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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안쪽에 감춘 '불편한 진실'

류승룡이 반한 남자라면, 영양성분 표기 가려

정부, 수프 봉지 2개 추진···업체 반발로 흐지부지


팔도(대표 최재문) ‘남자라면’의 성분표시가 포장지가 접히는 안쪽에 교묘하게 쓰여 눈에 띄지 않게하는 꼼수로 소비자들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원재료 및 함량을 표기한 글자의 크기도 너무 작아서 읽기가 쉽지 않은 점도 지적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모든 가공식품의 포장과 용기에는 원재료와 제조일자 유통기한 영양성분함량 등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표기방법도 원재료는 함량이 많은 순서에 따라 성분(탄수화물 지방 나트륨 등)은 ‘%’로, 합성감미료 발색제 등 첨가물은 그 내용을 표기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영양성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푸드투데이가 시중에 판매 중인 라면 11종류를 살펴본 결과, 삼양의 삼양라면과 팔도의 비빔면과 남자라면 세 가지 모두 영양성분이 포장지가 접히는 안쪽에 쓰여 소비자들이 포장지를 뒤집어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이들 회사들은 이처럼 열량과 나트륨, 지방 등 영양성분 표시는 감추는 데 급급해하면서 관련법상 표기가 허용된 ‘사과농축과즙함유’, ‘HACCP’ 등의 문구는 애써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팔도 관계자는 “타회사의 제품도 마찬가지”라며 “남자라면의 포장지만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살펴보면 팔도 비빔면은 1410㎎, 남자라면은 비교적 높은 1850㎎, 삼양라면은 1960㎎을 함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이 2000mg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권고치를 한끼에 섭취해 버리는 격이다. 




사실 라면업계의 나트륨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한국인의 식습관에 따른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 역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인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2000㎎에서 2000㎎ 미만으로 낮추며 어린이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인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4903.4㎎(12.5g)로서 앞서 밝힌 WHO의 섭취 권장량을 크게 웃돈다. 높은 나트륨 수치는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혈압상승의 한 요인이며 심장질환과 뇌졸중 및 당뇨, 암, 만성호흡기질환 같은 비전염성 질환은 다른 모든 질환을 합한 것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 요인이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라면을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량을 걱정하던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라면 수프를 두 개 봉지에 나눠 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업체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라면업체가 기술과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현재는 계획이 중단된 상태이며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에 문의해 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요리연구가 양향자는 “일부 라면업체에서는 영양성분 표시가 가려져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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