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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 8탄

신라인도 즐겨먹었다는 삼계탕 - 영등포 ‘만수장’


사골로 국물 맛을 내, 닭 특유의 비릿한 맛을 싫어해서 삼계탕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아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더위가 한 풀 꺽이자 졸음이 실실 온다.

희한하게도 해마다 휴가 피크 때면 어김없이 장마가 오더니 올해는 어찌나 덥던지.. 정말 징그러웠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밥을 안 먹을 정도로 덥더니만 비가 오고 나니까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도 하고.. 기특한 것이 계절의 바뀜이 아닌가 싶다.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시리즈로 기사를 썼던 것도 다음 주면 마무리가 되고 그동안의 기사들이 읽으시는 분들께 많은 보탬이 되었는지 잠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뭐..안 됐다고 하다라도 어쩌겠는가 이미 기사는 나갔는데..
이번 주는 영등포에 위치한 삼계탕 전문집인 ‘만수장’을 소개할까 한다.

먼저 초계탕을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초계탕은 찬 육수에 먹는 닭요리이고 삼계탕은 그 반대. 그러고 보면 닭이 여름 보양에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제목에 썼듯이 삼계탕은 신라시대부터 먹었던 우리나라 전통을 잊는 보양식임을 아시는가. 처음엔 계삼탕이라 불렀는데 외국사람들이 즐겨먹으면서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자 삼계탕으로 불렀다고 한다.

여름철 개장국 먹는 축보다 여유있는 집안의
시식이라고 하는데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이나 대추, 황기 등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한약재이므로 약식동의(藥食同意)의 개념이 짙게 배어있는 음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만수장의 삼계탕은 그 국물 맛이 다른 곳과 차별적인 것은 사골로 낸다는데 그래서 닭 특유의 비릿한 맛을 싫어해서 삼계탕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이 집의 삼계탕은 아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른 삼계탕 집과 다를 바 없지만 국물 맛에서 다른 이 집 삼계탕은 20년 전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실감하게 한다.

국물이 고소해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영계로 했다고 해도 나는 삼계용 닭을 한 마리 다 못 먹는 편인데 여기서는 그 여린 닭 뼈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얼음 동동 띠워 커다란 무를 듬성듬성 썰어서 내온 동치미는 뜨거운 뚝배기의 삼계탕을 먹다가 잠시 떠먹어 입안을 시킬 수 있다. 전날 마신 숙취로 속이 깔깔하신 분들이 무척이나 좋아할 것 같이 시원했다.

새콤하게 익은 깍두기를 앞 접시에 담아 한 입 베어 먹고 내려놓았다가 또 한 입 베어 먹으면 우찌나 맛있는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그 흔한 표현을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막 무친 겉절이도 입에 착착 붙고 미역줄거리를 볶은 거는 집에서 먹는 맛이다. 더구나... 인삼주를 병째로 갖다 주는데 이 집에서 직접 담근 것이라고 한다.

점심이라 한 잔만 한 것이 어찌나 아쉬운지 입맛만 쩍쩍 다셔야 했다. 땀을 뻘뻘 흘리고 먹는 삼계탕 맛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속담에도 있듯이 이열치열이라고 여름에는 찬 음식보다는 더운 음식이 건강에 더 좋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집에서 맛있게 삼계탕 끓여먹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삼계탕을 끓일 때에는 한 사람이 혼자 먹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의 닭을 구한 후에 배를 가를 때 되도록 조금만 갈라 내장을 빼내고 그 안에 불린 찹쌀과 인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실로 묶는다.

강한 불에 끓이다가 약한 불로 1시간쯤 푹 고아야 하는데, 인삼이나 황기의 성분이 닭의 여러 성분과 어울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고 찹쌀이 무르며 알맞게 졸았을 때 불을 꺼야한다.

만수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갈비곰탕인데 갈비와 곱창, 고사리 등을 넣어 얼큰하게 육개장처럼 끓인 것이라는데 이 메뉴는 만수장에서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19년 동안 한 자리에서 삼계탕을 전문으로 했다는 쥔장인 서병열씨는(67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게 보였는데 아마 그 비결이 이렇게 좋은 음식만 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한 장소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영업한 것도 전부 맛이 비결이 아닌가 싶다.

60평의 널따란 공간에 좌석은 90석으로 각종 모임이나 연회에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더구나 식당 앞에 종합병원의 환자들과 주변 직장인들이 보양식으로 즐겨 찾는다고 자랑이다.

만수장은 영등포 소방서 뒤 충무병원 앞에 위치해 있고 명절 삼 일(구정, 신정. 추석 하루씩)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라고 한다.(02-2678-4437,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