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림과 동우가 자녀가 대표로 있는 계열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덩치를 키우고 그 회사를 지배구조 정점에 세워 상속을 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3일 기업지배구조 컨설팅 업체 네비스탁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닭고기 전문업체 동우의 최대주주 집단에 '나농'이라는 회사가 새롭게 추가됐다. 나농은 지난 2007년 설립된 사료 제조·매매업체로 현재 이 회사의 대표자는 김동수 이사의 아들 김재윤씨다.
동우는 양계 및 축산물의 제조 가공 및 판매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1993년에 설립돼 2006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닭고기 관련 사업을 계열화해 앙계, 종란, 부화, 사육, 가공, 판매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총 자산 규모는 약 1523억원, 연 매출 200억원이 넘을 만큼 제법 탄탄하고 안정적인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김동수와 김동수가 최대주주로 있는 군산도시가스 등이며 지분율은 약 55.55%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나농이 보유한 동우의 지분은 2.98%(68만980주)다. 이 지분은 원래 동우의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김동수씨의 형제 김동환씨가 보유했던 것으로 지난 2월 나농이 시간외 매매로 사들였다.
엄상열 네비스탁 연구원은 "김동수 이사가 아들이 대표이사로 있는 소규모 회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성장시켰고 상속을 목적으로 이 회사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세웠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나농은 설립 당시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였다.
그러나 동우로부터 매년 800억∼1000억원대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한 차례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나농의 자산총계는 거래로 발생한 이익잉여금 280억원을 포함해 모두 79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매년 수십억원의 이익을 달성하고 있지만 배당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나농의 790억원의 자산 중 약 91억원은 투자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투자자산은 참프레 23억원과 군산도시가스 65억원 등이다. 나농은 동우와의 거래를 통해 축적한 이익을 바탕으로 동우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현재 나농은 동우의 주요주주이자 참프레의 3대 주주(지분율 3.4%)이며 군산도시가스의 2대 주주(25.3%)다.
참프레는 아버지 김동수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동우의 핵심 계열사이고 군산도시가스는 동우의 2대 주주다.
나농은 동우와의 거래를 통해 축적한 이익을 바탕으로 동우의 핵심 계열사인 참프레의 지분을, 그리고 동우와 참프레의 2대주주인 군산도시가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닭고기 업계 1위 하림도 지배구조상 동우와 유사한 문제점이 있다.
하림그룹은 가금사업을 영위하는 하림과 양돈사업의 서진, 홈쇼핑 회사인 NS쇼핑, 사료기업인 제일사료 등 닭과 오리, 양돈 등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국내외 계열사가 78개에 달할 정도로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림그룹은 김흥국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김흥국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림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에 불과하다.
현재 하림의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지분율 47.8%)다. 제일홀딩스의 주요주주는 김홍국 하림 회장(7.3%)과 한국썸벧(6.9%)이다.
제일홀딩스의 2대주주 한국썸벧은 지난 1999년 설립된 동물약품제조업체다. 3대주주는 올품이라는 계열사로 약 1.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4대주주는 김홍국 회장의 배우자로 알려진 오수정 씨가 약 1.12%를 보유하고 있다.
김준영씨가 소유한 올품이라는 회사가 한국썸벧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데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김준영씨는 김홍국 회장의 자녀다. 결국 아들 김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 구조로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다.
올품은 지난 2012년 말 제일홀딩스와 농수산홀딩스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취득해 제일홀딩스의 3대 주주에 올라섰고 그 즈음에 올품의 최대주주가 김홍국 회장에서 아들 김준영씨로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김준영씨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하림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얻었다.
엄 연구원은 "한국썸벧과 나농 모두 기업 규모가 크지 않지만 각각 하림과 동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다가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림과 동우는 상장사로서 주주를 위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사료(나농)나 약품(한국썸벧)처럼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오너 일가가 사익을 위해 취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