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기자] 김치 리소토, 블루베리 식혜, 봉골레 칼국수 등 다양한 퓨전 한식이 넘치고 있다. 한식에 기초적인 베이스가 되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활용한 퓨전 한식은 단순한 조리법 변형이 아닌 새로운 맛과 문화를 결합하는 창의적인 음식 트렌드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식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하는 전통사상과 깊이 연결돼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식재료, 그릇, 조리법이 바뀌었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먹는 풍경부터 현재 혼밥까지 식사의 인구수도 변하고 있다. 고대시대부터 조선시대와 현대사회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먹는 한식은 해외에서도 300조 규모에 곳곳에 1만 5000개의 한식당을 목표로 현지인 입맛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퓨전메뉴와 한식의 전통메뉴들이 성장하고 있다. 푸드투데이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우리 식생활의 시발점이 되는 한식이 어떻게 시작됐고, 오늘날 한식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주>
한반도 민족이 뿌리내릴 때 부터 태동한 '한식'
한식은 구석기 시대로부터 내려져 오는 고유의 조리법이나 유사한 조리방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음식과 이와 관련된 유.무형의 자원, 활동 및 음식문화를 총칭한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식생활 역사는 한반도에 민족이 정착한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되지만 곡류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기타 식품을 반찬으로 하는 주·부식의 식사 형태가 태동된 것은 신석기 후기 농경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곡물로 밥을 지어 주식으로 하고 기타 식품들을 부식으로 하는 식사 유형은 고려 후기에 정립되며, 조선 시대는 한국인의 식생활 전통이 정비돼 음식 문화의 꽃을 피우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와 같은 고대 한국의 문헌에서도 언급되는 전통적인 발효음식인 된장, 고추장, 간장문화는 조선시대 이후 염장, 효모, 균과 기후, 환경에 의해 항아리나 독에 담아두는 보편적인 발효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조선시대는 유교적 가치관이 중요한 시대였기 때문에 한식 또한 그에 맞춰 단정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였고, 고유의 조리법이나 식사 예절을 중시했던 시기였다.
식문화에 기초라 볼 수 있는 쌀은 기원전 약 1000년 전 중국으로 부터 들어와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부터 먼저 재배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쌀의 품종 중 야생 벼가 자생하고 있던 지역에서 재배가 시작됐고 그 후 벼농사는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됬다. 보리도 같은 시기에 주식보다는 식량 보조 재료, 술을 빚는데 사용됐다.

도시화·세계화로 진입하는 1900년대 한식문화
1880년대 부터 1900년대 전통 한식에서 서양과 중국, 일본 등 국가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근대적 외식업이 1940년대 초반 정착하게 된다. 이 시기는 한식에서 서양과 중국, 일본 등 국가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이후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의 인구 이동과 밀가루의 보급으로 인해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이농과 도시화가 본격화된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도시화·세계화로 진입하는 1990년대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시대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덮밥이나 일본식 면 요리 본격 유입되면서 식사시간과 예절이 바뀌게 됐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소고기를 활용한 요리가 상류층 사이에 유행했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채식 중심의 식문화가 이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식량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한식의 간소화됐고, 김치, 밥, 국 등 기본적인 음식들 중심에 식문화가 이어졌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의 영향으로 인해 햄버거, 핫도그, 콜라와 같은 서구식 패스트푸드와 음료가 유입, 서구화된 식문화가 발전하게 됐다.
돌에서부터 스텐인레스까지 '식기의 역변'
한국의 최초 그릇은 구석기 시대의 토기로 추정된다. 청동기 시대 금속으로 만든 그릇이 등장하면서 점차 다양화됐고 식량보관, 조리, 제사의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구석기 시대 돌, 뼈, 나무 등의 재료를 사용해 도구를 만들거나 간단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릇은 흙을 빚어 만든 토기가 주요 형태였으며, 불에 구운 토기는 주로 식량 저장이나 조리에 사용됐다. 초기에는 단순한 형태의 그릇들이었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그릇이 등장하게 됐다.
흙을 빚어 만든 사기그릇과 놋으로 만든 유기그릇은 일반적으로 자기는 여름용으로, 유기는 겨울용으로 분류해 단오부터 추석까지는 사기그릇을 사용하고, 추석부터 단오 이전까지는 유기그릇을 사용했다. 승려는 주로 목기를, 일반 서민은 옹기라 불리는 투박한 그릇을 사용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발효음식의 발달에 따라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와 김치를 저장하는 옹기도 바뀌게 됐다. 수분이 통과하지 못하지만 미세한 구멍을 통해 공기의 순환돼 내용물 발효가 잘 되는 장기 보존 가능한 옹기가 이 때 등장했고, 이후 옹기의 과학적 원리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김치 저장고인 김치냉장고가 옹기를 대신하고 있다.
