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에 가고 싶은 한정식전문점‘고목’ 나물이며 생선이며 보쌈에 홍어회에 돼지고기 수육까지 세어보니까 24가지의 반찬이 나왔다.원재료가 두부인줄도 몰랐던 두부탕수는 달콤한것이 입안에서 살 살 녹는다. 더구나 밥은 대나무에 창호지를 발라 잡곡을 찐 대나무 밥이다.이번 주는 내내 비다.가을비는 농사에도 좋지 않다는데 왜 이다지 비가 오는지 모를 노릇이다. 한국의 가을하늘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날씨가 계속 이렇다면 이거야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그런 우중의 어느 날 뚱따당 뚱땅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도심 속의 고즈넉한 한식집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분당까지 차를 몰아 가보았다.아파트가 빽빽이 자리한 곳에 믿어지지 않게 한적한 고가(古家) 한 채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 오히려 정다웠다.창마다 활짝 문이 열려 실내에는 주황색의 편안한 조명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고 나지막하게 가야금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죽부인에 창호지를 발라서 조명을 한 센스가 엿보이는가 하면 한 쪽 벽엔 하회탈 액자들이 올망졸망 키를 잰다. 크고 작은 뽕나무가 담을 따라 늘어선 마당에 준비해 놓은 조금은 낮은 테이블에 앉아 밥상을 받았다.혼자 먹기 딱
꽃밭이 밥상에 - 허브음식전문점 '꽃밥' 허브 비빔밥을 보고 예쁜 자태에 할 말을 잃었다.삼배로 만들어진 작은 매트 위에 놓여진 큰 그릇안에는 빨강 파랑 주황의 색 색깔 꽃잎이 허브 이파리들과 함께 담겨져 있고 로즈마리를 넣어 지은 밥 한 공기도 함께 내 앞에 놓여졌다.드디어 말로만 들었던 ‘꽃 밥‘집을 갔다.대전이나 유성에 사는 친구들이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언젠가 가고 말거야 하며 벼르던 집이었다.KBS 바로 옆이라 찾기가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초행길이라 친구에게 안내를 부탁해서 찾아갔는데 입구에 들어선 첫 느낌은 깔끔했다.블랙 앤 화이트 톤으로 착 앉은 실내엔 아직 저녁 식사시간이 일렀음에도 불구하고 몇 테이블의 손님들이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왜 그런 거 있다. 분위기가 깔끔하고 차분한 장소에 들어오면 평소 말이 많은 사람들도 어쩐지 조용해지고 차분해 지는 거.. ‘꽃 밥’ 집이 그랬다.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말로만 듣던 꽃 비빔밥을 시켜 잠시 써브하는 분께 허브 꽃 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허브 꽃 밥이 왜 건강에 좋으냐면요.. 하면서 말 문을 여신 그 분은 허브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었다."두순은요 싹순 일 때 영양분이 많은데
산돌학교 사전에 '인스턴트 식품'은 없다급식을 유기농으로 하는 학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산과 들과 내가 이상적으로 어우러졌다는 남양주시 물골 산돌마을에 위치한 산돌학교가 바로 그 곳인데 개교한지 한 학기가 지났을 뿐인 신생 학교이다.한국의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감리교단에서 설립한 대안학교인데 사람의 결을 살리는 교육, 자연의 길을 따르는 교육을 한다는 취지에 맞게 85% 유기농 급식을 하고 있다.학교입장에서는 먹을거리에 대한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데 왜냐하면 바른 먹을거리가 바른 심성을 짓는다는 관점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 산돌학교는 바른 먹거리를 위해 식용유 대신 참기름과 들기름을 직접 짜서 쓰고 있고 장도 직접 담궈 먹는다.일명 ‘밥 선생님’으로 불려지는 한선혜씨는 인스턴트 식품과 식용유는 절대 쓰지 않고 대신 단백질 공급은 콩류 식품으로 대신한다고 했다.식용유 대신 참기름과 들기름을 직접 짜서 쓰고 있고 두부나 두유도 직접 만들어서 먹이고 있다.유기농 급식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기농을 먹으면서 노동의 가치를 알아야해서인데 그래서 이 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학업에 ‘농사’시간이 들어가 있을 정도이다.▲ 산돌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농사'시
