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식량문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식량안보는 물론 환경문제, 영양섭취와 면역력,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대 등 각종 식품 이슈의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푸드투데이는 푸드테크의 중심으로 불리는 '대체축산식품'과 '3D 식품 프린팅'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적용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5편에 나눠 살펴본다.<편집자주>
음식을 프린트 한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는 우리의 식생활을 크게 변화시켰다. 불 보다 편리하게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식생활을 다시 한 번 크게 뒤흔들 음식을 만드는 법이 나왔다. 바로 '3D 식품 프린팅' 기술이다.
3D 식품 프린터는 재료를 기기에 넣으면 음식을 만들어준다. 내가 원하는 음식을 직접 출력해서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재료는 프린터를 거쳐 잉크로 변환된다. 이 잉크는 노즐을 통해 쌓아올려지듯 음식 모양을 만들어낸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 만으로도 충분히 간편하고 빠른데 왜 세계 각국이 3D 식품 프린팅 기술에 주목하는 것일까?
프린터가 만든 음식은 불이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다.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형태의 음식과 질감, 식감을 선사한다. 손으로 만드는 섬세한 음식도 프린터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3D 식품 프린터가 유통 식품시장의 유통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음식을 사 먹는 것에서 집에서 '출력'해 먹는 것으로 우리의 식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3D 식품 프린터는 현재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3D 식품 프린트 제조사도 다양하고 잇따라 제품화에 성공하고 있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품산업의 푸드테크 적용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D 식품 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2.2백만 달러(635억 5872만원)이며 2023년까지 연 평균 46.1%씩 525.6백만 달러(6399억 7056만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3D 식품 프린팅 시장의 제품 유형별 시장점유율은 과자류(사탕, 초콜릿, 케이크 및 페이스트리)와 반죽류(피자·파스타)가 61.4%로 높은 편이다. 이는 비교적 다양한 모양으로 쉽게 인쇄되고 압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세부 품목은 2018년 기준 과자류가 39.0%고 가장 높다. 뒤이어 반죽류(22.4%), 유제품(16.5%), 과일 및 채소류(10.5%), 육류(7.1%), 기타(4.4%) 순이다.
2018년에서 2023년까지 제품 유형별 시장 연평균 증감률은 육류(49.5%), 과자류(48.1%), 반죽류(46.1%), 유제품(43.0%), 과일 및 채소류(42.5%), 기타(40.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3D 식품 프린터' 어떻게 적용되나
3D 식품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하는 가공식품은 초콜릿, 쿠키,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하다. 3D식품 프린터는 우주공간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우주에서도 초록의 싱싱한 상추가 자라는가 하면 배양육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텍사스주 오스턴에 위치한 시스템즈 앤 매테리얼 리서치 코퍼레이션(SMRC)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우주식품용 3D 식품 프린터를 개발했다.
독일의 식품회사 바이오준(Biozoon)은 EU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고령자가 쉽게 씹을 수 있으면서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고령친화식품을 개발했다. 이 식품은 식품 3D 프린터로 출력한 젤리 형태의 일명 '스무스 푸드(Smoothfood)'라 불린다.
독일 일부 요양원에서는 당근, 콩, 브로콜리 등을 분쇄해 만든 배합물을 3D 식품 프린터를 통해 다시 당근 모양으로 복원해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저작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퓨레 형태의 음식은 환자들의 식욕을 저하시켜 영양분 섭취가 감소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3D 식품 프린터를 활용하면 식용 증진과 동시에 영양흡수를 증진시킬 수 있다.
3D 식품 프린팅을 이용한 또 다른 제품은 식용곤충 및 구조화된 배양육을 이용한 제품유형이다. 곤충은 최근들어 사람이 섭취하는 단백질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곤충의 모습 그대로 섭취식품으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식용으로 사육된 곤충을 3D 프린터 재료로 가공해 식용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재가공하는 방법이 관심을 받고 있다.
배양육에 이어 배양생선도 있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참치를 낚지 않아도 실험실에서 참치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 참치를 즐기는 것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블루날루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선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블루날루는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배양 생선 요리를 선보였다. 블루날루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부시리를 이용했다. 부시리의 근육 조식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이를 효소 단백질로 처리한 다음 배양액을 넣고 키운다. 늘어난 세포를 따로 뽑아내 영양물질이 들어 있는 바이오 잉크와 섞어 3D 프린터가 생선살을 찍어낸다.
