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름철 불청객인 비브리오패혈증균의 첫 검출 시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올해 서해에서 2024년보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2주 빨리 검출되었고, 5월 초에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하였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균에는 장염비브리오(Vibrio parahaemolyticus),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와 비브리오패혈증균(Vibrio vulnificus)이 있다.
장염비브리오는 오염된 해산물 섭취 후 구토, 복부경련, 미열, 오한을 동반한 위장염과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비브리오 콜레라는 심한 수양성 설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종종 구토를 동반하나 복통 및 발열은 거의 없거나 무증상 감염이 많다.
치명률이 높은 제3급 법정감염병인 비브리오패혈증균 감염의 경우는 매우 위험하다.
건강한 사람은 구토, 발열, 복통 및 설사 등 경미한 위장관 증상으로 끝나지만, 만성간질환, 당뇨병과 면역저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패혈증 쇼크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최근 5년간 (2020∼2024년) 국내에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 수는 286명이며, 이 중 113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39.5%로 매우 높다.
특히 간 질환자, 당뇨병 환자, 면역 저하자는 감염 시 치명률이 50%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이 균에 감염되면 급성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24시간 내 피부 병변이 발생한다. 피부 병변은 주로 하지에서 시작하고, 병변의 양상은 발진, 부종으로 시작하여 수포 또는 출혈성 수포를 형성한다. 이후 점차 범위가 확대되면서 괴사성 병변으로 진행한다.
호염성세균인 이 균은 주로 해안지역에서 발생하며, 해수 온도가 18℃ 이상일 때 증식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온대·아열대·열대지방의 해수에서 검출되며, 하구 또는 해수, 갯벌, 그리고 각종 어패류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에 주로 염분이 낮고 유기물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발생한다. 그렇지만 수산물은 전국에 유통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환자가 생길 수 있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오염된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경우와 오염된 해수에 피부 상처가 노출되면 감염되고, 사람 간은 전파되지 않는다.
5월∼6월에 나타나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고수온기인 8∼9월에 환자가 급증하므로 해수욕을 즐기고, 수산물 섭취가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익히지 않은 수산물을 먹었거나 해수에 노출된 후 고열이나 피부 부종 등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철 비브리오 식중독 예방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하나로 비브리오 예측시스템(www.vibrio.foodsafetykorea.go.kr)은 비브리오패혈증균에 대한 발생 정보를 예측하여 주요 관광지 및 지점별로 위험 지수(관심-주의-경고-위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여름철 주요 바닷가에 배치한 식중독 신속검사차량에서 횟집 수족관 물의 비브리오균 오염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서 오염된 수산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브리오 식중독을 차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브리오 식중독 예방을 위해 개인별 위생 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
식중독 예방 위생 수칙에는 ▲수산물은 조리할 때 흐르는 수돗물에 2∼3회 깨끗하게 씻기 ▲사용한 도구는 세척, 열탕 처리해 2차 오염을 예방 ▲가급적 85℃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서 섭취 ▲음식을 익힌 뒤에는 바로 섭취 ▲바로 조리하지 않을 때는 5℃ 이하 냉장 보관 ▲횟감용 칼과 도마는 반드시 타 식재료와 구분 사용 ▲상처에 의한 감염 예방을 위해 장갑, 장화 등 보호구 착용 ▲피부에 상처가 있을 때는 해수욕 금지 ▲바닷물 접촉 후 물과 비누로 노출 부위를 깨끗이 씻기 등이 있다.
비브리오패혈증 위생수칙을 생활화하여 비브리오 식중독 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이 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