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푸드TV] GMO 완전표시제, 국민 알 권리와 산업계 부담 사이…현장 쟁점과 해법

시민사회 “20년 넘게 이어진 국민 염원…완전표시제 알 권리 보장의 출발점”
학계 “표시대상 확대·업종 예외 삭제·혼입률 강화…국제 기준 맞춘 제도 개선 시급”
산업계 "“Non-GMO 전면 대체 불가피…물가 상승·수급 불안, 한국 현실 맞지 않아”
식약처 “과학적 사실 기반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합의 병행…4대 추진방향 마련”

[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 기자] “20년 넘게 국민이 요구해 온 GMO 완전표시제, 이제는 도입해야 합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와 식품안전정보원이 공동 개최한 ‘GMO 완전표시제 정책과 이슈’ 포럼 현장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대만도, 중국도, EU도 하는데 왜 한국만 못하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내놨다.

국회 논의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은 ▲DNA·단백질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GMO 원료 사용 시 표시 의무 ▲Non-GMO 자율 표시 허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9월 11일 법사위 상정 과정에서는 제외됐다. 국회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원료 가격 상승, 관세 문제 등을 이유로 완전표시제 시행 시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시민사회 “알 권리가 핵심”…청원·행진으로 이어진 20년 염원

 

이날 포럼에서 시민사회는 20년 넘게 거리 행진과 청원으로 이어온 요구처럼 “GMO 완전표시제는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GMO 완전표시제 요구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국민적 염원”이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거리 행진과 청원운동이 시작됐고,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21만 명 이상이 참여해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했다”며 “이는 먹거리 분야 청원 중 유일하게 20만 명을 넘은 사례로, 국민 요구의 상징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또 “최근 식약처 조사에서도 국민의 78% 이상이 ‘GMO 원료 사용 시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이 수치는 GMO의 안전성 여부를 떠나 국민 다수가 알 권리를 원한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행 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지금은 최종 제품에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을 때만 표시하도록 돼 있는데, 기업들은 이를 피할 수 있는 식품군에만 GMO 원료를 사용한다”며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해 원료 사용 여부 자체를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GMO 완전표시제는 정권과 정당을 초월해 역대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이라며 “산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국민 요구를 제도화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 “표시대상 확대·혼입률 강화 필요”…국제 기준과 차이 드러나

 

학계는 “표시 대상 품목 확대와 혼입률 기준 강화가 필요하며, 이는 한국이 국제 기준과 여전히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현행 GMO 표시제는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며 제도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먼저 “표시 대상 품목을 단순히 수입 승인된 7개(콩, 유채, 면화, 옥수수, 알팔파, 감자, 사탕무)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실제로 미승인 GM작물이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2023년)도 있는 만큼 연구·개발 단계이거나 안전성 평가가 진행 중인 품목까지 표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업종별 예외 규정 문제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제과점 등 외식·판매업종은 원산지 표시는 의무지만 GMO 표시는 면제돼 소비자가 GMO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가구당 외식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예외는 표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의도적 혼입률 기준을 현행 3%에서 국제 수준인 1% 이하로 낮출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제도 도입 당시 이미 1% 기준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3%라는 기준은 기업에는 ‘그 정도는 괜찮다’는 관행을, 소비자에게는 ‘표시가 없으면 GMO가 없다’는 과신이나 ‘최소 3%는 섞여 있을 것’이라는 불신을 동시에 낳는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표시 품목 확대, 업종 예외 삭제, 혼입률 강화는 모두 소비자의 선택권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는 EU, 대만, 러시아 등이 ‘원료 중심 완전표시제’를 택해 DNA나 단백질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표시를 의무화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성분 잔존 표시제’를 채택해 최종 제품에 GMO 성분이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 의무가 없다.

 

정부 “과학적 사실·사회적 합의 병행”…4대 추진방향 제시

 

이호동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은 “완전표시제는 소비자·산업계·학계·정부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 사안”이라며 ▲국민 인식 개선 ▲사회적 합의 도출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국내 산업 보호 등 4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막연한 불안이 아닌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하며, 원료 수급 불안·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GMO 완전표시제 도입 반대 "물가 급등·수급 불안 불가피"

 

산업계는 ▲원료 수급 불안 ▲비용 상승 ▲국내 산업 역차별 가능성 등을 이유로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는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사실상 Non-GMO 원료로 전면 대체할 수밖에 없어 국내에서 GMO 원료는 사실상 퇴출된다”며 “이 과정에서 간장·전분당·식용유 등 기초 가공식품부터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GMO와 Non-GMO 원료 간 가격 차이는 20~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대두 7.5%, 옥수수 0.7%에 불과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Non-GMO 원료를 특정 국가(예: 우크라이나)산에 의존할 경우 공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곡물 수급 구조상 EU식 완전표시제는 한국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제도 도입의 성급함을 지적했다.

 

GMO 완전표시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는 시대적 요구이자 동시에 원료 수급과 물가 안정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부담이 얽힌 사안이다. 포럼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해관계자 간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국회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는 GMO 완전표시제 개정안이 이번에는 제도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다시 사회적 합의의 벽에 가로막힐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8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