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에 따르면 한해 수입되는 GMO 가공식품은 약 10,300톤 정도라고 한다. 그 종류만 해도 건강기능식품에서부터 시작하여 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8월 14일 경실련은 소비자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위해 식약처에 GMO 가공식품 수입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GMO 수입현황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 칼럼에서도 GMO 옥수수 및 대두는 한 해 약 190만톤 정도가 수입되고 있으나 누가 얼마나 수입하고 얼마나 소비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보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지적하고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국민의 알 권리과 건강권을 더욱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개인적으로도 식약처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데 식약처의 공개 거부를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GMO 가공식품은 정말 기업의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설사 영업비밀이라고 한다면 기업의 영업비밀과 국민의 건강권 가운데 무엇이 우선일까?
먼저 GMO 가공식품의 수입현황이 과연 영업비밀이라고 볼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일반적으로 영업비밀(trade secret)이란 비즈니스에 사용되는 지적 생산품으로 기업의 지식재상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업목적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비밀로 취급한다.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1)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2)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3)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여야 한다.
과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지 따져보자.
먼저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사항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3% 미만인 경우와 같이 몇 가지 예외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GMO 표기를 하도록 되어 있다. 3% 미만이라도 수출국을 보면 GMO를 사용한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 미만이라고 하여 비밀로 유지될만한 생산방법이나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 때문이 아니다.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GMO 자체를 사용하는 것인데 여기에 노력이 필요하다면 웃지 못 할 노릇이다. GMO를 어느 정도나 사용하고, 어떠한 효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문제도 아닌데 영업비밀을 근거로 들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식약처는 GMO가 인체에 어떠한 유해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100%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경실련과 필자가 확신하는 것과는 달리 GMO 사용여부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하자. 식약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누구나 다 국민의 건강권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사회 일반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따져보자. 국민의 건강권과 기업의 재산권 모두 헌법이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동등한 기본권은 아니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하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치가 더 큰 기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 바로 국민의 건강권이다.
미국의 법언(法諺) 가운데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말이 있다. 서로 상반되는 규범의 충돌이 있을 경우 국가의 형식적 권위를 주장하기에 앞서 개인의 기본 인권보장을 보다 배려해야 하는 것을 뜻이다. 이 법언이 형사소송법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약처는 누구의 측에서 판단해야 하나? 답은 분명해졌다.
식약처가 계속해 공개를 거부한다면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식약처는 국민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식약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