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회장 김석수)이 대장균 시리얼 관련해 뒤늦게 사과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업체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대표 김성훈)는 16일 동서식품 대장균 시리얼 피해자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모집대상은 유통판매 금지 된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버리 아몬드' 등 4개 품목 구매자 및 관련 피해사례이다. 경실련은 이를 통해 향후 법적 검토를 거쳐 소비자 집단소송 등을 전개 할 예정이다.
동서식품은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를 포함한 시리얼 4종의 자가품질검사에서 대장균군(대장균과 비슷한 세균 집합)을 발견했으나 곧바로 폐기하지 않고 오염 제품을 다른 제품들과 섞어 12만 5239㎏을 판매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가공식품에 생산 및 유통 과정 중 실수로 물질이 유입돼도 소비자에게는 크나큰 피해와 위험으로 다가온다"며 "동서식품은 자사의 이익만을 중시해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을 정상제품에 고의로 혼입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서식품은 특히 2010년에도 시리얼 제품에서 동일한 위생 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별도의 자정노력을 하지 않았다. 현재 늘어놓고 있는 변명도 당시와 유사하다"며 "동서식품은 식품업계 7위에 해당하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불량 식품제조기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동서식품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 피해보상 계획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은 물론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이덕승)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식품기업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지적하며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크라운제과 ‘유기농 웨하스’식중독균 검출에 이어 동서식품도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재활용해 판매한 사실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할 식품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단체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식품기업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또 정부의 소홀한 관리감독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자가품질검사제도 허점에 대한 보완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손톱 및 가시를 지적하면서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기업에 내 맡긴 채 소비자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 완화책들은 더욱 식품안전을 우려케 하고 있기에 안전한 식품관리를 위한 식품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회사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충실히 이행되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실효성 있는 자가품질검사제도의 보완 및 Haccp 인증업체에 대한 전면적 재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제가 됐던 크라운제과 역시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세균이 검출된 걸 알고서도 '유기농 웨하스' 제품을 5년간 시중에 유통시켰다.
자가품질검사는 식품 제조회사가 출고 전 식품기준과 규격적합 여부 등을 검사하는 제도로 부적합 제품이 발견되면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 또는 폐기하고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품질검사를 식품업체 자율에 맡기면서 업체가 부적합 검사 결과를 신고 하지 않으면 보건당국이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도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식약처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검찰로부터 관련 사실을 통보받고서야 유통·판매금지, 회수 등을 지시했다. 두 업체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셈이다.
동서식품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도 식약처에 자가품질검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통보하고 법무부에 형사처벌 규정의 보완에 대한 입법을 건의했다.
이에 식약처는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과정에 대해 관리감독과 점검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동서식품 측은 대장균은 식중독균과 달리 살균 과정을 거치면 사라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처하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지난 13일 식약처 발표 나흘만에 공식사과에 나섰다. 동서식품은 이날 주요 일간지에 “고객 여러분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 드립니다”는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부지방검찰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단장 이성희 부장검사)은 서울 마포구 소재의 동서식품 본사와 인천 부평구 소재의 식품연구소 등 2곳에 검찰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자가 품질검사' 관련 서류를 수거하고 있다. 지난 14일 동서식품 진천공장 압수수색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되는 압수수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