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검출에도 HACCP 지정

  • 등록 2012.10.22 18: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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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관리소홀로 국민 식품안전 위협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뚜기라면, 삼립식품 등 대기업도 예외없어

식품안전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는 HACCP 적용업체 중에서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적지 않고, HACCP 지정을 자진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등 허술하게 HACCP 지정 및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HACCP 지정 및 관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민주통합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HACCP 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품목제조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2010년 1,153개소 중 6.5%인 75개소, 2011년 1,837개소 중 5.9%인 109개소, 2012년 상반기 2,310개소 중 2.0%인 46개소로 집계됐다.

유형별 위반 내용을 살펴보면 ‘이물 검출’이 2010년 57건, 2011년 53건, 2012년 상반기 30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표시기준 위반’, ‘기준규격 위반’등의 위반사유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위반업소 중에서는 중소규모 뿐 아니라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뚜기라면, 삼립식품 등 대형업체도 포함돼 있다.

HACCP 업체에서 이물이 검출되는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식약청의 HACCP 지정 및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실한 식약청의 사후관리
식약청이 제출한 ‘HACCP 지정업소 사후실태조사 현황 및 결과’를 보면, HACCP 적용업소 중 92.9%가 관리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7.1%가 관리기준 미흡으로 나타났다.

식품위생법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며, 특히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식약청 고시로,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HACCP 지정업체는 정기조사․평가 이외에 수시로 사후관리 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이 개정됐음에도 실제 식약청의 사후관리는 부실하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리한 HACCP 지정확대
2008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HACCP 업체 중 지정이 취소된 업체는 총 120개소에 달한다. 특히 2008년 8개소, 2009년 12개소, 2010년 29개소, 2011년 41개소, 2012년 상반기 30개소 등으로 지정취소 업소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의 무리한 HACCP 지정확대 및 사후관리 부실이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식품제조업체가 2만3,000개소에 달하는데, 식약청은 이중 2013년까지 3,400개소, 2014년까지 4,400개소로 HACCP 지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무총리실에서 수립한 식품안전관리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 2012년 6월 현재 4,400개소 목표 대비 52.5%인 2,310개소에 대해 HACCP을 지정이 이뤄졌다.


HACCP 지정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목표실적 달성을 위해 소규모 업체에까지 HACCP 지정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느슨한 소규모 HACCP 업체 관리
국내 식품산업 구조상 식품제조․가공업소 대부분이 중소규모 업체로서, 2011년 현재 전체 식품업체 2만2,974개소 중 종업원 21인 미만 소규모 업소가 90.4%, 10인 미만 업소도 81.6%에 달한다.

식약청의 소규모 HACCP 지정현황을 보면, 2012년 9월 현재 의무적용품목에 대해 999개 업체가 HACCP 적용을 받고 있다. 소규모 HACCP 적용은 해당품목의 연매출액이 5억원 미만이거나, 종업원수가 21인 미만인 식품제조․가공업소에 적용 가능하다.

남윤인순 의원이 확보한 제보에 의하면, 인천지역 등 일부 소규모 HACCP 업체가 여러 학교의 단체급식 납품 업체로 선정 받은 뒤, 제조능력을 넘은 물량을 공급할 수 없어 일반 식품업체에서 조달해 HACCP 제품인 것처럼 속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의 느슨한 소규모 HACCP 업체 사후관리가 문제를 키워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규모 업체의 경우 전문인력이 부족하여 HACCP을 지정받은 이후에도 유지․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식약청의 사후 기술지원이 요청된다.



지정 자진반납 HACCP 업체에 책임 방기
식약청이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HACCP 지정취소 업체 총 100개소에 대하여 취소 사유를 분석한 결과, ‘자진반납’이 8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폐업 등으로 인한 직권취소’ 등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자진반납’의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 품목제조취하(생산중단), 폐업, 영업부진 및 부도 등 이외에 절반 이상인 58.1%를 ‘기타’로 분류해 놓고 있는데, 문제는 ‘기타’ 사유에 대해 ‘HACCP 지정업체가 지정 자진반납 사유를 기재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사유를 파악하지 않고 대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턱없는 지원 전문인력
식약청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위탁하여 HACCP 관리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진흥원 HACCP 지원사업단의 경우 축산물 중심의 농림수산식품부에 비해 가공식품 전체 등 훨씬 넓은 범위의 대상에 대해 HACCP 관리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예산은 농림수산식품부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식품안전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HACCP 관리지원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전담기관을 설립하거나 적어도 농림수산식품부의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 수준으로 인력과 예산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식품업계의 81.6%가 종업원 10인이하 영세업체인 현실에서 식약청에는 이들 업체가 HACCP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정보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고, 현재와 같이 위탁하여 수행하는 체계에서는 매년 위탁기관이 달라지거나 전문인력의 계약 만료 등 업무의 지속성․전문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중소식품업체가 실제로 HACCP 지정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지원일수를 늘리고, 또 HACCP을 지정받은 이후에도 HACCP 시스템의 유지․운영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전문적․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가공, 조리, 유통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모든 과정에서 위해물질이 해당 식품에 섞이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시스템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가공식품 전체에 대해서, 그리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축산물에 대해 HACCP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푸드투데이 한동헌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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