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푸드디자이너 양향자교수의 세계의 추석

  • 등록 2023.09.26 17: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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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요리연구가 식공간연출학박사 푸드스타일리스트

요즘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족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겐 생소한 우리나라 추석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음력으로 8월 15일이다. 추석이란 명칭은 글자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란 뜻으로 연중 8월 보름달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농경민족인 우리 선조들은 추석 때쯤 이면 봄에서 여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을 거두게 되고 1년 중 가장 큰 만월 날을 맞이하니 즐겁고 마음이 풍족하였다. 이렇게 자연에서 거두어들인 먹거리는 먼저 우리를 지켜주는 자연과 조상에 예를 다하는 풍습으로. 신도주(햅쌀로 빚은 술)와 오려 송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제물을 만들어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며 농공감사제를 지냈다. 계절적으로도 살기에 알맞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명절에는 꼭 해 먹게 되는 절식이 있는데요.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송편’이죠?

 

 

솔잎향이 은은한 송편

추석의 가장 대표적인 추석 절식으로 송편을 들 수 있죠. 특히 올벼로 빚은 송편을 오려 송편이라 한다. 본래는 추석 때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는 오려 송편으로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 등에 바치던 명절 떡 이였지만 요즘엔 계절에 관계없이 만들어 먹는 우리 전통음식이 되었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인 송편을 보면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데 솔잎을 송편과 송편사이에 깔고 찌면 떡에 솔잎의 향이 자욱하게 배어들어 은은한 솔향기와 함께 가을 산의 정기를 한껏 받아 소나무처럼 건강해 진다고 여겼으며, 떡에 있는 소나무 무늬도 아름답다. 

 

또한 은은한 솔잎향이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음력 8월에 떡을 오랫 동안 부패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이를 보아도 솔잎을 이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송편은 지역마다 만드는 모양이나 방식 차이가 있다.

 

송편의 모양은 지방마다 달라 북쪽은 대체로 크고, 서울은 작게 빚는다. 조개 모양 또는 손자국을 내서 크게 만든 황해도, 강원도 지방은 소박하게 빚는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쑥 대신 모시잎을 뜯어 삶아 섞는다. 쌀 대신 감자 녹말, 고구마 녹말로 빚기도 한다. 송편을 쪄 내어 찬물에 재빨리 넣었다가 건져 참기름을 바르는데 오래 두었다 먹거나 멀리 가져갈 것은 물에 씻지 말고, 솔잎이 붙은 채 바구니에 담아둔다.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온달이 뜨는 추석날에 왜 반달 모양의 송편을 빚었을까 하는 일이다. 너 하나 나 하나 만들어 온달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고 만월은 곧 기울기 시작하는 달이므로 이제 막 둥글게 차오르는 반달을 발전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알알이 여문 알곡을 뜻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의 추석은 우리와 같은 날이다. 중국의 추석은 '중추절(중치우지에)'이라고 부르며, 설날인 '춘절(춘지에)' 보다는 떠들썩하지 않고 전국적인 귀성행렬도 없다.

 

중국인들은 이날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월병(위에빙)을 먹는다. 월병은 중국 남송시대부터 전해지는 과자로 음력 8월 15일, 즉 중추절의 둥근 달 모양을 형상화해서 만든 것이다. 중국인들은 월병을 밤, 수박, 배, 감, 등 둥근 과실 등과 함께 달에 제사지낼 때 함께 바친 뒤 나중에는 가족 친척 및 이웃들과 나누어 먹으며 행복과 건강을 기원해주는 상징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중국의 월병은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모양이 변하고 품종이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각기 다른 외관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오봉'은 일본식 추석이다. 본래는 음력 7월 15일이지만 일본은 주로 양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편의상 8월 15일로 정해서 지내고 있다.

 

일본인들은 가족 친척들과 함께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가정에서는 불단을 청소한다. 저녁에는 불꽃놀이와 축제를 즐긴다. 13일이 되기 전에 슈퍼에 가보면 오봉을 위한 특별판매대가 있는데 거기에는 과일을 한 종류, 한 개씩 넣어서 3종류, 5종류의 묶음을, 그리고 오봉 과자라고 해서 라쿠간과 이쁜 모양의 젤리를 판다. 이외에 국수, 가지, 봉단고(떡)을 조금 사서 단 위에 차려 놓으면 된다.

 

일본은 우니 나라와는 다르게 제사 문화가 없기에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일본은 오봉때 특별히 만드는 제례 음식이 없다.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추석이 있다.

