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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은실의 맛집 멋집] 한정식전문점 ‘고목’


특별한 날에 가고 싶은 한정식전문점‘고목’


나물이며 생선이며 보쌈에 홍어회에 돼지고기 수육까지 세어보니까 24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원재료가 두부인줄도 몰랐던 두부탕수는 달콤한것이 입안에서 살 살 녹는다. 더구나 밥은 대나무에 창호지를 발라 잡곡을 찐 대나무 밥이다.


이번 주는 내내 비다.

가을비는 농사에도 좋지 않다는데 왜 이다지 비가 오는지 모를 노릇이다. 한국의 가을하늘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날씨가 계속 이렇다면 이거야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

그런 우중의 어느 날 뚱따당 뚱땅 가야금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도심 속의 고즈넉한 한식집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분당까지 차를 몰아 가보았다.

아파트가 빽빽이 자리한 곳에 믿어지지 않게 한적한 고가(古家) 한 채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 오히려 정다웠다.

창마다 활짝 문이 열려 실내에는 주황색의 편안한 조명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고 나지막하게 가야금 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죽부인에 창호지를 발라서 조명을 한 센스가 엿보이는가 하면 한 쪽 벽엔 하회탈 액자들이 올망졸망 키를 잰다. 크고 작은 뽕나무가 담을 따라 늘어선 마당에 준비해 놓은 조금은 낮은 테이블에 앉아 밥상을 받았다.
혼자 먹기 딱 좋을 만큼의 밑반찬이 조그만 소반에 받혀 각각의 앞에 놓여지고 나물이며 생선이며 보쌈에 홍어회에 돼지고기 수육까지 세어보니까 24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젓가락이 어디 먼저 갈지 몰라 잠시 테이블위에서 방황을 하다가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은 잡채였다. 식용유에 볶지 않아 느끼한 맛이 없는 깔끔한 맛이다. 더구나 조미료도 쓰지 않는지 덤덤하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곳이 바로 개업 8년에 아무런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
도 불구하고 외국 비행기를 타면 한국의 음식점으로 소개가 된다는 분당의 한정식집 ‘고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외국인의 구전으로 유명하단 것의 증거이리라.

놋그릇에 은수저를 놓아서 어쩌다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힐라면 ‘뎅~’하는 맑은 소리가 식사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음료수는 자그마한 주전자에 역시 아기 손바닥만한 작은 잔에 담아 마시는 따끈한 둥글레차를 내는데 역시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본격적으로 맛을 보는데 어느 음식하나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보쌈을 먹기 위한 배추는 소금에 살짝 절여 씹을 때 마다 아삭거린다.

호박은 껍질 채 썰어서 밀쌈을 만들었고 속은 된장찌개에 넣어 구수한 맛이 더하다. 한 젓가락씩 먹으면 딱 좋을 분량의 나물들은 직접 짠 들기름에 무쳐서 깔끔하고 담백하다.

원재료가 두부인줄도 몰랐던 두부탕수는 달콤한 것이 입안에서 살 살 녹는다. 더구나 밥은 대나무에 창호지를 발라 잡곡을 찐 대나무 밥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좋았던 것은 고추를 찍어먹기 위해 조금 퍼놓은 된장 맛이었는데 그 구수함이 어찌나 눈물나게 좋았는지 친구 몫으로 나온 고추까지 내가 다 찍어먹었다.

주인 윤 정숙 씨는 일찍이 황 혜성씨 로부터 궁중요리를 전수받은 숨겨진 요리전문가인데 30년 요리경력으로 세계 각국의 요리를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아직까지도 요리를 배우고 있는데 이태리 요리 경우에는 대사부인에게 격이 있는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요리에 대한 욕심이 얼마나 남다른지 주방장도 쓰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한다.

세계 요리를 배우는 이유는 근처는 물론이고 서울에 있는 회사들 까지도 외국 손님을 접대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 분들에게 더 좋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가지 예를 들어 닭고기 요리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인들이 다 좋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준비한다고 하면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스에 꼭 한국의 장맛으로 맛을 내는 식이다.

이 집의 다른 특성 또 하나는 메뉴에 가격이 없다는 것인데 이유는 가격에 음식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일반 식사의 경우는 정해진 가격 일인분에 만 이천 원을 받는데 여러 가지 반찬에 깊은 맛에 후식으로 나오는 다식에 차까지 포함한다면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나지 않는다.

한국에 최초의 노천 까페를 들여왔거나 음료 써빙에 있어 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인물이었다는 점은 이 집 쥔의 센스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데 ‘고가’의 건물도 역사적인 사연이 깃든 것이고 보면 안목이 보통이 넘는다.

고가는 500평 규모에 연중무휴로 오전 10시에 오픈해서 오후10시에 마감한다고 한다.((T.031-707-5337~8)

분당 삼성 시범단지에서 새마을 연수원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뽕나무 그윽한 집이 보이면 들어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