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비만은 '현대판 재앙'으로 불리지만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설탕세(가당음료 부담금)'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식품 현장에서 바라본 이 제도는 단순히 설탕 함량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 기업의 제품 설계와 원가 구조,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푸드투데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설탕세 입법안의 구조와 실효성(1편), ▲2016년부터 추친돼 온 당류저감정책의 성과와 한계(2편), ▲설탕세와 GMO 완전표시제가 식품 물가에 미칠 전방위적 파장(3편)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정부는 2016년부터 설탕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세금을 통한 규제가 아닌 ‘덜 달게 먹는 식습관’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업계의 자율 감축과 소비자 인식 개선을 축으로 한 정책을 10년 가까이 이어왔다.
그러나 국민의 설탕 소비량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청소년 비만 지표 역시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결국 ‘설탕세’라는 강제 수단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당류 저감 정책은 왜 한계에 부딪혔고, 정책 기조는 왜 다시 과세로 이동하고 있는 걸까.
◆ “설탕세는 시기상조”… 2016년의 판단
식약처는 2016년 4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2016~2020)’을 발표하며 조세 대신 생활습관 개선을 선택했다. 당시 정책 방향은 명확했다. 설탕에 세금을 매기기보다는 ▲제품의 당류 함량을 낮추고 ▲소비자가 ‘덜 단’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우리 국민의 비만도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심각하지 않고, 식음료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과 서민 부담을 고려할 때 설탕세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손문기 당시 식약처장 역시 “설탕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정책의 목표는 분명했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당류 섭취를 50g(총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고, 소비자가 일일 섭취량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품 설계와 식환경을 바꾸겠다는 구상이었다.

◆ ‘덜 단’ 정책의 확장… 표시제·자율 감축 중심
식약처는 이후에도 당류 저감 정책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2019년에는 의료계·학계·산업계·언론·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저염·저당 실천본부’를 출범시켜 캠페인을 강화했다.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발효유, 아이스크림, 케이크, 액상커피 등에 한정됐던 ‘당류 저감’ 표시 대상은 초콜릿, 초코과자 등으로 넓어졌다. 기준을 충족할 경우 ‘덜’, ‘감소’, ‘라이트’, ‘줄인’ 등의 문구 사용도 가능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나트륨·당류 저감화 종합계획(2021~2025)’에 따라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을 WHO 권고 기준인 하루 총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이 추진돼 왔다. 실제로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은 7.5~7.7% 수준으로 권고 기준 이내에 머물러 있다. 다만 6~29세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여전히 권고 기준을 웃돌고 있어 연령·성별에 따른 격차가 과제로 남아 있다.
◆ 지표는 왜 따라오지 못했나
정책과 달리 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202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평균 당 섭취량은 57.2g으로 WHO 권고 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10~18세 청소년의 평균 섭취량은 64.7g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역시 14.4%로, 2013~2015년 대비 4.1%p 증가했다. 당 섭취량이 높았던 12~19세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15.1%로, 전체 소아 비만 유병률보다 높았다.
식약처의 당류 저감 캠페인이 이어지는 동안 가정과 소매점에서의 설탕 소비는 다시 늘어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설탕 소매점 매출은 2022년 1,589억 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23년 2,202억 원으로 폭증하며 2015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2024년에도 2,1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설계된 당류 저감 정책이 가정 조리, 외식.배달, 고당도 디저트 소비 증가라는 소비 구조 변화까지는 충분히 포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반복된 설탕세 시도, 그리고 좌절...다시 꺼내든 ‘설탕세 카드’
설탕세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문대성 전 의원은 이른바 ‘비만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1년에는 강병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당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업계 반발과 사회적 합의 부족 속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정책 기류가 바뀐 것은 최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세 도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은 가당음료에 첨가된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과세 기준은 영양성분표상 ‘당류(g)’이며, 설탕·포도당·과당·액상과당이 대상이다. 부담금은 100㎖당 첨가당이 5g 이상 8g 미만일 경우 리터당 225원, 8g 이상일 경우 300원이 부과된다.
김 의원은 “비만 치료제 확산에 비해 당 섭취라는 근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부족했다”며 “가당음료 부담금을 통해 과도한 당 섭취를 줄이고, 재원을 공공의료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식약처 ‘원론적 답변’...자율에서 강제로 정책 전환 기로
식약처는 설탕세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본지 질의에 대해 “건강을 위해 당류를 적정하게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설탕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복지부, 기재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류 저감 정책의 방향성 자체는 유지하되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10년간 추진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보다 냉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0년간 이어진 ‘당류 저감 정책’은 제품 제조 기준과 표시 제도 정비라는 제도적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청소년 비만과 당 섭취 지표는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정책의 무게중심은 다시 ‘조세’라는 강제 수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설탕세와 GMO 완전표시제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식품 물가와 소비자 부담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