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2025년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을 기대했던 경제는 내수와 수출, 성장 지표 전반에서 둔화 흐름을 보였고, 고물가 기조는 일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서도 식료품·외식비가 체감 물가 상승의 최상위 항목으로 나타나며, 먹거리 부담이 서민 생활에 직격탄이 됐음을 보여줬다.

기업 환경 역시 녹록지 않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가격 인상 압력이 커졌고, 원가 흡수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버티기의 한 해’를 보낸 셈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2025년 소비 트렌드는 분명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새로운 자극보다 검증된 장수 제품, 저당·저염·저칼로리 등 건강 중심 제품, 그리고 지역 농산물과 스토리를 담은 로컬·지역성 강화 제품이 소비자 선택의 중심에 섰다. 불황기일수록 신뢰와 가치가 분명한 제품에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푸드투데이는 이러한 흐름을 객관적으로 짚기 위해 연중 취재와 시장 분석을 통해 소비자 반응과 판매 동향, 유통 채널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히트상품 선정 과정에서는 학계, 소비자단체, 식품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제품의 완성도와 시장 파급력, 트렌드 적합성을 다각도로 검증했다.

이번 히트상품 선정은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에 던지는 의미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푸드투데이는 앞으로도 소비자 선택을 통해 식품산업의 변화와 방향을 꾸준히 짚어 나갈 계획이다.<편집자주>

“도파민 터지는 매운맛”…지역상생으로 완성한 오뚜기 ‘더핫 열라면’

오뚜기(대표 황성만)의 대표 매운맛 라면 ‘열라면’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더핫 열라면’은 강렬한 매운맛과 지역상생 스토리를 결합해 2025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더핫 열라면’은 오뚜기와 경북 영양군이 행정안전부와 함께 체결한 업무협약에서 출발했다. 영양군은 인구 약 1만5천 명(2024년 기준)으로 전국 인구소멸 위험 지역 2위에 해당하는 곳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가 고추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오뚜기는 이 지역의 대표 농산물인 영양고추에 주목해 신제품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상생 모델을 모색했다.

오뚜기는 기존 대표 매운맛 브랜드인 ‘열라면’에 영양고추를 적용하면 제품 경쟁력과 지역상생 스토리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더핫 열라면’이다. 이 제품은 명품 영양고추를 중심으로 베트남 하늘초, 캐롤라이나 리퍼, 부트 졸로키아, 하바네로 등 총 5가지 고추를 황금비율로 배합해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인위적인 자극이 아닌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매운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운맛의 강도도 확연히 높였다. ‘더핫 열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7,500 SHU로, 기존 열라면(5,000 SHU) 대비 약 1.5배 강하다. 강렬한 매운맛으로 이른바 ‘도파민 터지는 매운맛’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이후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봉지면과 용기면을 합산한 누적 판매량은 600만 개를 돌파했다. 별도의 TV 광고 없이도 제품 품질과 지역상생이라는 메시지가 소비자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확산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마케팅 역시 제품 콘셉트에 맞춰 차별화했다. 오뚜기는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광고와 세계적인 비트박서 윙(WING)의 대표곡 ‘도파민(DOPAMINE)’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도파민 터지는 매운맛’이라는 USP를 강렬하게 전달했다. 여기에 힙합 아티스트를 연상시키는 영양군 농부 캐릭터를 개발해 지역상생 스토리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오프라인 접점도 적극 확대했다. 용산역사에 팝업 부스를 운영하며 현장 이벤트와 샘플링을 진행했고, 팝업스토어 내에서는 ‘영양고추 빛깔찬 고춧가루’를 함께 판매해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에도 힘을 보탰다.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에 참가해 더핫 열라면과 영양고추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구매 인증 소비자에게 영양군 한옥 숙소 숙박권을 제공하는 등 지역 관광과 연계한 프로모션도 전개했다.

‘더핫 열라면’은 단순히 더 매운 라면을 넘어 제품 경쟁력과 지역상생 가치를 동시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오뚜기가 진정성 있는 지역 협업을 통해 만든 이 제품은 2025년 라면 시장에서 매운맛 트렌드의 방향을 제시한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