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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음료일수록 세금 더”...‘설탕부담금’ 3단계 차등 과세안 제시

박은철 연세대 교수, 리터당 최대 300원 부과 ‘영국식 모델’ 벤치마킹
100㎖당 당 8g 넘으면 최고세율 적용…청소년 비만율 급증 차단 목적
연간 2,276억 원 재원 확보 전망, 건강 증진 및 만성질환 연구에 투입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탄산음료 등 가당음료의 당 함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청소년 비만율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탕이 많이 든 음료일수록 더 높은 부담금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서 박은철 교수는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3단계 차등 과세안을 제시한다.

 

제안된 안에 따르면 100㎖당 당 함량이 5g 미만인 제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5g 이상 8g 미만은 리터(L)당 225원, 8g 이상은 L당 3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이는 2018년 영국이 도입한 ‘소프트드링크 산업부담금’과 동일한 방식이다. 해당 제도는 제조 과정에서 설탕, 액상과당, 시럽, 꿀 등 단당류와 이당류가 첨가된 모든 비알코올 음료를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부담금은 제조사와 수입업자가 납부한다.

 

영국은 제도 도입 이후 가당음료를 통한 하루 당 섭취량이 15.5g에서 10.8g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를 근거로 “국내 도입 시 연간 약 2276억 원 규모의 부담금이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설탕부담금 도입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청소년 비만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 일일 설탕 공급량은 약 140g으로 권장량의 최대 5.6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가당음료를 통한 당 섭취는 10~18세 청소년층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에너지음료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 도입 시 소아·청소년의 가당음료 소비 감소와 비만율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재원은 건강증진 사업과 식생활 개선 캠페인, 만성질환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은 센터장은 해외 사례를 분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가당음료세를 종량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 억제 효과를 높이려면 가격 비례 방식보다 당 함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소비자가 생수 등 대체 음료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설탕부담금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박성진 실장이 발표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가당음료 부담금에 대해 찬성 38.3%, 반대 40.0%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음료 가격 상승 시 과자 등 다른 당류 식품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응답은 68.8%에 달했다.

 

박 실장은 “소비 변화를 유도하려면 최소 10~20% 이상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며 “물가 상승과 형평성 문제 등 불확실성을 고려한 정교한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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