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을 사회 4대 악의 하나로 지정할 정도로 식품 안전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쌀, 장류, 두부 등 다양한 음식들은 안전할까?
넓고 깨끗한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화려한 포장을 뒤집어 쓴채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그 속에는 식품업체들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품에는 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GMO 원료를 사용시 제품에 성분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식품 원료함량 5순위 이내에만 포함되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식품업체들이 GMO표시제의 허점을 이용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할 할때까지 소비자의 알 권리는 철저히 무시돼 왔던 것이다.
올해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손민아씨(35.가명.서울시 동작구)는 초등학교 1학년과 20개월 두 아이를 둔 엄마다. 그녀는 장을 볼 때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한다. 내 아이들에게 몸에 좋고 안전한 음식을 먹이고 싶기 때문이다.
푸드투데이 취재진은 그녀와 함께 국산 제품으로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마트에 갔다.
된장찌개의 주재료인 된장을 사기 위해 장류코너에서 발을 멈췄다. 종류가 수 십 가지가 된다. GMO-Free표시 제품은 거의 찾기 힘들고 국내산 콩으로 만든 된장을 사려해도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쉽게 구별이 안된다. 수입산 대두를 이용해 만든 된장도 '재래식' '옛날식' 등 문구가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국산콩 된장을 찾아도 가격이 비싸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수입산 대두를 이용한 CJ 해찬들, 대상 청정원 제품의 경우 3Kg에 1만2000원대면 구매가 가능하지만 국산콩 된장은 850g에 9000원대다. 수입산 대두를 이용한 제품에는 대두는 수입산, 소맥분 밀은 미국, 호주산 등이라고 표시돼 있다. 수입산이라 GMO가 걱정은 되지만 안그래도 얇아진 지갑에 국산콩 제품에 쉽사리 손이 가질 않는다.
두부를 사기위해 신선코너를 둘러봤다. 두부 또한 다양한 종류와 가격에 수입산과 국산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산 콩'을 강조하며 판매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대상청정원, 풀무원 제품은 380g에 3500원선이다.
'대두100%수입산' CJ제일제당과 대상청정원 제품은 340g에 1200원선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작은 글씨로 흐리게 적혀있는 '대두 수입산'이라는 문구는 왠만큼 꼼꼼한 주부가 아니면 살펴보기 쉽지 않다.
20개월 딸 아이의 간식으로 고른 두유도 국내산 콩으로 이용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베지밀'로 대표되는 정식품 '베지밀 인펀트·토들러'제품과 남양유업 '명품 아기랑 콩이랑'은 수입한 대두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제품은 어디서 수입했는지는 표시하고 있지 않았다.
국산콩을 이용한 제품은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첫두유 국산콩'이 유일했다.
그녀는 아이가 먹는 거라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였다. 정식품과 남양유업 대두는 어디서 수입했는지 표시되고 있지 않아 매일유업 앱솔루트 첫두유 국산콩 제품을 골랐다.
더욱이 몇 년전 유아용 두유에 GMO성분이 검출 됐었다는 언론보도가 더 찜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날 GMO-Free제품을 단 한개도 구매하지 못했다. GMO-Free표시 제품이 없었을 뿐 더라 국내산 재료 사용 제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표한 '2012년 GMO 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에 수입된 식용.농업용 유전자변형생물체는 2878건, 약 784만톤, 26.7억 달러 규모로 2011년과 거의 비슷하다.
작물별로는 옥수수와 대두, 면실류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캐놀라 등이 소량 수입됐다.
수입물량의 약 36%를 미국에서 수입(약 10억 달러)했으며 그 뒤를 이어 약 32%를 브라질(약 8.4억 달러)에서, 약 15%를 아르헨티나(약 3.6억 달러)에서 수입했다. 기타 수입국가로는 호주, 파라과이, 필리핀 등이다.
이 중 식용으로 수입승인된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전체의 24%인 약 192만톤(88건)이었으며 작물별로는 옥수수와 대두가 수입됐다.
우리나라의 콩과 옥수수 자급률이 10%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콩.옥수수 제품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O대두나 GMO옥수수로 만든 식용유와 간장, 다시다, 두유, 아이스크림, 제과류 등 이미 국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제품에는 왜 GMO식품이란 표시가 없을까?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원료나 첨가물로 사용하면 제품에 성분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GMO농산물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이라도 GMO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할 경우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간장, 콩기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유전자변형 성분검사는 DNA나 단백질 성분을 이용해 검사를 하는데 식용유의 경우 그 성분이 100% 유지성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유전자변형성분 검사를 해도 검출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식품업체가 고추장, 된장, 두부는 GMO 표시대상이기 때문에 GMO가 아닌 콩을 쓰고 간장과 식용유는 표시대상이 아니기에 값싼 GMO 콩을 쓴다며 식품업체의 얇팍한 상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 GMO가 식품 원료함량 5순위 이내에만 포함되지 않거나 비의도적 혼입치가 3%미만이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과자 속에 주재료 함량 순위가 밀가루, 마가린, 설탕, 콩가루, 우유, GMO콩가루 라면 GMO콩가루는 6번째로 들어있기 때문에 유전자재조합 표시가 생략가능하다.
때문에 GMO농산물을 원재료로 한 상당수의 GMO식품들은 표시의무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학계 관계자는 "원료 함량 5순위에 들지 않아도 전체 원료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GMO원료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현 제도를 개선해 전체 원료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표시제를 도입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EU 등이다. 미국은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EU는 GM원료를 사용한 모든 식품에 표시를 하고 있다. 재배, 보관, 유통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GM물질이 섞이는 '비의도적 혼입치' 비율도 0.9% 이내로 엄격하다. 반면 일본은 비의도적 혼입치가 5%, 우리나라는 3%다.
그러나 그동안 의무표시제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미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나라에서 GMO 표시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시에서 GMO 의무료시제를 위한 입법화가 진행되었으나 법안 의회통과 무산과 주민투표 부결 등의 이유로 GMO 표시제 도임이 무산됐다.
인도는 '도량법(Legal Meterology Rules)'개정을 통해 2013년부터 GM성분이 함유된 모든 제품의 포장에 GM표시 의무화를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필리핀과 파키스탄 역시 표시제 도입을 위해 세부사항을 검토하기로 했다.
케냐는 GMO를 포함하고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 표시를 하도록 하는 GMO 표시제 규정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수입, 생산, 이용하려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위해성 심사와 수입검사 절차를 명확히 하고 생산 공정 중에 이용되는 유전자변형미생물에 대한 안전관리 절차의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2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3년 12월 12일부터 발효된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과자 55개 제품과 두부 30개 제품, 두유 50개 제품에 대한 GMO 표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8일 공개했다.
해당업체는 과자는 농심, 롯데제과, 빙그레,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두부는 CJ제일제당, 대상FNF 두유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정식품, 삼육식품이다.
조사 제품 모두가 원재료로 대두 또는 옥수수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 중 80%에 해당하는 108개 제품이 수입산 대두 또는 옥수수로 생산됐지만 GMO 관련 표시가 되어있는 제품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제품은 정확한 원산지가 표시되고 있지 않았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해 해당 제품의 생산업체를 상대로 제품에 포함된 원재료인 수입산 대두와 옥수수에 대한 GMO 여부와 원산지 확인을 요청하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GMO식품 표시 확대에 대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