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라벤 치약'. '어린이발암물질 치약' 등 의약외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 늦장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식약처가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끌려 다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군ㆍ의성군ㆍ청송군)은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파라벤 및 트리클로산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치약 리스트를 공개하고 소비자안전을 우선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가 업체들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2년 5월 의약외품의 안전성 검토를 위해 '의약외품 미래발전 전략협의체'을 만들었다. 이 협의체는 의약외품 업체 관계자와 식약처 국․과장 등 공무원으로 구성됐다.
협의는 업체 관계자가 별도의 자료조사 분임조를 조직해 국내외 관계 법령을 조사․검토하고 현행 규정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을 식약처 공무원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LG생활건강이 전체를 총괄하고 회의 장소도 주로 이 회사의 광화문 빌딩에서 개최됐다.
회의에서는 의약외품 재평가, 허가 갱신, 표시지침,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 GMP) 등이 논의됐는데 대부분 업계 부담을 이유로 규제를 반대하거나 보류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단적으로 업계는 의약외품이 의약품에 비해 안전하고 유해 사례가 거의 없고 재평가가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약외품 재평가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또한 의약외품은 인체에 대한 부작용이 약하고 그동안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품목허가 갱신제도의 도입도 반대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규제 대상이 되는 업계의 의견이나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규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불필요한 규제의 남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지만 규제기관이 규제안을 만들고 그 안을 보완하기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식약처처럼 업계 관계자들이 먼저 안을 만들고 규제기관은 업체의 논리를 주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앞뒤가 뒤바뀐 협의 방식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안전성과 유효성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해서 필요하고 당장의 업체 부담 증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의약외품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식약처는 업계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는 그동안의 관행과 인식을 과감히 개선하여, 소비자 보호와 안전성 및 유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의원은 파라벤 및 트리클로산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치약 리스트를 홈페이지 의정자료실(http://www.kimjaewon.or.kr/pr/pr_01.asp)에 공개했다.
김 의원이 식약처의 치약 허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파라벤 성분이 함유된 치약은 1310개,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73개이지만 파라벤과 트리클로산 성분 둘 다 포함하지 않은 치약도 1133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보면 유한양행, 장인제약, 동성제약 등 37개 업체는 파라벤 및 트리클로산을 전혀 함유하지 않은 치약(79개 품목)만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다단계 마케팅업체라도 한국암웨이의 치약에는 파라벤이 함유돼 있지만 더블류네트웍스의 치약에는 파라벤 및 트리클로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애경산업의 경우 파라벤 성분 함유 치약은 8개, 트리클로산 성분 함유 치약은 1개였지만 두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치약은 119개로 훨씬 많았다. 반면 엘지생활건강의 경우 파라벤 성분 포함 치약은 200개로 두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치약 21개 품목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엘지생활건강의 경우 트리콜로산 성분을 포함한 치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파라벤과 트리콜로산 성분의 유해성 논란으로 식약처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치약업체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가 파라벤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트리콜로산 성분은 아예 기준조차 정하고 있지 않아 애꿎은 소비자와 치약업체들만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정부에 의약외품에 대한 유해성분 기준 마련과 성분 표기 규정 강화 및 정기적인 안전성․유효성 재평가를 다시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