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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백종원 골목식당, 그 후...금악은 지금 ‘썰렁합니다’

광관객도, 가게도 사라진 거리...실패한 상생실험
6차산업 공공자원은 사라지고, 더본코리아만 남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때 도민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났죠. 지금은 너무 조용합니다."

 

제주도 제주시 한경읍 금악리 마을에 들어서자 한 상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21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관광자원이 없는 마을에 스토리를 넣어서 관광객을 오게 만들자는 취지로 경쟁을 거쳐 4개의 가게가 야심차게 금악리에 자리를 잡았다.

 

 

양돈장 밀집 지역인 금악리를 외식 관광지로 바꾸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던 이 거리는 불과 3년여 만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제주 흑돼지를 기반으로 한 시그니처 푸드, 트렌디한 가게, SNS에 어울리는 감성 외관까지. '지역 살리기'의 실험장으로 포장됐던 이 거리를 지난 22일 찾았다.

 

“문 닫은 집이 많아요”…사라진 타코와 꿀봉

 

거리 초입에서 눈에 띄는 흑돼지강정 전문점 ‘꿀봉’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유리창에는 '9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영업중단 안내문과 한전에서 부착한 전기사용계약 해지 스티커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실제로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타코 전문점 '치코'는 제주도에서 만나는 멕시코의 맛 콘셉트로 운영되다 경영악화 등으로 '짬뽕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인근 주민은 말했다. "관광객이 기대보다 안 오고, 현지 주민은 타코 같은 건 잘 안 먹어요. 결국 장사가 잘 안 돼서 짬뽕으로 바꿨어요. 그래도 쉽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포크빌리지 내 소시지 판매장 역시 철수한 상태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는 중단됐고, 현재는 옆편 제조시설에서 흑돼지 소시지, 햄류 등을 생산하는 중이다. 과거에는 시식과 직판을 앞세운 공간형 푸드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보여주는 가게'에서 '보이지 않는 공장'으로 전환된 셈이다. 현장 관계자는 "소시지 판매장 문은 닫았지만 생산은 하고 있다. 판매장이 다시 문을 열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금악리의 포크빌리지 프로젝트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6차 산업화 시도로, 지역 자원인 양돈을 활용한 축산물 가공품 개발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과 농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자자체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초기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애초 지역 상생을 기치로 출발했던 포크빌리지는 이제 더본코리아가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인수해 사기업 주도형 모델로 전환된 것이다.

 

지금 금악리는 조용하다. 관광객은 커녕, 주차된 차도 드물다. 한때 사람들이 몰렸던 거리에 남은 건 닫힌 셔터와 낯선 침묵뿐이다. “기대하고 왔는데, 너무 썰렁하네요. 영업하는 가게가 몇 군데 없네요”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제주 여행을 온 한 관광객의 말이다.

 

“사람 없고, 점포도 비어”…현지의 씁쓸한 반응

 

금악리 주민들도 거리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식었다. “초기에는 외지 관광객이 좀 몰렸는데, 지금은 주말에도 조용해요.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작았죠.”

 

골목식당의 금악리편은 분명 화제성은 있었다. 하지만 관광지와의 접근성 부족, 대중교통 미비, 지역 상권과의 분리된 운영 등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방향성과 달리 브랜드를 한 데 모은 일종의 테마거리 조성은 지속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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