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복지부가 담뱃값에서 걷어 들인 예산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를 확인한 결과, 복지부가 담뱃값에서 걷어 들인 건강증진기금으로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구축 사업’에 990백만원을 신규 편성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복지부는 이 사업의 목적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등 원격의료의 제도적 기반구축을 통하여...”라고 명시해 이 사업이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임을 분명히 했다.
예산의 세부 내용으로는 원격의료 이용 현황 조사 및 데이터 DB관리에 350백만원, 원격의료 활용모델 개발에 370백만원, 원격의료 책임소재․정보보호․기기관리기준 마련 등의료제도 정비에 230백만원, 원격의료 제도화 추진 사업운영에 40백만원 등이다.
현재도 건강증진기금의 대부분을 금연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함에 따른 문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의료영리화 논란을 빚고 있는 원격의료 예산까지 기금에 포함시킨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담뱃값을 올린 돈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이 정말 황당하다”며 “이 정부가 담뱃값을 올려 제 멋대로 사용하겠다면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며 건강증진기금의 목적 외 사용을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처럼 건강증진기금의 목적 외 사용이 지나치게 증가함에 따라 예수금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대로 가다간 기금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공공자금 관리기금 예수금 및 이자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말 예수금은 총 1조737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이자만 159억원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전제하고도 증진기금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5년에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4600억원을 추가로 빌릴 예정에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 상환할 이자만 496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빌린 금액은 7년 거치로 상환하도록 돼 있어 첫 상환이 시작되는 2018년에는 2011년에 예수한 원금 700억원과 이자를 포함해 약 1200억원을 지급해야 하고 2019년에는 원금만 2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4년 기금예산이 2조30억임을 감안하면 원금만 10%가 훨씬 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함으로 기금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금 건강증진기금을 조정하지 않으면 이 정부는 빚내서 쓰면 되지만 다음 정권은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건강증진기금의 목적외 사용을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복지부가 '정신의료기관 평가’와 ‘의료 IT융합 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 등 국회 상임위 및 결산 지적사업을 포함해 R&D 사업 등 총 2120억원 상당의 15개 사업을 일반회계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