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인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인체감염 대응용과 조류 대응용을 모두 통틀어 단 1건의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농해수위 김우남 위원장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해외에서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람은 올해 9월 9일 기준으로 1524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726명이다.
이를 고병원성 AI의 유형으로 나눠 살펴보면 우선 H5N1형에 감염된 사람은 844명이고 사망자는 449명이며 주요발생국으로는 이집트,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이다.
H5N1형은 국내에서도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닭 등 조류에서 유행했다.
H5N6형은 3명이 감염돼 2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중국에서 발생했고 H7N9형은 677명이 감염돼 275명이 사망했는데 감염자 중 670명이 중국인이다.
이처럼 고병원성 AI가 인접국인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발생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여행객이나 조류에 의해 고병원성 AI에 의한 인체감염이 이뤄질 수 있지만 국내의 백신개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질병관리본부가 김 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H5N1형의 경우는 임상 실험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품목 허가 등을 받은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인체에 대한 고병원성 AI의 감염은 그 시초가 닭, 오리 등의 조류이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사육되는 가축 조류에 대한 방역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가축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양성건수는 470건이며 이로 인해 살 처분된 가축 조류는 모두 2559만 9000마리로 이에 대한 살처분 지원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716억원이다.
2010년에서 2011년까지 발생했던 AI 유형은 H5N1형이었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3차에 걸쳐 발생한 AI 유형은 H5N8형이다.
특히 지난 6월 발생이 멈춘 것으로 알려졌던 고병원성 AI가 9월에 다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충남대 서상희 교수는 "이러한 AI는 어느 순간 일시에 확산되는 대유행의 위험을 갖고 있고 조류에서의 대규모 확산은 인체 감염의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조류에 대한 고병원성 AI 백신 역시 아직까지 단 1건의 제품화도 이뤄지지 않았고 국내에서 최근 발생한 2가지 유형에 대한 백신후보주를 선발한 수준이다.
하지만 선발된 백신후보주를 긴급백신으로 사용하려해도 최소한 1~2개월이 걸린다는 것이 검역검사본부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우남 위원장은 "조류에 대해 살처분 대신에 백신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긴급 시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어야한다"며 "특히 항원뱅크 구축으로 필요 시 백신접종이 즉시 가능하도록 준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전염병은 국민생명까지 빼앗는 국가재난"이라며 "인체감염 대응용과 조류 대응용 백신개발 모두에 대폭적인 예산 확대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