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좀 모이는 곳이나 관광지에는 못 먹고 죽은 귀신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음식점이 즐비하다. 여행 계획을 잡을 때에 목적지 주변의 맛 집 검색은 이제 기본이 됐고,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방영된 음식점은 줄을 서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들 때처럼 못 먹어서가 아니다. 요즘에는 맛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자 문화가 됐다. 사실 삶에서 먹는 즐거운 만큼 큰 게 어디 있겠는가? 가계 소득이 높아질수록 식료품비의 비중이 감소한다는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는 이제 옛 이론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기준 우리나라 식품 및 외식산업 규모는 약 192조원 정도다. 전체 제조업 중에서 식품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9%로 우리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식품·외식산업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행법을 보면 국가가 식품·외식산업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 지 알 수 있다. ‘기본법으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있고, 식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다양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9일 전북 고창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출된 항원은 H5N6형으로 직전에 발생해 역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것과 동일한 유형으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에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습지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고병원성 AI 확진에 따라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전국의 모든 가금 사육 농가에 심각단계라 할 수 있는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으며, 전국 가금농가 및 축산관련시설에 대해 일제 소독을 실시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번 AI 발생했을 때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정권과 농식품부장관이 바뀌고 난 후 처음으로 발생한 것인 만큼 정부의 대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은 유정복 장관 이후 6년여 만에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다. 이동필 장관과 김재수 장관 당시에는 고병원성 AI 대응에 무능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김 장관의 시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번 고병원성 AI를 제대로 수습하고 예방에 성
대학시절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늦은 시간이면 혼자서 집 앞에 있는 치킨 집을 자주 찾았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들이 없어서 주인아저씨와 치맥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그 분은 당시 나이가 예순 정도 됐고, 직장을 다니다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치킨 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분과 정이 들대로 들 무렵에 도저히 장사가 안된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에 치킨 집 하나가 다시 생겼고, 그 집에 단골이 돼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때 어떻게 하면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치킨 집 옆에 치킨 집이 생기고, 생긴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폐업되는 게 다반사다. 어디 치킨 집뿐인가? 이게 마치 최근의 일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20년도 더 된 일이다. 물론 경제 상황으로 보면 그 때는 지금보다 심각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에 따르면 OECD 국가를 포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 안으로 고향세 도입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2019년에는 고향세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국무총리까지 나서 추진 계획을 밝혔으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고향세 관련 법안 처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향세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고향을 위해서 납부하는 세금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고향을 위한 자발적 기부금’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우리가 말하는 고향세는 일본에서 쓰는 고향세란 용어를 그대로 차용해 쓰고 있는 것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정확한 의미라고 할 수도 없다. 분명 일본에서도 세금개념은 아니다. ‘고향 기부금’ 정도의 용어로 부르는 것이 맞다. 필자는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근무할 때 고향세법안을 추진해 ‘농어촌발전을 위한 공동모금 및 배분에 관한 법률안’을 직접 성안한 바 있다. 당시에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 등에 대한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이라 함)에 대한 개정안을 만드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기는 했지만 기부금법의 소관 부처인 행정자치부가 기부금품법 개정에 부정적이었기
요즘 TV를 보다보면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소위 ‘먹방’이 대세인지는 이미 오래 됐고, 채널을 돌리기만 해도 음식을 만들거나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맛있는 곳이라면 좀 멀고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지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마다 제철 농수산물이나 특산물 등을 소재로 한 음식 축제를 연다. 홍성 남당항이나 안면도의 대하축제, 서천이나 광양의 전어축제, 화천 등의 산천어 축제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지역의 축제에 가보면 우리가 쉽게 먹어볼 수 없었던 음식을 접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멀리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는 딱히 전통음식이라 할 것도 없고, 농사를 짓는 곳도 아니니 특산물이란 게 있을 수도 없으니 음식과 관련된 축제를 연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서울은 전국의 모든 음식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각 지역의 음식 맛을 평균적으로 변화시키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울의 맛’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고, 그에 따른 축제를 열만도 할 것이다.
현대인은 차 한 잔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점심을 마치고는 거의 주문하자마자 나오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가야 한다. 길거리에서 커피 가득한 1회용 컵을 들고 있는 모습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가 대세로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차를 마실만한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이나 사무실에서조차 제대로 된 차를 마실만한 여유를 갖는 것은 웬만해서는 결코 쉽지 않다. 기껏 차를 마신다 해도 티백(tea bag) 정도다. 차향을 느낄만한 차를 마실만한 기회는 거의 없다. 차를 접하는 게 왜 그리 어렵게 됐을까?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형식에 치우쳤던 차 문화, 발효하지 않은 녹차 중심, 저렴하지 않은 찻값,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차 제품의 한계, 차를 마실만한 여유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차를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차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조차 커피처럼 차를 쉽게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일상에서 차를 마시는 게 습관처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