백자와 청자, 자기도 조선시대부터 발달해 조선 중기 왕실과 상류층에서 사용했다. 질그릇인 서민들이 실용적인 목적을 중시하는 풍조로 인해 발달하게 됐다.
1900년대를 접어들면서 일본의 영향으로 유리 그릇, 도자기, 금속 그릇이 혼합돼 사용됐으며 일본식 도자기, 도금 그릇이 등장했다. 그릇의 생산방식도 수작업에서 기계화가 도입되면서 가정에서는 서양식 그릇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산업화에 따라 유리 그릇, 플라스틱 그릇 등이 대중화됐고 그릇의 재질과 디자인에 있어 다양성이 강조됐다. 미니멀리즘과 모던 디자인이 주를 이루며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유리, 세라믹 등 다양한 재질의 그릇이 사용됐다.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로 된 다양한 일회용 그릇과 대형 식기 세트들이 가정에서 사용되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대 '세계 속 한식' 화려한 비상
한식의 첫 해외 진출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를 기점으로 국내 본격적인 해외진출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1970년부터 1980년대에 들면서 미국 내에서 한식의 인지도를 높여갔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식당들이 늘어나면서 미국 내 한식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불고기와 비빔밥 등 메뉴가 현지인에게 친숙해졌다. 같은 시기 일본에도 전파된 한식은 김치와 불고기가 일본식 바비큐와 결합해 레스토랑 형식으로 발전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K팝, K드라마와 같은 한류콘텐츠의 확산으로 인해 한식의 진출이 더 활발해졌다. 불고기 피자, 김치 타코와 같은 퓨전 요리가 등장하면서 한식은 더욱 다채로운 형식으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지 매체에도 활발히 소개되는 등 한식은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한식은 건강과 웰빙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식진흥원이 2023년 주요 18개 도시에 거주 중인 20~59세 현지인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가장 먹고 싶은 한식 간편식 메뉴로는 비빔밥이 22.8%로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이어 김밥(19.1%), 김치볶음밥(13.0%), 라면(11.5%), 자장면(4.9%) 등이 꼽혔고, 1년 주 취식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29.4%), 김치(28.6%), 라면(26.9%), 비빔밥(22.2%), 떡볶이(13.5%)로 나타났다.
높아진 한국 문화에 대해 한식진흥원에서는 음식을 직접 만들고 맛 볼 수 있는 쿠킹클래스 사업으로 지난해 외국인 대상 쿠킹클래스에서 닭가슴살 잣즙냉채, 애호박전, 나물 등을 만들며 음식의 수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한식 체험을 지원했다.
아울러 K푸드 생태계 확장을 통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특색있는 테마를 조성해 지속 가능한 미식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인 K미식벨트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한식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며, 지난해 조성한 장 벨트에 이어 올해는 전통주, 인삼, 김치 벨트를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식 관광 이해도 증진을 위한 미식 전문 인력도 양성할 예정이다. 미식 해설사를 육성하고, 미식 관광 자문단을 운영해 글로벌 미식 관광지인 한국의 지속 가능한 미식 관광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건강, 산업으로 발돋움할 '한식의 미래'
한식은 기본적으로 채소와 발효식품을 많이 사용하고 저염과 저지방에 중점을 두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한식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사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K푸드 플러스 수출액(K-Food+, 농식품 및 전후방산업 수출액)이 13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한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음식은 세대를 거듭하며 시대의 삶을 반영해 재구성되고 변형되기에 전통적인 한국 음식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각국의 취향에 맞게 변형되고 융합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한식으로 재해석 될 것이다.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스마트 주방 기기와 AI 레시피는 한식을 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식을 더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규민 한식진흥원장은 "한식의 특징과 국내외 미식 산업 트렌드 등을 분석해 홍보 방안을 수립해 미식 브랜드로서 ‘한식의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라며 "우수 한식당을 지정해 품질 개선과 위상 제고에 힘쓰며, 2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R)을 서울에서 개최해 국내외 미식 관계자 및 방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과 문화를 홍보해 글로벌 미식 시장에서 한식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