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대형마트, TV홈쇼핑 등 업종별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최대 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거래 실태를 확인하고 근절대책을 마련코자 하는 국회의 노력에 유통재벌 총수들이 거듭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큰 논란이 예상된다.
5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6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실태확인 및 근절대책 마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유통재벌 총수들이 현재 모두 해외에 출장 차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청문회가 사실상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개 대형마트의 점포 수는 지난 2008년 286개에서 올해 6월 364개로 약 27% 증가했다. 롯데마트가 63개에서 96개로 늘어났고, 이마트가 114개에서 139개, 홈플러스가 109개에서 129개로 증가했다.
SSM 증가세는 대형마트보다 더 가팔랐는데, 이마트에브리데이, GS슈퍼,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점포 수는 349개에서 올 6월 970개로 늘었다. 롯데슈퍼가 110개에서 372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02개에서 279개로, 이마트에브리데이 24개에서 75개로 대폭 증가했다.
점포 확장에 힘입어 유통업체의 영업이익도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3593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고, 이마트는 8551억원으로 약 24% 늘었다. 홈플러스는 545억원에서 5195억원을 증가했다.
이와 같이 대형 유통업체들이 규모가 크게 확장하고 있음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입점수수료 문제 등 불공정거래 실태확인과 근절대책 마련이 지난 국정감사에서부터 심각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및 이마트 대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국감 당시에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해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국감때 불출석한 증인을 대상으로 정무위가 다시 한 번 마련한 이번 청문회 자리에도 유통재벌 총수들이 모두 출석하지 않기로 해 '회피성 출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앞서 국회에 구두상으로 불참을 통보한 데 이어 이날 오후에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7일 동남아 출장길에 올라 해외 수반과 장관들을 만나 사업을 논의한 뒤 이르면 주말이나 내주 초에 귀국할 계획이다.
정지선 회장은 현재 중국에 머무르며 현지 업체와 홈쇼핑 사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6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역시 사업차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홍콩으로 출국, 현지 부동산 개발 업체와 복합쇼핑몰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부사장은 신세계가 하남에 짓는 복합 쇼핑몰 설계 디자인과 관련한 업무로 영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미국에 머물러온 정 부사장은 허리케인 샌디로 귀국하지 못하고 바로 영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총수들은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입점 수수료 등 청문회에서 논의될 내용에 관해 입장을 충분히 밝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다 불가피한 일정때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증인 채택 이전에 미리 잡힌 사업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청문회만큼 사업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는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정무위는 청문회에 끝내 증인 4인이 불참하면 회의를 해서 다시 소집을 할지, 국회법에 따라 고발 절차에 돌입할지를 결정한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읽어보고 여야가 합의해 대응 절차에 바로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출석 요청을 수없이 반복했는데 이번에 다시 불출석하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의원들이 불출석 증인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내뱉은 말이 있어 이번 일을 그냥 덮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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