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행정부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를 건네받은 국회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부처별 국민들의 주요관심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 식약처 소관사항인 HACCP제도 관련사항이 눈에 띄어 이를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보건당국은 HACCP 인증 마크가 마치 위생을 완벽하게 담보하는 것처럼 국민에 홍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실상을 열어보니 HACCP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식품의 위생과 안전이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5년 HACCP제도를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식품위생 수준이 놀라울 만큼 향상되긴 했으나 아직도 HACCP제도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HACCP제도를 도입한 업소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ACCP 관련기관과 적용업소가 형편이 이럴 진데 이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이 HACCP제도의 이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진다.
HACCP제도를 단적으로 말한다면 식품위해요소의 중점관리와 선행요건의 관리라고 할 수 있고 식품제조업소 등에서 기본적인 위생관리규정은 잘 지킨다는 토대 위에 시행되는 제도이다. 위해요소는 크게 미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로 분류하는데 식품사고의 90%정도는 미생물학적 위해가 차지하고 있고 병원성미생물의 위해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병원성 미생물의 위해 우려가 큰 식육과 어육을 원료로 하는 식품이 대부분의 HACCP 대상품목으로 선정되고 있다. HACCP제도란 건강을 해치는 병원성미생물이나 농약 등의 화학물질, 그리고 이물질 등으로 인해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을 사전에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식품사고 등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여 제조공정과정에 위해 예방과 제거를 위한 중요관리점 3~4개를 선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HACCP 제도의 핵심이다. 선행요건이란 식품제조업소 등이 갖추어야 할 우수제조시설기준 즉 GMP시설과 설비를 구비하여 청정구역과 오염구역을 구획하고 용수관리와 업소의 위생관리를 하는 등 HACCP제도를 적용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지적한 행정처분 내용을 살펴보면 이물검출이 전체 594건 중 32%인 191건을 차지하고, 영양소 함량이나 유통기한 등 표시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78건, 영업자 준수사항 미 준수(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 등) 127건, 기준규격 위반(대장균 검출 등) 54건, 자가품질검사 미실시 21건 등이다.
이상의 위반사항을 살펴보면 제조업소가 표시기준과 자가품질검사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고 유통업소가 유통기한 경과제품을 판매하거나 이물질과 대장균이 나오는 데에도 중요관리점으로 설정하지 않은 케이스이다. 이들은 식품위해의 중점관리나 선행요건관리 등 HACCP이 가동되지 않았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항들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당연히 지켜야 할 식품위생법규를 위반하고 양심이 없거나 중요관리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HACCP을 시행하는 업소들임에 틀림이 없다.
HACCP제도를 도입하게 된 연유는 우주식품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조종사가 먹을 식품을 만든 후 미생물검사를 하면 완제품에서 미생물이 검출되므로 이를 역으로 제조공정에서 미생물 발생이 우려되는 곳을 사전 관리하였을 때 위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착안하여 만든 제도이다. 이후 미국 미생물학회가 중심이 되어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HACCP제도의 기틀을 확립하고 민간 기업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각국에 HACCP제도가 전파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HACCP제도를 국가가 도입했다 하더라도 HACCP제도를 인증 지도하는 기관이나 HACCP제도를 적용하는 사업체가 제도의 시행취지를 모른다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영업자는 HACCP제도가 자사식품의 안전을 보장하는 과학적인 제도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 HACCP팀을 구성하고 종사자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HACCP팀장은 선행요건과 중요관리점 관리는 물론 원부자재 공급을 하는 협력업체의 설비와 제조공정관리까지 정기적으로 지도 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HACCP제도 도입 사업장을 보면 HACCP제도의 취지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도입을 강요하니까 따른다는 식의 아주 소극적인 태도이다. 그래서 컨설팅기관이 시키는 대로 비싼 GMP시설 등의 선행요건을 갖추어 중요관리점 몇 개를 선정하는 것으로 그치고 정작으로 중요한 선행요건관리와 중요관리점관리에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HACCP제도 성공의 관건은 정부가 각 식품품목별 위반사항이나 사고내용을 토대로 HACCP업소로 하여금 식품품목별 중요관리점을 보완하도록 지도하고 제조판매업소가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규정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영업자도 자사제품의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HACCP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HACCP업소 종사자에 대한 선행요건과 중요관리점관리에 대한 지도감독과 정기적인 교육만이 HACCP제도를 성공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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