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아토피 가진 막내딸이 있는데 라면을 먹을 때마다 입 주변이 빨개지고 반점이 생겼다”며 “좋은 재료로 라면 수프를 대신해 딸에게 줬더니 아토피가 안 생겼다" (2021년 The 미식 장인라면 출시 당시)
"아토피가 있던 막내딸이 라면을 좋아해서 데리고 나가 라면을 사먹이고 들어오면 아이 입술이 부르트고 볼이 빨개져 번번히 집사람의 핀잔을 듣곤 했다. 당시 회사 R&D팀에 부탁해 닭고기를 끓여 농축한 라면스프를 직접 만들어서 기존 라면 스프를 대신해 라면을 끓여줬더니 맛있게 먹으면서도 아토피 문제가 없어졌던 기억이 난다"(2023년 푸디버디 출시 당시)
최근 하림의 신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아토피'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The 미식 장인라면, 푸디버디 등 신제품 론칭 행사에 참석해 아토피로 고생한 막내딸의 사례를 들며, 이들 제품이 마치 아토피에 안전한 식품인 것처럼 맘심(Mom心)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아토피성 피부염 관련 효능.효과에 증명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이를 연결시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새 브랜드 '푸디버디'를 론칭하고 간담회를 갖었다. 푸디버디는 어린이 브랜드로, 즉석밥 3종, 라면 4종, 국물요리 5종, 볶음밥 5종, 튀김 요리 5종, 핫도그 2종 등 총 24종이 출시됐다. 주력 상품은 라면으로 기존 라면의 나트륨 수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개발돼 아이들에게도 마음놓고 먹일 수 있다는 컵셉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홍국 회장은 "아토피로 라면을 못 먹는 막내를 위해 장인라면을 만들었듯이, ‘찐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만든 브랜드”라며 "아토피를 앓았던 막내딸을 위해 R&D팀에 부탁해 직접 라면 수프를 만들기도 했다. MSG, 향미제 등을 빼고 고기를 직접 끓여 만들었더니 아토피 증상이 사라졌다"며 푸드버디 론칭 배경을 전했다. 아토피와 해당 상품의 효능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문맥을 연결, 소비자를 오인케 할 소지를 만들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피부 습진 질환으로 천식, 알레르기 비염, 만성 두드러기와 함께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이다. 가공식품 인공 색소, 방부제, 인공 감미료 등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은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더 미식 장인라면 출시행사 당시에도 "막내딸이 라면을 먹으면 아토피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라면 가루스프에 인공 재료가 많이 들아가서였다"면서 "(장인라면은) 막내 딸이 먹어봤지만 아토피 증상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의 이같은 발언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므로 질병의 예방,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식품에 특정질병을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 자체가 해당 제품은 아토피 환자에게 괜찮고, 다른 제품은 좋지 않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확한 임상데이터도 없이 김 회장의 주관적인 관능 평가에 의지한 제품 개발 과정을 그대로 홍보한 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질병의 예방.효능.효과로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는 누구든지 할 수 없도록 표시광고법에서 정하고 있다. 이는 식품표시광고법 제 8조에 따라서 위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림 측은 아토피에 대한 효능.효과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림은 장인라면 등 라면제품이 아토피 관련 임상데이터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고 "(김홍국 회장님이)개발과정에 대해서 말씀 하셨고, 아토피를 앓고 있는 막내딸을 위해서 장인라면도 개발하는데 영향을 끼친거고, 푸디버디 역시 타켓층이 장인라면과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 감안해서 어린이용 라면을 만들게 됐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개발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거지, 그 라면으로 인해서 질병이 사라진거나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