 

태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 하루 동안 추석을 쇤다. 태국인들은 이날 '카놈찐'이라는 쌀국수를 먹는다. 소면과 비슷한 젖은 국수이다. 고등어같은 생선을 삶아 부순 뒤 육수를 만들어 거기에 쌀국수를 넣어 먹는다. 우리로 치면 추어탕이다.

 

인도의 추수감사제는 1월에 열린다. 인도 추수감사제는 ‘퐁갈(Pongal)’이라는 명절을 지낸다. 10월부터 시작되는 우기 때부터 농사를 지어 3개월 정도가 지나야 첫 수확을 얻기 때문에 1월 중순 쯤에 행사가 시작된다. 3일 동안 벌어지는 쌀과 사탕수수 수확에 대한 추수감사제이자 신년 축제이다. 태양신과 비의 신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농사를 지어준 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미국판 추석인 '추수감사절'은 11월 마지막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추수감사절에는 분가한 아들, 출가한 딸,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녀 등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게 된다.

 

추수감사절의 잔치 음식은 칠면조를 중심으로 해서 크랜베리소스와 호박파이로 이루어진다. 인디언에게 옥수수는 추수와 가을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옥수수도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식품으로 쓰이는데, 그것은 필그림들이 그 곡식 덕분에 생존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식탁이나 문 앞에 장식으로 쓰인다. 칠면조는 미국 대륙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큰 새이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에 큰 거위를 구어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신대륙에서는 거위 대신에 칠면조를 쓰게 되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하면 커다란 칠면조 요리가 떠오른다. 칠면조를 오븐에 구울 때는 한 파운드 당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 그것은 보통 15 파운드가 더 나가기 때문에 적어도 다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러므로 이른 아침부터 칠면조를 굽기 시작하면 오후 한두 시가 되어야 다 익는다. 그 동안 식구들은 에그넉(eggnog)이라는 크림과 우유에 계란을 섞어서 달게 만든 음료에 때로는 브랜디를 조금 섞어 마시며, 치즈를 곁들인 비스킷이나 콘칩 같은 것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그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미식축구 시즌을 즐기기 위해 TV 곁에 모여 앉아 주로 경기 중계를 보면서 식사를 기다리고, 여자들은 부엌을 드나들며 상차리기에 바쁘다. 잔칫상은 대개 점심시간 무렵에 차려지지만 미국 사람들은 이것을 추수감사절 디너(저녁식사)라고 부른다. 

 

크랜베리 소스는 소스라기 보다는 달콤하고 새콤한 잼이나 쳐트니같고 약간 씁쓸한 맛이 있는 터기와 잘 어우러지는 식품으로서 첫 추수감사절부터 지금까지 이 명절의 식탁에는 빠질 수 없이 애용되는 음식이다. 호박은 갈아서 되게 짓이겨서 파이로 구어 후식으로 먹는다. 물론 식탁에는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러시아에도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다. 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 러시아의 '성 드미트리 토요일' 이 바로 한국의 추석과 유사하다. 

 

이날 러시아에서도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조상에게 성묘를 지낸다. 주요 의식은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한 잔씩 돌리며, 조상의 공적을 회상하는 것이다. 묘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며, 새들에게 햇곡식을 모이로 던져주는 풍습이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추수감사절’과 축제를 열면서 한 해의 수확을 축하한다.

 

독일의 '추수감사제'는 7~10월까지 지역별 축제 형식으로 열린다. 포도, 감자, 밀, 맥주, 호프 등 특산품이 생산되는 각 지역에서는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한 해 농사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동네축제'를 연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포도주나 맥주 축제가 많이 열린다. 10월에 열리는 윈헨의 매주축게 ‘옥토버페스트’도 추수감사제이다. 또 포도생산이 많은 라인강과 마인강, 모젤강 일대에서는 7월부터 10사이 각종 포도주 축제들이 열린다.

 

프랑스의 추석 명절은 우리보다 좀 늦다. 11월 1일 '투생' 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가을 명절이 바로 우리의 추석과 같은 날이다. 이날은 가톨릭 축일인 '모든 성인의 축일'이기도 하다. 이날 프랑스인들은 고인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일을 꼭 한다. 우리가 성묘를 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 날 파리의 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의 유명 인사들의 묘, 이름없는 묘등에는 꽃다발이 가득 쌓인다. 투생은 미국으로 건너가 '할로윈'이 됐다. 번역하자면 '모든 성인의 날의 전야' 로서 바로 미국에서 할로인 데이로 지내는 10월30일이다. 

푸드투데이 칼럼니스트 양향자 원장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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