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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 9탄

구수하고 그윽한 청국장 전문집 - 일산 구산정


청국장은 까만 무쇠냄비에 담겨져 감자에 호박에 조개들이 합창을 하고 보글보글 잘 끓여진 구수한 냄새가 침을 삼키게 한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소올솔 불어오니~~

노래가 절로 나오는 가을이 됐다. 올 여름은 어찌나 혹독하게 더웠는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였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가을이 왔다! 여름만 지속한 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속담에 딸은 봄에 들일을 보내고 며느리는 가을에 들일을 보낸다고 했나. 그 정도로 가을 햇살은 벗은 내 팔뚝을 검게 그을리는 중이다. 하지만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싱그럽다 못 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이번 주로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그 마지막 회인데 마지막 집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집이 구산정.

휘날레를 장식하기에 부족함 없을 거라 생각한 이유는 맛과 영양 그 어느 하나에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산에서 구산정이라고 하면 청국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나 같은 경우도 청국장은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구산정 청국장의 경우는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도 진하기는 어찌나 진한지..

맛 집 선정을 할 때 나름대로의 몇 가지 기준이 있다면 맛있는 것은 당연한 거고 몸에도 좋은 음식이기도 해야 하고 또 청결해야 하고 등등인데 구산정의 음식들은 이 모든 것을 만족하게 한다.

보리밥과 쌀밥을 또 쌀과 보리를 반씩 섞은 것 세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재밌다.

주문을 하면 미리 준비해 놓은 청국장이 나오는데 나물과 김치를 합해서 여덟 가지의 반찬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청국장은 까만 무쇠냄비에 담겨져 가만히 들여다보면 감자에 호박에 조개들이 합창을 하고 보골보골 잘 끓여진 구수한 냄새가 침을 삼키게 한다.

커다란 그릇에 고추장과 참기름만 넣어 청국장 국물 몇 숟가락 떠서 반찬으로 나온 취나물, 콩나물, 무 무침, 쑥갓나물, 부추김치랑 겉절이, 갓김치를 취향대로 넣어서 비벼먹으면 예술이다.

주방에 음식을 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인데 그래서인지 나물 맛은 모랄까..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먹던 손맛이 담뿍 들은 친숙한 맛이다.
옆 테이블에 앉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께 잠시 여쭤보니 이 곳의 청국장은 맛도 있지만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자주 오신다고 한다.

청국장은 꼴랑꼴랑한 냄새가 나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기 와서 맛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둘러보니 역시 아주머니들이 손님의 반을 차지하는 것이 그 맛을 짐작케 한다.

색시.. 청국장 쉽게 만드는 법 가르쳐줄까? 하신다.

메주콩을 물에 담갔다가 불려놓고 해산물 따위를 담았던 스티로폴 박스를 준비해서 비닐을 깔고 소창보자기를 그 위에 덧깐다.

그 다음에 콩을 삶아서 짚을 넣고 비닐을 덮고 뚜껑을 덮어 3~4일 정도 지나면 맛있는 청국장이 되는데 물론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어 간하는 것을 잊지 말고.(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겠네..)

나물과 김치를 넣어 비벼먹은 밥을 청국장과 같이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면 이미 배가 남산만큼 나올 테지만 그래도 밥 한 그릇이 야속하다면 조금 기다려 보시라.

구수한 눌은밥 대령이요~~

많지 않은 양의 눌은밥으로 입가심까지 제대로 하고 나서 현관을 나서니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에 나물 비빔밥까지가 일인분에 단돈 오천 원.

물론 동태찌개나 김치찌개도 메뉴에 있다.

입맛은 없고 주머니도 얄팍하고 제대로는 먹고 싶다면 반찬 많고 구수한 찌개도 먹을 수 있는 구산정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자유로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다보면 일산 빠지는 두 개의 I.C를 지나 길이 휘면서 구산동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는데 내려와서 우측으로 이 킬로미터 정도 달리다 보면 역시 청국장 전문 집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삼십 평정도 규모에 역시 다른 맛 집과 마찬가지로 식사시간을 피한다면 맛있는 청국장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은 휴무이므로 괜히 휴일에 오셨다가 낭패 당하지 말기 바란다.(031-923-2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