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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냉장고 좀 봐요” 외치던 백종원…자사 식자재 창고는 무방비

더본코리아, 예산 축제서 소비기한 경과 식자재 사용 의혹
논란 창고, 출입 통제·점검 모두 ‘구멍’…경찰 수사 본격화
위탁 창고에 소비기한 경과 식자재 방치…위생 관리 '사각지대'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이고 더러워라. 냉장고 좀 봐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에서 타 업장의 위생 상태를 지적하던 백종원 대표가 정작 자사 창고의 식자재 위생 관리에는 허술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더본코리아가 운영에 참여한 충남 예산군 지역축제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사안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축제 당시 사용된 창고는 누구나 출입 가능한 ‘무관리’ 상태였고, 폐기되지 않은 식자재 방치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은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가 지난 13일 공개한 영상에서 불거졌다. MBC 출신 김재환 PD는 해당 영상에서 더본코리아가 지역 축제를 “프랜차이즈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브랜드 테스트와 식자재 유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폭로했다.

 

영상에는 2024년 10월 예산군 삼국축제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식자재 사진이 포함돼 있으며, 불고기 소스, 마요네즈, 콜드브루, 오징어튀김 등 유통기한이 수개월 이상 지난 제품도 다수 포함돼 논란을 키웠다. 예산의 한 상인은 “같은 창고를 사용했는데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며 “사진으로 증거를 남겼다”고 증언했다.

 

 

본지 취재 결과, 예산군은 관련 민원과 제보를 바탕으로 예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군 위생과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2024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맥주페스티벌과,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삼국축제 기간 중 한시적 식품영업 신고를 통해 축제장 내 음식 부스를 운영했다”며 “수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산군 역시 이번 사안에서 행정 관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산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국축제에 사용된 식자재는 현장에 마련된 냉장고 외에도 별도 보관 창고의 냉장 구역에 보관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축제 먹거리 운영 전반을 더본코리아에 위탁했고, 현장 위생 점검만 진행했을 뿐 식재료 보관 창고까지는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며 “그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축제에 사용되는 식자재가 현장 밖 창고에 다량 보관되고 있음에도 정작 그 공간은 위생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식중독 등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축제 식자재의 이동·보관·폐기 전 과정에 대한 점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상 속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식자재 보관창고는 예산군 소재 예당유통의 시설로, 더본코리아가 월 보관료를 지불하고 냉장·냉동 식자재를 보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창고는 출입 제한이 없고, 소비기한 확인이나 정기 점검도 이뤄지지 않아 보관·위생 책임이 실질적으로 공백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군 소재 유통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예산뿐 아니라 남원 등 타지역 축제 후에 남은 식자재를 이 창고에 다시 보관해 왔다”며 “더본코리아에서 식재료를 구입했다면 누구나 출입 가능한 구조이며,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가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폐기되도 한다”고 밝혔다.

 

축제 이후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가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은 단지 더본코리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관계자는 “더본은 삼국축제에서 각 부스 운영자들에게 식자재를 납품했고, 이후 그들이 남은 재고를 따로 보관할 곳이 없어 예당유통 창고로 옮겼다”며 “더본이 판매한 이후에는 각 업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창고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무관리 상태였고, 식자재의 소비기한이나 소유자조차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맡긴 건지도 몰라 그냥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까지도 행사 끝나고 가져오고 그대로 놔둔 제품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책임 떠넘기기 논쟁을 넘어 축제 식자재 보관·관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기한 경과 여부를 떠나 식자재가 ‘불특정 다수’에 의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규모 축제 위생안전의 심각한 사각지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이 판매 목적으로 보관됐는지가 위법 판단의 핵심”이라며 “입고 시점, 사용 여부, 대체 재료 유무 등 종합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는 본지에 보내온 입장에서 “예산 내 식자재 창고는 시장 상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며, 더본코리아도 임대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창고 사용에 대한 이전을 검토 중이며, 식자재 보관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백종원 대표는 과거 방송에서 “냉장고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영세 업장들의 위생을 질타해온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이 운영하는 축제와 관련된 식자재 보관 창고의 실태는 그 발언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소비자 신뢰와 위생 책임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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