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 기자]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개인의 식습관이나 선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공식 제기됐다. 가당음료를 중심으로 한 설탕부담금 도입이 공중보건 차원의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동시에 힘을 얻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토론회를 열고, 가당음료 부담금 신설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의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10~18세 청소년의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WHO 권고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며 “이는 비만과 당뇨병, 충치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 전체의 의료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프랑스·멕시코 등은 이미 가당음료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해 당류 섭취 감소와 국민 건강 증진 효과를 확인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인 책임에만 맡기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가당음료 제조·수입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을 비만 예방과 공공의료 강화에 환원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가당음료는 비필수재…가격 정책 효과 가장 큰 영역”
이날 발제를 맡은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설탕부담금의 보건학적·경제학적 근거를 수치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은 2021년 기준 약 30%에 육박하며,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탄산음료와 에너지음료 등 가당음료가 청소년 당류 섭취의 주요 경로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는 “가당음료는 유리당의 주요 공급원이지만 영양학적 가치는 없고, 물이나 우유 등 대체재가 충분한 비필수재”라며 “액체 형태의 첨가당은 고형 식품보다 대사증후군과 비만 위험을 더 크게 높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소년 비만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여학생, 저소득층, 부모 학력 수준이 낮은 가구일수록 비만 증가 폭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건강 격차는 개인 선택이 아니라 식품 환경과 구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가 보여준 효과…“설탕 소비 줄고, 제품은 덜 달아졌다”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 도입 효과를 입증하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음료 제조사의 약 50%가 당 함량을 낮추는 리포뮬레이션에 나섰고, 평균 당 함량은 11% 감소했다. 그 결과 연간 약 4,500만㎏의 설탕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멕시코 역시 가당음료 과세 이후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이 5~22㎉ 감소했고, 1페소 과세 시 비만 유병률이 2.45%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가당음료 가격을 50% 인상할 경우 향후 50년간 220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이러한 효과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영국 모델 벤치마킹한 ‘가당음료부담금’ 설계안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 제도의 구체적 설계 모델로 영국의 청량음료산업 부담금 제도를 벤치마킹한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당 함량에 따른 계층형 부담 구조와 명확한 부과 대상 설정이다.
제안한 안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 대상은 알코올 도수 1.2% 미만의 비알코올 음료 가운데 제조 과정에서 설탕, 액상과당, 시럽, 꿀 등 단당류·이당류가 인위적으로 첨가된 음료다. 탄산음료를 비롯해 과일맛 음료, 스포츠·에너지음료, 가당 커피와 차, 농축액 제품 등이 포함된다. 우유 함량이 75% 이상인 유제품과 칼슘 강화 두유 등 우유 대체 음료 역시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무가당 생수와 첨가당이 없는 100% 천연 과일·채소 주스, 영유아용 조제분유 및 특수의료용 식품은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담금 납부 의무자는 음료 제조업체 및 수입업자로 설정됐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유통 단계에 부담을 부과해 제품의 당 함량 조정과 시장 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부담금 구조는 당 함량에 따라 3단계 계층형으로 설계됐다. 100mL당 당 함량이 5g 미만인 제품은 면세 대상이며, 5g 이상 8g 미만일 경우 리터당 225원의 표준 부담금이 부과된다. 100mL당 당 함량이 8g 이상인 고당도 제품에는 리터당 300원의 고율 부담금이 적용된다.
저소득층 부담 논란과 관련해 박 교수는 세금의 역진성과 건강 효과를 구분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전적 부담은 역진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건강 개선 효과는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나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분석 결과에서도 순소득 효과는 소득 하위 10분위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부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은 소아·청소년 건강증진과 비만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에 집중 투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교 급식의 질 개선, 학교 체육 활성화와 체육시설 확충,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 저소득층 건강식품 바우처 제도, 대국민 건강 식생활 교육과 캠페인, 비만 및 만성질환 연구개발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은 단순한 증세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 건강을 위한 투자”라며 “단계적 세율 적용과 유예기간 설정, 건강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철저한 사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민안 vs 이수진안…‘완만한 부담 구조’와 ‘강한 누진’ 차이
현재 국회에는 김선민 의원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안 등 두 건의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김 의원안은 가당음료부담금을 별도로 신설하고, 첨가당 함량에 따라 리터당 225원과 300원을 부과하는 2단계 구조를 채택했다. 반면 이수진 의원안은 기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체계에 가당음료를 포함시키고, 첨가당 함량에 따라 최대 9단계까지 누진 부과하는 보다 강도 높은 구조를 제안했다.
설탕세 논의는 2021년에도 추진됐으나 산업계 반발과 물가 인상 우려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도 식음료 업계는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법안은 부담금 부과 자체보다도 사용처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당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예방하고, 그 비용을 다시 국민의 건강과 의료 접근성 강화로 환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향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