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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 혁명 푸드테크④] 커지는 대체육 시장...한국 아직은 '걸음마' 수준

해외 원천 소재.기술 의존...단순 배합조절 제품개발 급급
3D 식품 프린팅 기술 수준 미국.유럽.일본.중국 보다 낮아
미국 기술수준의 78.3%로 약 3.3년 정도 뒤쳐져 있어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식량문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식량안보는 물론 환경문제, 영양섭취와 면역력,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대 등 각종 식품 이슈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푸드테크의 중심으로 불리는 '대체축산식품'과 '3D 식품 프린팅'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적용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5편에 나눠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초기단계로 대체소재.식품 산업은 저렴한 원가나 단기간 제품 출시를 위해 해외에서 개발된 대체축산식품 원천 소재 및 기술을 이용해 단순 배합조절을 통한 제품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국내 3D 프린팅 기술 수준 역시 미국, 유럽, 일본, 중국보다 낮으며 미국 기술수준의 78.3%로 약 3.3년 정도 뒤쳐져 있다. 


업체들은 기술.자금.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도 미비, 시장정보 및 소비자 인식 부족, 기존 업계와의 갈등 등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업계에선 정부 주도 대체식품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 대상 확대, 기술개발사업 지원 조건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적용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품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체축산식품 관련 사업을 과거 추진한 업체는 11개이며 현재 사업을 중단한 업체 수는 2개로 나타났다.


대체축산식품 사업을 중단한 이유는 과거 사업성 부재, 개발 투자금 부족, 연구기술 및 인력 부족으로 나타났으나 과거 사업을 중단한 2개 업체도 향후 재추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대체축산식품 관련 사업을 추진할 식품제조업체는 16개이며 추진 사업 분야는 식물성 고기, 배양육, 곤충식품 순서로 나타났다. 식물성 고기를 이용한 만두, 떡갈비, HMR 제품 개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며 배양육 기술 개발은 대학교 및 국가연구기관 이외에도 수입곡물업체 및 스타트업에서 추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곤충식품은 곤충분말을 이용한 고령친화식품, 암환자식, 쿠키 등 간식, 펫푸드 등이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체소재.식품시장 아직은 '걸음마' 수준

 

국내 대체소재·식품시장은 초기단계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져 상품화하는 단계다. 아직은 사업화 초기단계로 민간투자를 활용한 스타트업 더플랜잇과 디보션푸드, 유통업에서 대체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한 지구인컴퍼니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더플랜잇은 순 식물성 대체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기업이다. 더플랜잇은 계란노른자의 유화 성질을 콩유화 성질로 대체하고 부족한 부분을 조합 및 가공한 식물성 계란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특허 1개, 국제출원 1개를 가지고 있다.


2018년 10월에 디보션푸드를 설립한 박형수 대표는 조리과학 학부를 졸업하고 2020년 KAIST SE MBA를 졸업했다. 미국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분자요리를 전공한 쉐프, 영양학, 약학, 식품공학 박사과정 중인 팀원과 함께 팀을 만들어 소고기 다짐육 형태의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했다.


디보션푸드는 식품 공학, 분자요리, 영양학, 조리과학의 기술을 이용해 식자재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육류의 식감, 맛, 영양소, 갈변 현상, 융해 현상까지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보션푸드는 식물성 단백질 가격을 2022년까지 600원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2020년 10월 공장을 증설하고 영국 등 유럽시장에 진출해 브랜드 가치를 키울 계획이다.


지구인컴퍼니는 2017년 7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사업초기에는 소비자 인식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유통방식을 추구해 흠집이 있는 B급 농산물 유통업을 하다가 대체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구인컴퍼니는 현미.귀리.견과류 등 9가지 곡물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를 개발했다. 특허 기술인 '단백질 성형 압출술'을 사용해 고기의 식감과 질감을 구현하고 폐기처리물도 0%로 시스템화 했다. 이 제품은 현재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제품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지구인컴퍼니는 중견기업인 풀무원과 협업해 국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소고기의 부위별 R&D를 통해 식물성 고기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 수출 계약을 진행했다. 올해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출시했으며 립(rib) 형태의 식물성 고기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3D 식품 프린팅 기술 수준...미국.유럽.일본.중국 보다 낮아


한국의 3D 프린팅 기술 수준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보다 낮으며 미국 기술수준의 78.3%로 약 3.3년 정도 뒤쳐져 있다. 국내 3D 프린팅 세부기술들도 미국, EU 등 기술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세부기술별 수준을 미국과 비교하면 장비 및 설비 분야는 미국의 84.1%, 소재 및 가공은 79.7%, 소프트웨어는 69.2% 수준이다. 


