이 제조업 허가와 품목제조신고를 통하여 원료성 제품의 제조 단계에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이상, 그 이후 원료성 제품의 유통 및 판매 단계에서도 관리·감독을 할 수 있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원료성 제품을 식품으로만 취급하여 식품위생법에 따라 규제할 수도 있으나, 식품위생법이 식품판매업자에게 부과하는 규제의 내용과 정도는 건강기능식품법이 건강기능식품판매업자에게 부과하는 규제에 비하여 약하다. 원료성 제품의 판매자에 대하여도 건강기능식품법상의 영업자 준수사항과 기준·규격 위반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등의 금지의무 등을 부과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차전자피분말은 차전자피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에 불과하고,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 수입업 신고를 마친 A가 이를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등에 공급하는 것은 수입업자의 영업범위 내에 당연히 포함되는 영업활동으로서 별도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신고를 요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16. 9. 28. 선고 2016노585 판결) 법원은 원료도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으며 분말이 건강기능식품이라면 별도의 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푸드투데이 이로문 칼럼니스트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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