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공영홈쇼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농협만 배불리고 있다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유통센터(50.00%)와 농협경제지주(45.00%), 수산업협통조합중앙회(5.00%)가 출자해 지난 4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방송채널 사용사업 승인대상 법인으로 선정된 후 7월 1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홈쇼핑 판매여건이 열악한 국내 농축산물과 중기제품을 보다 용이하게 홈쇼핑에 진입시키고자 개국한 공영홈쇼핑은 개국한지 석 달도 안돼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영홈쇼핑이 대주주인 농협의 배만 불리는 농협의 수익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난과 함께 자본잠식 우려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공영홈쇼핑 개국부터 9월까지 농협이 벤더로 참여한 농축수산물 342건이었다. 그 중 지역조합이 공급한 상품은 54건, 조합공동사업법인은 15건인 반면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중앙회가 공급업체가 돼 방송된 건수는 87건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지역조합의 판매액은 18억 1629만원 수준이지만 농협제품의 판매액은 36억 4723만원 수준으로 농협이 지역조합 보다 2배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농협은 공영홈쇼핑 개국 후 9월까지 농협제품 판매로 36억 4763만원, 벤더 수수료로 3억 6581만원을 벌어들였다.
같은당 경대수 의원(충북·증평·진천·괴산·음성)에 따르면 애초 홍보와 판로 모든 것이 갖춰진 농협 계열사 상품은 공영홈쇼핑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만 농협이 벤더로 참여한 상품 중 한삼인, 목우촌 등 계열사 비중이 25%에 달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 역시 농축수산식품 판매 방송 중 87% 방송을 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회사 및 농협중앙회가 유통한 제품에 편성하고 한삼인, 목우촌 등 주주사의 상품들을 끼워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농협홍삼이 제조하는 홍삼제품은 개국 이후 총 23번 방송됐고 시간상으로는 1220분을 방송했는데 이는 전체 농수산식품 방송 중 최장시간방송에 해당된다. 또 한삼인과 목우촌은 이미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등 기존 홈쇼핑에서도 모두 판매된 제품들이다.
공영홈쇼핑이 판매한 한삼인, 목우촌 등의 제조사인 농협홍삼과 농협목우촌은 공영홈쇼핑의 2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다.
수수료도 지역농축협이나 일반(영세)업체보다 계열사 상품의 수수료가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공영홈쇼핑 판매수수료 23%에 더해 벤더로서 평균 2.57%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경대수 의원에 따르면 농협 계열사 상품의 수수료가 평균 1.99%, 지역농축협 등 상품의 수수료 평균이 2.67%로 지역농축협 수수료가 0.68% 더 높은 실정이다.
지역농축협 수수료를 계열사에 비해 더 낮추거나 최소한 같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영홈쇼핑의 자본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영홈쇼핑의 평균 판매수수료는 23%로 32~36% 타 홈쇼핑 수수료보다 낮다. 공영홈쇼핑은 올해 예상 매출 280억원, 2016년 1350억원, 2017년 2230억원, 2018년 2730억원, 2019년 326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올해 개국한 공영홈쇼핑이 비현실적인 수수료율로 향후 연평균 100억원씩 자본금이 잠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공영홈쇼핑 실제 판매 수수료가 27.5%로 영업매출이 늘수록 자본 잠식을 앞당길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현 판매수수료는 3년 이후 23%에서 20%로, 3%포인트 낮추도록 규정돼 자본잠식 기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때문인지 공영홈쇼핑은 택배비를 판매자에게 부담하는 방안 등을 통해 판매수수료율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판매수수료(23%)에 포함된 제품 택배 발송비용을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한 경영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공영홈쇼핑은 제품의 발송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으나 앞으로 판매수수료에 택배비를 포함하지 않으면 판매업체가 택배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실제 판매수수료율은 지금보다 2~3%포인트 가량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영홈쇼핑이 민영홈쇼핑으로 전환된 패턴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공영홈쇼핑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 유지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영홈쇼핑은 자본금 800억원으로 설립됐으며 중소기업유통센터가 400억원(50%), 농협경제지주와 수협이 각각 360억원(45%), 40억원(5%)을 각각 출자해 지난 7월 채널명 '아임쇼핑'으로 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