국내 3D 식품 프린터 기술개발 수준 역시 기술개발 및 활용의 초기 단계로서 연구 및 시제품으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식품 프린터가 시제품으로 개발되기는 했지만 식품위생법상 식품생산/판매에 허가를 받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출시 및 활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내 3D 식품 프린팅 분야 업체/전문가들도 국내 3D 식품 프린팅의 기술수준을 유럽, 미국, 중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D 식품 프린터의 장비 분야 기술수준은 유럽(7점 만점 기준 5.3점), 미국(5.0점), 중국(4.3점), 한국(3.4점) 순으로 소재 분야도 유럽(5.2점), 미국(4.6점), 중국(3.2점), 한국(2.8점) 순서로 높게 평가했다. 


국내 3D 프린팅 기술개발은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정부 및 지자체 지원사업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한림대는 공동으로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을 3D 프린터 소재로 이용해 뼈 고정판, 뼈 고정나사, 뼈 고정클립 등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경북대는 농기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밭농업기계 3D 설계·프린팅 과정’을 실시했다. 강원대학교는 생분해성을 높인 3D 프린트 원료를 개발하기 위해 현미를 백미로 도정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미강’을 활용했고 농촌진흥청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식용곤충을 식용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재가공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미성 연구위원은 "3D 식품 프린팅은 재료 물성의 균질성(homogeneity)이 필수적인데 농산물 및 식품은 균질성이 낮아 제품화 및 제품의 다양화가 어려운 편"이라며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다양한 재료를 동시에 사용하기 어려우며 우리가 현재 먹는 음식들의 식감과 형상을 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술수준은 단순히 한 가지 소재/재료만을 이용해 단순한 형상/제품을 만드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원천 소재.기술에 의존...단순 배합조절 통한 제품개발 실정
애로점...기술 개발.확보 > 시장정보 획득 > 소비자 인식 부족 순


국내 대체소재.식품 산업은 해외 원천 기술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푸드테크 제조기술개발은 긴 기간, 전문기술과 기자재 및 비용이 투입되야 하는 장기적 사업인데, 국내는 저렴한 원가나 단기간 제품 출시를 위해 해외에서 개발된 대체축산식품 원천 소재 및 기술을 이용해 단순 배합조절을 통한 제품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체축산식품 기술개발 업체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기술 개발.확보(26.5%)'와 '시장정보 획득(20.6%)'을 들고 있다. 뒤이어 대체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14.7%), 전문인력 부족(11.8%), 관련 규격 및 기준 규제(11.8%), 마케팅(8.8%), 자금조달(5.9%) 순이다. 


전문 연구인력 부족과 자금 조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롯데 액셀러레이터, 농심 퓨처플레이 등 벤처투자회사가 생기면서 식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매우 중요한 대체식품기업은 연구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품 기술개발에서부터 제조, 판매 및 유통까지 규모가 작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모두 다 하기에는 자금 및 인력 등에 있어 한계가 있다. 


대체식품 사업화 추진 과정상 애로사항으로 시장정보 획득(2순위)과 대체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3순위)을 꼽고 있다. 식품제조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신식품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식품이 갖는 영양정보와 자원절약 및 환경저감효과 등을 인지하지 못해 시장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새로운 식품에 대한 관리감독 관할권 문제와 기존 업계와의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식용곤충의 경우 우리나라는 법률이 제정돼 있고 식품 공전에 포함돼 있어 논란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세포배양 고기, 식물성 계란, 식물성 치즈 등에 대해서는 용어 정의 및 상품 라벨, 식품 유형 분류 등을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세포배양 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도 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18년 11월 식품의약국과 농무부가 공동으로 배양육을 감독하되, 농무부는 배양육을 식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식품의약국은 세포배양과정을 감독하기로 했다.


국내의 경우 대체 축산식품의 시장규모가 아직 협소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없지만 시장규모가 확대되면 기존 이해관계자인 축산업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식품의 용어 정의 등에 대한 법과 규제를 점검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미성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 대체식품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 대상 확대, 기술개발사업 지원조건 및 규제 완화가 요구되며 과거에 제정된 각종 법 제도 또한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가 요구된다"며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 대체식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시장이 형성되지 못해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마케팅에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3D 프린팅 식품 위생.안전성 기준·규격 미비


3D 식품 프린팅 산업 역시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첨단신소재기반 3D 프린팅 전문인력양성사업에 150억을 투자하고 있으나 식품 분야는 포함돼 있지 않다.


3D 프린팅 식품 및 3D 프린터 관련 위생/안전성 기준·규격도 미비하다. 
 

국내 3D 식품 프린팅 산업 활성화의 중요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식품안전성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3D 프린팅 출력 식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기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약은 3D 식품 개발이 성공할지라도 판매 및 산업화가 어렵기 때문에 기술개발과 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다. 


박미성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3D 식품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만들어진 음식 섭취 의향은 낮게 나타난다"며 "3D 식품 프린팅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3D 식품 프린팅 기술표준화, 기준·규격설정을 통한 기술개발 가이드라인 설정, 관련 법규 및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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