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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기자의 디테일 한 스푼] 펄세스의 꼼수, 제로윗 스테비아 커피믹스의 두얼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 식품업계를 강타한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열풍이 커피 시장에도 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백질을 함유한 단백질 커피도 출시가 됐는데요. 


의미있는 실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 소매POS 시장분석 자료에 따르면 동서 '맥심', 남양유업 '프렌치 카페믹스' 등은 역성장 하고 있는 반면, 펄세스 '스테비아 커피'는 가장 큰 성장 폭을 기록했습니다. 펄세스 스테비아 커피의 2024년 상반기 매출은 16억64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64% 증가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건강한 행동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가 반영된 결과로 보여집니다.

 

이들 제품들은 스테비아 성분이 첨가돼 일반 커피보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단백질까지 첨가돼 일상 속에서 편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고 광고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직접 제품을 살펴봤습니다.


펄세스 '제로윗 단백질 스테비아 커피믹스'는 ‘당제로도 맛이 있어야 한다’는 콘셉트에 따라 개발됐는데요. 당류는 없애고 꼭 필요한 단백질은 더했다고 강조합니다. 

 


제로윗 단백질 스테비아 커피믹스의 원재료 살펴보겠습니다. '물엿', '에리스리톨', '효소처리스테비아', '아세설팜칼륨' 등 성분이 눈에 띕니다.


에리스리톨과 스테비아는 설탕을 대체하는 저칼로리 감미료로 함께 사용돼 단맛을 강화합니다. 에리스톨은 설탕 대비 약 60~80%의 단맛을 내고 칼로리는 거의 없습니다.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200~300배 강한 단맛을 냅니다. 칼로리는 거의 없죠. 두 성분 다 혈당 수치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스테비아의 쓴맛을 완화하기 위해 에리스리톨을 함께 씁니다. 


문제는 물엿인데요. 물엿은 전분을 가수분해해 얻은 당류로, 칼로리는 설탕보다 낮지만 혈당은 더 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엿은 주로 포도당과 말토스 등 단순당으로 이뤄져 있어 소화 과정에서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것이죠.

 


이 제품 영양정보를 살펴보면 '당류 0g, 0%'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현행법상 영양성분 표시에서의 당류는 탄수화물 중에서 단당류와 이당류를 당류로 구분합니다. 포도당 같은 혈당 올리는 당류는 포함이 안된 수치로, 영양성분표 상의 당류가 0g이여도 실제는 아닐 수 있는 것이죠.


영양성분표에서 당질의 양을 계산해야 합니다. 당질은 포도당으로 구성돼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을 분비해 과잉 섭취시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일으킵니다. 때문에 당류뿐만 아니라 전분을 포함한 당질의 총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와 혈당을 올리지 않는 감미료를 빼면 당질의 양을 알 수 있어요.


제로윗 단백질 스테비아 커피믹스의 당질의 양을 계산해 보면 당류는 0g인데, 실제 혈당을 올리는 탄수화물은 4.5g입니다. 제품 중 47%가 혈당 올리는 탄수화물 이네요. 회사 측이 광고하는 대로 진짜 스테비아류 제품이라면 0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저당용이지 제로는 아닌듯.


그래 놓고 가격은 비쌉니다. 펄세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3만원(30개입). 19% 할인가로 25,900원입니다. 동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200개입 제품이 대형마트에서 29,330원에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입니다.


이같은 업체들의 꼼수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동을 걸었는데요. 2026년 1월 1일부터는 당류 대신 감미료를 사용한 식품에 ‘제로슈거’, ‘무당’, ‘무가당’ 등의 강조표시를 하는 경우 ‘감미료 함유’ 표시와 열량 정보를 해당 강조표시 주위에 함께 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제로슈거'라고만 표시가 됐다면 2026년 1월 1일부터는 '제로슈거(감미료 함유, 000kcal) 등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시행까지 1년여 앞두고 있다는 점, 산업 트렌드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규제 공백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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