박영우 박영순 부부지난 8월 21일 토요일에 경기도 매송 모처에서 아름다운 집들이가 있었다.한 시간 남짓 10주년 기념 준공 예배가 있었는데 순서 순서마다 감동의 물결로 그 자리에 참석한 300여명의 사람들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그 집들이의 주인공은 ‘사랑의 집’이라는 성인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무의탁 소년 소녀들의 쉼터였는데 MBC 방송국에서 ‘러브 하우스’ 행사에 지어준 집의 준공 기념 예배였다.MBC에서는 올해 4월에 준공을 했지만 ‘사랑의 집’ 식구들이 지내기에는 공간이 좁아서 박영우씨 부부가 두 동을 더 건축하여 나머지 건축물이 완공된 날이었다.이들 부부는 박영우 씨가 장애4급, 박영순 씨는 장애1급인데 그런 신체를 가지고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헌신적이다.박영순 씨는 8살 때 선천성 진행성 건긴장 이상증이라는 파킨슨씨병과 유사한 병으로 장애가 와서 지금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게 활동을 하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당장 목도 가눌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박영우 씨는 산재로 인해 왼 손이 엄지손가락만 남아있는 장애인데도 불구하고 사랑의 집에 벌어지는 모든 궂은일을 손수 한다.MBC 방송국에 이 집을 건축해주기 전까지 ‘사랑의 집’
구수하고 그윽한 청국장 전문집 - 일산 구산정 청국장은 까만 무쇠냄비에 담겨져 감자에 호박에 조개들이 합창을 하고 보글보글 잘 끓여진 구수한 냄새가 침을 삼키게 한다.가을이라 가을바람 소올솔 불어오니~~노래가 절로 나오는 가을이 됐다. 올 여름은 어찌나 혹독하게 더웠는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였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그런데 가을이 왔다! 여름만 지속한 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속담에 딸은 봄에 들일을 보내고 며느리는 가을에 들일을 보낸다고 했나. 그 정도로 가을 햇살은 벗은 내 팔뚝을 검게 그을리는 중이다. 하지만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싱그럽다 못 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이번 주로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그 마지막 회인데 마지막 집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집이 구산정. 휘날레를 장식하기에 부족함 없을 거라 생각한 이유는 맛과 영양 그 어느 하나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산에서 구산정이라고 하면 청국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나 같은 경우도 청국장은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구산정 청국장의 경우는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도 진하기는 어찌나 진한지..맛 집 선정을 할 때 나
신라인도 즐겨먹었다는 삼계탕 - 영등포 ‘만수장’ 사골로 국물 맛을 내, 닭 특유의 비릿한 맛을 싫어해서 삼계탕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아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더위가 한 풀 꺽이자 졸음이 실실 온다.희한하게도 해마다 휴가 피크 때면 어김없이 장마가 오더니 올해는 어찌나 덥던지.. 정말 징그러웠다.집에서 키우는 개도 밥을 안 먹을 정도로 덥더니만 비가 오고 나니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도 하고.. 기특한 것이 계절의 바뀜이 아닌가 싶다.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시리즈로 기사를 썼던 것도 다음 주면 마무리가 되고 그동안의 기사들이 읽으시는 분들께 많은 보탬이 되었는지 잠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뭐..안 됐다고 하다라도 어쩌겠는가 이미 기사는 나갔는데..이번 주는 영등포에 위치한 삼계탕 전문집인 ‘만수장’을 소개할까 한다.먼저 초계탕을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초계탕은 찬 육수에 먹는 닭요리이고 삼계탕은 그 반대. 그러고 보면 닭이 여름 보양에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제목에 썼듯이 삼계탕은 신라시대부터 먹었던 우리나라 전통을 잊는 보양식임을 아시는가. 처음엔 계삼탕이라 불렀는데 외국사람들이 즐겨먹으면서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 장정희서양 음식에 밀려 점점 전통 음식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요즘 우리 고유의 떡과 과자를 지키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영어 학원과 번역도 했다는 특이한 그 녀의 이력이 말 해 주듯 장 정희 씨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어머니가 약과를 만드는 것을 보고 전통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그 녀는 학원 운영을 하면서 틈틈이 염초애님과 한복려님에게 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학원을 정리하고 떡 만드는 일에만 주력한 것은 98년부터라고 한다.한국음식들은 그냥 만든 것이 아니지요 음양과 냉온, 오방색을 맞춰서 만들었답니다. 라고 말하는 그 녀는 한국 음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식품영양학과 출신이라서가 아니고 어디 가서 무얼 맛있게 먹으면 집에 돌아와 꼭 다시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렸다고 하는데 이런 근성이 지금의 그 녀를 있게 한 것은 아닌지.케