참치 기반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어류배양 식품연구 기업인 핀레스푸드 식품과학총괄본부장에 따르면 스테이크와 같은 구조화된 배양육을 만드는 방법은 세포배양 과정에서부터 구조화시키는 방법과 비구조화된 배양육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후자가 더 용이해 3D 식품 프린터의 소재로서 비구조화된 배양육을 이용하는 연구가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3D 바이오프린터는 구조화된 배양육을 만들어 피부, 심장, 태반 등 인공조직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3D 식품 프린터' 연구.개발 나선 미국, 유럽 분위기는
외국의 주요 선진국들은 3D 프린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국의 상황에 맞게 중점 분야를 선정한 뒤 연구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로, 유럽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추진하는 반면, 후발 진입 국가인 일본은 특허 관리와 의료 및 소재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가별 3D 프린팅 정책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은 인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된 제조업의 부활과 연계시켜 3D 프린팅 기술개발 및 인프라 조성에 대규모로집중 투자하고 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는 3D 프린팅 산업 육성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집행하고 있다. 2016년 ‘국가제조업 혁신 연례 보고서 및 전략 계획’을 수립해 3D 프린터 활용 등 첨단제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 촉진 및 기술기반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정책은 크게 제조업 원가 절감, 에너지 및 소재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은 올해까지 GDP 중 제조업 비중을 20%로 늘리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주요 수단으로 설정하고 전략 개발 및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 산하 기술전략위원회, 연구위원회의 3D 프린터 기술 분야 18개 R&D프로젝트에 840만 파운드(128억 2932만원)를 지원했다. 독일은 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혈관 제조기술개발을 추진해 2011년에 성공했고 2013년도에 인체조직과 인공장기용 젤라틴 형태의 바이오 잉크를 공개하는 등 의료/바이오 분야와 수요가 큰 분야인 금속소재 연구개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일본은 소재부분 기술개발에 5년간(2014~18년) 총 30억 엔을 집중 투자했다. 2014년에 금속 분말 3D 프린팅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2015년에는 ‘3D 프린팅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해 3D 프린팅 창업, 인력양성, 융합 기술 개발 등을 통한 제조공정 혁신을 추진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장비구입 보조금 재원으로 올해까지 22.8조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콘텐츠, 기반산업, 금속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D 식품 프린터'가 만든 초콜릿, 젤리, 초밥의 맛은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의 여러 국가들은 3D 식품 제조 프린터를 이미 개발했으며 다양한 형태의 3D 식품 프린터를 개발 중에 있다.
미국의 3D 시스템즈는 초콜릿 제조회사 허쉬와 협력해 초콜릿 전용 3D프린터인 코코젯(CocoJet)을 개발했으며 전문 베이커리 업체를 대상으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화이트, 밀크, 다크 초콜릿을 사용해 맞춤식 3D 디자인이 가능하며 2017년 6월 기준 시간당 한입 크기의 초콜릿 5개를 출력할 수 있다.
영국의 유명 젤리 회사 카톄스(Katjes)는 세계 최초 맞춤형 젤리를 만들 수 있는 3D 캔디 프린터 '매직 캔디 공장(Gummy Candy Printer)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기존 방식보다 젤리를 만드는 시간을 단축시켰는데, 젤리를 만드는 데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색상, 맛, 모양을 골라 인쇄 버튼을 누루면 몇 분 후 나만의 젤리를 먹을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스타트업 회사인 네추럴머신스(Natural Machines)는 단순 압출방식의 3D 식품 프린터 푸디니(Foodini)를 개발했다. 푸디니는 케이터링 서비스가 가능하며 5가지 음식 재료를 스테인리스 캡슐에 투입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디저트만 출력하는 단계를 넘어 파스타, 치킨너겟, 피자반죽, 쿠키 등 다양한 식품을 출력할 수 있다.
일본 IT기업 오픈밀즈(Open Meals)는 SXSW2018에서 초밥을 만드는 3D 프린터 시제품을 공개했다. 식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픽셀 식품 프린터로 전송하면 초밥의 데이터 베이스 기반으로 작은 큐브를 하나씩 쌓아 초밥을 만든다. 3D 초밥은 맛 센터를 통해 쓴맛, 단맛, 신맛은 물론 제5의 맛인 감칠맛까지 분석해 실제 초밥과 같은 맛을 낸다. 오픈밀즈는 이것이 소셜 식품 네트워크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3D 식품 프린터 안전성은..."국내도 3D 식품 프린터 관련 제조 기준 신설해야"
해외 주요 국가들은 3D 식품 프린팅 관련 재료/제품의 품질 및 안전 규정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FDA 규정 CFR 21, FDA 식품 법규에 따라 안전한 식품으로 간주하기 위해 3D 프린터 재료의 충족 요건 등 가이드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유럽은 EU 지침 10/2011에 의해 3D 프린터 재료의 식품 안전규정을 따르고 있다.
미국 FDA 식품 법규에 따라 안전 식품으로 간주되기 위한 3D 프린터 재료의 충족 요건을 살펴보면 ▲유해물질의 이동 금지, ▲색상, 냄새 또는 취향을 전달하지 않음, ▲정상 사용 조건에서 안전, 내구성, 내식성 및 비흡수성, 반복적인 세척에 견딜 수 있는 중량 충분해야 함, ▲파단 및 날카로운 내부 각도를 사용하지 않고 매끄럽고 쉽게 세척할 수 있는 표면 제작, ▲피팅, 파쇄, 크레이징, 긁힘, 채점, 왜곡 및 분해에 대한 저항성, 검사 접근 가능 등 조건을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3D 프린터 성능 규격 및 Food-ink 물성에 대한 규격은 해외 주요 국가에도 없는 상황이다.
박미성 연구위원은 "국내는 3D 식품 프린팅 기술적용 생산 제품 및 재료에 대한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에 기준 및 안전 규정이 없어 3D 프린팅된 식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3D 식품 프린터 관련 제조 기준 및 규격 조항을 신설하고 식품 판매기준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 국가들은 3D 식품 프린팅 제품개발과 산업성장 가능성에 대비해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식품산업의 신성장동력 가능성에 대비해 세계 기술개발 및 산업 동향에 부응하며 기술개발과 활성화를 위한 식품분야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