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방영됐던 ‘KBS 소비자고발’은 수급 조절을 위해 긴급 수입해온 중국산 고추에 곰팡이 등이 발견되는 등 품질에 상당히 큰 문제가 있음을 밝혀 논란이 됐다.
이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aT가 ‘방송 내용이 과정되었다’며 주장하기 위해 제작한 ‘TRQ 수입 건고추의 실상과 대책 보고’ 라는 자료 등을 무색하게 만드는 감사원 자료가 나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12일 aT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분석 자료에 의하면 ‘aT가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2년 1월 사이에 수입한 중국산 건고추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입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T 관계자들은 중국산 고추를 9월 국내 수입 전에 실시한 중국 현지의 선적(船積) 전 검사 과정에서 1차 검사의 경우 모두 248톤의 검품 신청을 받아 155톤을 검사하던 중 적합 판정을 받은 물량이 48톤에 불과해 검사 예정이던 나머지 93톤은 검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aT는 수급안정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107톤 중 80톤을 적합 판정을 받은 48톤과 함께 선적하도록 지시해 모두 128톤이 국내 수입했다. 이 물량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위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반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aT는 비축기지로 운반해 실시한 입고검사에서 정상품으로 판정하고 정상품으로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 3, 9차 검품 물량 352톤은 aT 창고 입고 검사에서조차 규격미달로 판정됐음에도 그대로 입고시켰고, 특히 2차 검품 물량 120톤은 품위가 나빴는데도 본사 직원들이 협의, 적합 판정해 산적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선적 전 품위 검사자가 적합 판정을 내려 수입했으나 비축기지 입고 검사에서 규격미달로 판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 3차 검품 물량 128톤은 ‘선적 전 품위검사 시 곰팡이가 고추 겉면에까지 번져있어 부적합 판정한 물량과 동일한 창고에 보관돼 있던 고추’를 육안으로 겉면만 검사해 적합 판정한 물량으로 드러났다. 이 물량은 공사 입고검사에서 곰팡이 등이 17.8%나 확인됐지만, 수입대행업체의 항의에 따라 재검사해 곰팡이 등의 결점을 7.9%로 재판정하고 7.9%에 대한 구상금만을 청구하는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당시 고추 수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유통업체 사장 장모씨가 aT의 전 직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대표로 있는 OO유통과 주소, 전화번호, 팩스 번호가 같은, 연관 의심 업체가 7곳이나 되고, 이 업체들이 09년부터 11년까지 거의 모든 고추 수입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만 한 해에만 이 회사들을 통해 수입된 고추는 총 5,415톤에 금액만 1,500만 불이 넘는다. 장씨가 챙긴 중계 수수료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모종의 특혜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2011년 1월에 수입된 중국산 양파 500톤 중 약 12.5%(기준치 7.5%)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양파가 냉해, 짓무름 및 곰팡이 등으로 인해 부패·변질돼 구매하기 부적합하고 상품성도 없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양파 역시 방치되는 과정에서 불량 비율이 43%까지 됐지만, 시중에 유통됐고 일부는 반품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태경 의원은 “앞으로도 농산물의 가격 급등이 예상될 때 해외에서 부득이하게 긴급 수입해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때 조금만 시기를 놓치면 aT가 물가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더 급하게 수입해 올 수 밖에 없어 불량 농산물이 수입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aT와 검역 당국이 긴급한 상황일수록 수입 농식품 안전에 더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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