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대표이사와 부사장 등 책임자 6명이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활용해 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불량 식품 유통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은 ‘아몬드 후레이크’ 등 시리얼 제품 5종에서 대장균군(대장균과 비슷한 세균 집합)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폐기하지 않고 정상 제품에 섞어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동서식품 대표이사 이광복(61)씨 등 책임자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지키지 않은 동서식품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동서식품은 2012년 4월∼2014년 5월 12차례에 걸쳐 충북 진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아몬드 후레이크’,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너트 크런치’ 등 5종에 대한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 42톤 상당을 재가공해 살균한 뒤 새로운 제품에 섞어 28억원 어치(52만개)를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이사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결과 동서식품은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건당국 신고 및 전량 폐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험 우려가 있는 식품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식약처로부터 식품의 원료 구입 단계에서부터 최종 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업체임을 공인해주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지만 이 인증을 받기 위해 식약처에 제출했던 생산 공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가공 과정에서 대장균군이 살균됐더라도 다른 세균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검찰은 전하고 식약처에 동서식품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자가품질검사 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수법으로 만들어진 시리얼 제품은 재가열하는 과정에서 대장균군이 살균처리 돼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으나 현행 식품위생법상 세균이 검출된 제품 자체를 살균처리하는 등 재활용해 시중에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생산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대표이사에게까지 책임을 물어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식품업계에서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