외갓집처럼 편안한 올터 두부고을 입추가 벌써 지났다. 어느새 늦은 밤에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기도 하다.이번 주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뜨끈뜨끈한 두부찌개를 맛깔스럽게 하는 집이 있다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지금 식당이 있는 터에서 무려 오 대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는 올터 두부고을이 바로 그 곳인데 고양시 일대는 물론이고 서울 근교에까지 소문이 나서 늘 3~40명은 대기를 해야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마당에 들어서면 들어서는 현관을 제외한 아담한 이층집이 온통 새파란 나무 잎들에 둘러싸여 언젠가 와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푸근한 인상이 든다.좁은 현관을 들어서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데 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이 모두들 두부찌개 하나씩 끼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있는 풍경 때문이리라.이 집의 특징은 그런 것 말고도 종업원들이 모두 가족이라는데 있다.종업원이 가족이니 음식이나 써비스가 소홀 할래야 소홀할 수가 없는 것이다.주문을 하고 잠시 둘러보니 군데군데 한지로 도배한 벽이 얼룩덜룩 이 집의 역사를 말해준다.열두 가지 반찬에 전골냄비가 등장하면 침이 꼴까닥..이 곳 전골의 특징은 버섯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인데
조개는 불타고 있는가 - 영종도 송도회타운 휴가철이라고 시내가 텅 비었다.TV 뉴스에선 휴가를 떠나는 차들로 고속도로가 엄청 붐빈다는 부러운 소식도 들린다.에잇!! 나도 바다나 보러 가야겠다 하고 고심 끝에 나선 길이 영종도... 그래도 동해나 엄두도 낼 수 없는 남해보다는 가깝고 인적 많지 않은 곳이 최고다 싶어 공항 가는 고속도로로 방향을 잡고 -톨게이트비가 비싸 아깝긴 했지만- 출발했다.공항을 육 킬로 정도 남기고 영종도로 빠지는 길로 접어들면 바다를 끼고 달리게 되는데 잠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면 비릿하면서 짭짜름한 바다 내음이 사정없이 달려든다.구읍 뱃터 쪽으로 가서 선착장으로 방향을 틀면 바닷가에 인접한 송도 회 타운이 보인다.이 곳의 조개구이는 많이 잡았을 때는 20여 가지 이상 나올 정도로 다양한 조개를 맛 볼 수 있는데 그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개굴, 대합, 자연산홍합에 가래비, 상합(모시조개라고도 한다), 맛, 우럭조개, 명주조개, 웅피, 홍조개, 백합, 동죽...등등.. 나머지는 사장님이 생각 안난다고 안 가르쳐 줬다.막 잡아온 조개가 불판 위에서 구어지자 주인이 직접 살을 발라주기도 하는 호사까지 누렸다.늘 이렇게 써빙을 하시나
시골 처녀 같은 콩국수 - 가월리 순두부집 그 흔한 오이채 썰은 것도 없다.그렇다고 계란 삶아서 반 짝 갈라 얹은 것도 없다.아주머니가 반죽해서 뽑은 국수에 맨 콩국물만 덜렁 있다.다짜고짜 이렇게 말하는 까닭이 있다.가월리 순두부집에 처음 가는 사람들은 막상 콩국수 그릇을 받아보면 어리둥절하기 때문이다.아니..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시켜도 오이채에 계란 삶은 것에 고소한 깨소금까지 오송송 뿌려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가월리 순두부집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소박한 시골 처녀의 무뚝뚝하면서도 깊은 맛이 배어 있는 것이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이 것 저 것 다 싫고 그저 시원한 것이 최곤데 그러다 보면 주로 면 종류를 찾게 된다. 하지만 아무 거나 먹다 보면 배 아프지 그러다 보면 화장실 들락거리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그럴 때 문득 생각나는 것이 바로 콩국수!!가월리 순두부 집은 콩국수도 유명하지만 직접 만든 순두부와 새우젓만으로 간을 한 두부전골도 기가 막힌 집인데 개업 10년이 넘어 숨은 단골이 아주 많은 집이다.약 40평정도 되는 공간에 점심시간엔 자리가 없어서 겨우 남이 식사한 자리, 아직 치우지도 않은 상에 떠억하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