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공무원 10명 중 8명이 퇴직 후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업무관련성이 있어도 '특별 사유'로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해충돌, 취업시장 공정성 저해, 관경유착 등을 막기 위해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를 명문화하고 취업승인 예외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림부·해수부 등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취업제한심사 및 취업승인심사를 받은 농림부·해수부 퇴직공직자 125명을 대상으로 경실련이 재취업한 퇴직공직자의 이름·퇴직 전 부서·재취업 임기·주요 경력·재취업 임기동안의 주요 변동사항 등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부 및 해수부의 재취업 승인율은 평균 80.0%로, 전체 취업심사 대상 125건 중 100건(80.0%)이 취업가능 및 승인 결정을 받았다. 농식품부가 89.1%로 해수부 72.9%에 비해 취업 승인율이 높았다.
취업승인 심사를 받은 23명은 업무관련성이 있음에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중 총 37개의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중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21회, 56.8%)',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기관에서 처리한 업무의 성격과 비중 및 처리 빈도와 취업하려는 회사의 담당 업무 성격을 고려할 때, 취업 후 영향력 행사가 작은 경우(5회, 13.5%),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5회, 13.5%)' 순으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됐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10명 중에 8명 꼴로 재취업에 성공했고 이러한 재취업 승인 성공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시행령에 있는 예외 사항 등 법의 허점을 이용했다"며 "특별한 사유는 업무관련성이 있어 재취업 승인을 제한해야 함에도 예외사항을 만들어 재취업을 시켜주기 위한 특혜조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정 자체도 상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 특별한 사유를 폐지 또는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피아·관피아 재취업의 주요 특징은 ▲조직 신설 후 재취업, ▲같은 자리 계속 지원, ▲관리·감독 대상 민간투자회사 재취업,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 ▲관행적인 유관기관 및 협회·산하단체 재취업, ▲민관 유착에 의한 민간기업 재취업 등이다.
해수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해외수산협력센터는 2017년 2월 해수부 소관 한국원양산업협회 부설기구로 신설됐다. 해외수산협력센터장은 운영기관의 장이 해수부의 협의해 임명하는 자리다.
해수부 기술 4급은 관리.감독 대상인 민간투자회사 부산신항만의 감사로 2017년 7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재취업했다.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 사례도 있었다. 농식품부는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마사회의 임원 자리를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 또한 항만공사 등 산하공공기관 자리의 대표 등 임원자리에 단골 재취업을 하고 있다.
관련 민간기업의 대표이사와 감사 등 주요 자리에 재취업하고 있어 민관 유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호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관련 유관기관에 재취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의 실태와 농어민의 소득, 식량 자급률 실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관경 유착을 통해서 이분들이 정부 지원과 예산 사업을 확보하는 데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업체를 위한 방패막이 역할은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실련은 관피아 근절방안으로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승인 예외사유 구체화, ▲취업심사 대상기관 규모 재정비,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기간 확대,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등을 제시했다.
임영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은 "농업 정책이 농민과 국민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특히나 그 속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 공무원들과 해당 이해관계 단체들 사이의 관계가 유착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소비자한테 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관련 규정을 좀 더 구체화.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