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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 - 7탄

외갓집처럼 편안한 올터 두부고을


입추가 벌써 지났다. 어느새 늦은 밤에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기도 하다.

이번 주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뜨끈뜨끈한 두부찌개를 맛깔스럽게 하는 집이 있다는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지금 식당이 있는 터에서 무려 오 대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는 올터 두부고을이 바로 그 곳인데 고양시 일대는 물론이고 서울 근교에까지 소문이 나서 늘 3~40명은 대기를 해야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마당에 들어서면 들어서는 현관을 제외한 아
담한 이층집이 온통 새파란 나무 잎들에 둘러싸여 언젠가 와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푸근한 인상이 든다.

좁은 현관을 들어서면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데 더위 때문만은 아닌 것이 모두들 두부찌개 하나씩 끼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있는 풍경 때문이리라.

이 집의 특징은 그런 것 말고도 종업원들이 모두 가족이라는데 있다.종업원이 가족이니 음식이나 써비스가 소홀 할래야 소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문을 하고 잠시 둘러보니 군데군데 한지로 도배한 벽이 얼룩덜룩 이 집의 역사를 말해준다.

열두 가지 반찬에 전골냄비가 등장하면 침이 꼴까닥..

이 곳 전골의 특징은 버섯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인데 팽이와 표고, 느타리까지 직접 키운 것으로 나온다. 거기에 하나 더 단호박이 숭덩숭덩 썰어져서 노오란 자태를 맘껏 뻐기고 이에 질세라 깻잎과 미나리도 살짝 얼굴을 내밀면 소고기 샤브는 잠자코 국물 맛을 더해준다.
전골이 끓기 전에 나온 밑반찬에 밥을 반 그릇이나 해치우고 내가 좋아하는 비지는 이미 동이 났다. 여러 가지 해물을 넣어 만든 육수는 깊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먹을 때 말시키는 사람이 제일 미운 때가 바로 이 때.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주인을 만났다. 종갓집 맏며느리처럼 후덕하면서도 어딘지 아직도 미소에서 소녀티가 나는 주인 강영희씨는 손님에게 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식당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손님이 늘 많아서 감사하고 기다려서 죄송하다는 뜻이다.

기자가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젓가락이 나물에 머물면 삶는 나물일수록 싱싱한 것을 써야 씹히는 맛도 있고 고소하고 연하다면서 한마디 하는 여사장님은 저희 밥도 직접 농사지은 쌀에 흑미를 넣은 거라 몸에 좋으니까 많이 드세요..한다.여기서 우째 더 먹으라는 말씀이신지..

운신도 못하는 노인을 자녀분들이 직접 모시고 와서 드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데 노인 분들이 주로 좋아하는 메뉴는 콩을 갈아서 끓인 콩탕이라고 한다.

콩탕정식 외에도 버섯두부전골과 두부 보쌈이 있고
삼색두부도 선보이는데 삼색두부는 쑥을 넣어서 만든 두부와 깨를 넣어서 만든 두부, 그리고 흰색 두부 이렇게 세 가지가 어우러져 색깔도 어찌나 이쁜지. 쑥 두부와 깨 두부는 입안에서 쑥 향과 깨 향을 남기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올터 두부고을은 체인점 제의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주인 장영희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집의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고 또 다른 이유는 그 맛을 지키고 싶다는데 있는 것이다.

두부보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삼색두부에 돼지고기 편육과 같이 나와서 다른 데서는 맛보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자랑이라면 전혀 방부제를 쓰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집의 영업시간은 아침 열 시 삼십분에 오픈해서 끝나는 시간은 두부가 떨어지는 시간이다. 백 석 규모에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고 현관 옆에는 커다란 항아리들이 올망졸망 키 재기를 하듯이 정답다.

명절 삼일만 휴일을 하고 언제나 영업을 한다는 올터 두부고을은 원당역에서 의정부 쪽으로 700미터를 직진하다 보면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식사 시간을 조금 빗겨서 찾아간다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다른 데서 맛 볼 수 없는 탁월한 두부전골을 여유 있게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화번호 031:962-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