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돼지고기의 무관세 수입을 재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에도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무관세 적용했으나 소비자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2월 말까지 4만 5000톤의 물량을 무관세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에 국내 축산농가가 물가안정 효과 없는 무관세 남발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수입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들여오겠다는 것은 물가를 이유로 농업기반을 파괴하는 몰상식한 행위"라며 "정부는 잘못된 수입 농축산물 장려책인 할당관세 무관세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0일 열린 제22회 국무회의에서 6월초부터 돼지고기, 고등어 등 7개 농·축·수산물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할당관세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주요 대상은 대중적 먹거리인 돼지고기, 고등어, 설탕, 원당, 조주정 등 7개다. 해당 품목은 이달부터 할당관세를 적용 받는다. 돼지고기는 단기 수급붕안 완화 및 소비자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 4만 5000톤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무관세의 배경은 물가 불안 품목의 관세율을 인하해 물가안정 및 물가상승 압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농업기반을 파괴하는 몰상식한 행위라고 축산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돼지고기 재고량은 연중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3월 현재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량은 5만 3072톤으로 지난해 8월 저점 2만 3624톤 대비 125% 증가했으며, 수입산 재고량은 3월 현재 7만 5346톤로 전년 수입량 33만 3000톤의 22.6%나 되는 물량이 보관중이다.
협의회는 "인건비, 에너지비, 원부재료 가격 모두 오르는 상황에 돼지고기만 관세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라며 "작년에도 무관세를 적용했으나 소비자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은 실패한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돼지고기 재고량은 연중 최고치에 달하고 있어 결국 추가적으로 들여오는 수입물량은 수입육 시장만 확대하고 한돈가격만 하락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료값 등 경영비 급등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우의 경우 1마리당 67만원을 손실보고 있으며, 육우의 경우 139만원을 손실보고 있다. 돼지 또한 사료값이 전년대비 20.6%나 상승하며, 비육돈의 순수익이 16.6%나 줄며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협의회는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계절적 요인과 구제역 이동제한으로 인한 일시적 가격상승이 있었지만 전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추석 이후 돈가는 하락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시점에 수입 무관세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국내 돼지고기 폭락으로 인한 한돈 농가의 손실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농축산물 무관세는 국내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말 신중하고 충분히 고려해야 함에도 물가안정 효과도 미비한 무관세를 남발해 국내 농축산물 기반이 한번 무너진다면 다시금 일어나기 어렵다"며 "정부는 잘못된 수입 농축산물 장려책인 할당관세 무관세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중단해 생업을 포기하고 분노로 가득한 축산농가들을 마주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