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원장의 슈퍼 푸드> 석류

  • 등록 2017.09.21 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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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고 외치며 음료업계에서 일대 대히트를 쳤던 음료수를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석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다량 함유, 피부미용과 노화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이론에 웰빙 열풍으로 인한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져 석류의 주가는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그를 응용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의 판매증가로 이어졌고, 그 열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석류 광풍이 갑자기 불어 닥쳤지만 그 인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올리브나무, 포도나무와 함께 인간이 처음으로 재배한 작물 중 하나에 속하는 석류는 이미 기원전 3000~4000년부터 황무지 지대에서 자라기 시작했으며, 우연히 석류의 효능을 경험한 아리아인(이란인)이 자구로 산맥에서 자라고 있던 것을 정원에 옮겨 심으면서 인간과 석류의 본격적인 관계가 형성됐다. 그들은 석류를 ‘신의 전유물’, ‘천국의 열매’로 여기며 소중히 키웠고, 이후 이집트와 그리스에 전해진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는 석류를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로 묘사할 정도로 신성시 했는데, 실제 성경에는 올리브, 포도, 무화과나무와 더불어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과일로 등장하기도 한다. 동양에는 영국이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인도에 유입된 것이 최초이며, 이후 중국에는 한나라 시대였던 2~3세기에 서역 정벌에 나선 장건이 귀국하면서 들어오게 됐다. 중국도 석류를 귀하게 여겨 남부 지방에서는 음력 5월에 피는 석류꽃을 ‘5월의 꽃’이라 하고, 석류꽃이 피는 5월을 ‘석류달’이라 한다. 또 치아가 곱고 아리따운 입술을 가진 미인을 일컬어 ‘석류교’라고 하여 미를 상징하는 과일로 여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고려청자의 문양에 쓰인 것으로 미루어 고려 초기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석을 간직한 주머니 같다고 하여  ‘사금대(沙金袋)’라 불리던 석류는 주머니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씨앗 때문에 다산(多産)의 의미를 강하게 지녔다. 과거 양택풍수 사상에서는 ‘석류나무 5그루만 있으면 자손이 번창한다’고 했으며, 특유의 신맛으로 인해 임산부들이 좋아해서 ‘석류를 많이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도 전해졌다.


혼례복이나 혼수 또는 민화에 복숭아, 포도와 함께 석류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은 석류가 재액을 막아준다고 하여 장독대 옆에 석류나무를 심기도 했다. 붉은색에는 사귀를 제압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조상에게 꽃, 열매, 씨껍질 모두가 붉은 석류는 그야말로 집안을 보호하는 수호신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석류나무는 소수에 불과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몇몇 가정의 정원에서 한두 그루씩 재배되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에서는 애초에 정원수로 재배된 탓에 대규모로 상업화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전라남도 지역에서 상업용으로 재배하여 가을에 출하하는 게 전부여서 우리가 먹고 있는 석류는 거의 외국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수입량도 갈수록 증가해 수입 첫 해인 2000년에는 120t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에는 5821t으로 5년 새 48배나 늘어났고, 2005년에는 9000t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원산지인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으로 커 전체 수입량의 90%를 차지한다.


이란산 석류를 최고로 치는 것은 그곳의 기후 때문. 특히 이란 내에서도 자구로 산맥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유명한데, 그곳의 몹시 더운 여름과 몹시 추운 겨울은 석류 서식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석류가 잦은 비로 신맛이 강한 데 비해, 이란 석류가 단맛이 좋고 즙이 많은 것은 이러한 환경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석류의 효능은 예로부터 여러 문헌에 등장하였다. ‘동의보감’에 석류껍질과 석류꽃까지 일일이 그 효능이 적혀있을 정도이다. 붉은색의 대표적 과일로 붉은색은 오장 중심(心)에 해당되어 혈액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며 석류를 먹고 마시는 사람의 경우 혈관과 심장 질환, 암유발 확률이 낮다는 결과도 있다.


절세미인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는 젊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석류를 즐겼다. 왜 그랬을까. 석류에는 에스트로겐이 함유되어 있다. 에스트로겐이 피부미용에 관여하는 것은 콜라겐 결합조직의 양을 늘려 피부노화를 지연함으로써 탄력 및 주름을 개선하고 혈색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화장품을 선호하는 여성 사이에서 화장수의 재료로 각광 받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겪는 여성에게 좋은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불규칙한 월경주기 개선, 질 수축력과 분비물 증가, 성관계 시 만족도 개선에 영향을 미치며, 폐경 이후의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나타나는 골다공증과 어깨결림, 관절염에도 효과적이다. 남성이라고 해서 여성호르몬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 전립선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석류의 꾸준한 섭취는 정자 수의 증가와 발기지속 효과에도 도움이 된다.


석류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체지방 감소와 이뇨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칼륨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비에 걸렸을 때는 석류를 불에 구워 분말로 만든 다음 흑설탕과 섞어 한 번에 9g씩 더운 물과 함께 복용하고, 무좀이 있는 사람은 석류즙이나 석류를 진하게 달인 물을 환부에 꾸준히 바르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석류가 좋은 음식임은 분명하지만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석류 고르는 방법과 섭취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우선 석류를 고를 때는 껍질이 갈색에 가깝고 겉이 약간 갈라져 속이 조금씩 보이는 것으로 택하고, 먹을 때는 씨까지 같이 먹어야 에스트로겐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 단, 여성호르몬이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할 우려가 있으므로 키 크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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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를 고를 때에는 표면이 약간 거친 듯하며 껍질이 연한 붉은 빛을 띠는 것이 맛과 향이 좋다. 껍질이 너무 붉으면 오히려 속 열매에 하얀 알갱이가 많을 수 있다. 열매보다는 껍질이 약용으로 많이 사용되므로 겉면에 흠이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석류를 이용한 요리>


*석류샐러드*

재료 : 석류 1/2개, 양상추 1/2개, 파프리카 1/2개, 비트 20g, 로메인상추 20g


만드는 법
1. 양상추 파프리카 로메인 상추는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찬물에 담궈준다.
2. 비트는 채를 썰어준다.
3. 석류 알갱이는 알알이 따준다.
4. 3과 올리브유 소금 후추 설탕 식초를 믹서기에 갈아 소스를 만들어준다.
5. 야채를 물기를 재거 후에 그릇에 담고 4를 뿌려준다.



*석류젤리*
 재료 : 석류주스 2컵, 설탕 2큰술, 레몬즙 1큰술, 젤라틴 15g


만드는 법
1. 석류에 젤라틴 설탕을 넣고 끓여준다.
2. 어느 정도 끓게 되면 설탕을 넣어서 끓이다가 레몬즙을 넣어서 끓여준다.
3. 모양틀에 넣어서 굳혀준다.



*석류 인삼 물김치*
재료 : 물 2oocc, 석류 1/2개, 인삼 1뿌리, 부추 50g,  마늘 2쪽, 파 1뿌리, 소금, 고춧가루 1큰술

만드는 법
1. 인삼(수삼)을 깨끗이 씻어 4cm 길이로 자른 다음 연한 소금물에 담근다.
2. 석류는 알을 꺼내 깨끗이 씻는다.
3. 부추는 0.5cm길이로 썰어준다.
4. 인삼을 그릇에 담고 석류, 마늘, 파, 소금을 넣어서 한데 버무린다.
5. 4를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 물을 연하게 들여서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숙성시킨다.    
 


요리연구가/식공간연출학박사 양향자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푸드코디네이터협회장
양향자 푸드앤코디아카데미원장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국정교과서(고등)편찬위원

푸드투데이 칼럼니스트 양향자 원장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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