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컬럼>양심 팽개친 식품검사기관

  • 등록 2015.03.27 15: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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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최근 3개월 간 전국 74개 식품위생검사기관을 대상으로 식품제조업체 등에서 시험 의뢰한 약 85만 건을 점검한 결과 허위 시험성적서 8만 3천여 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검사기관은 식품검사를 하지 않고도 시험성적서를 적합으로 발급하거나 일부 검사만 실시하고도 모두 검사한 것처럼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여 발급한 것이다. 검사기관 중에는 검체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의뢰한 식품회사에 다른 제품을  다시 건네받아 검사해서 적합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검사를 허위로 조작하는 이유로는 검사기관들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식품업체들이 요구하는 대로 검사결과를 합격처리해 주기 때문이란 것이다. 식품업체들은 검사비용이 낮거나 원하는 검사결과를 내주는 검사기관을 선호하는 갑이 되고 검사기관은 식품업체의 검체의뢰에 매달리는 을의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식품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마지막 보루인 검사기관이 그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식품안전장치에 구멍이 뚫리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사실이 백일하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년도 식약처의 대통령 연두업무보고에서 식품업체가 제품을 스스로 검사해 식품의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뒤라 정부의 식품안전정책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다.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서식품의 대장균시리얼 사건과 크라운제과의 식중독균 유기농 웨하스 사건은 대표적인 자가품질검사를 무시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동서식품의 경우 자가품질검사 결과 시리얼에 대장균군이 검출됐으나 이를 폐기치 않고 다른 제품의 원료로 조금씩 섞어 제조한 사건이고 크라운제과의 경우 유기농 웨하스에서 기준치 이상의 식중독균이 검출된 것을 자가품질검사를 통해 알고도 이를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의 경우는 자체 검사실을 가지고 있는 큰 기업이 자가품질검사를 무용지물로 만든 사례이고 금번 검찰에서 적발된 사건은 자체검사실을 소유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외주로 민간검사기관을 통해 자가품질 검사한 결과를 믿지 못하게 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가품질검사는 식품이 유통되기 전에 식품업체가 자체적으로 정부의 식품공전기준에 맞는지 실시하는 검사로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제조, 가공하는 식품은 모두 자가품질검사를 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발생한 자가품질검사 사건과 관련해서 이를 개선하고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 내용으로 그간 식품유형에 따라 1개월~6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하던 것을 모든 식품에 대해 1개월마다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자가품질겸사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기록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며, 위반행위별로 행정처분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자가품질검사는 말 그대로 식품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스스로 품질을 검사하는 것으로서 양심을 전제로 법규를 잘 지키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 제조업자가 정부와 국민의 눈을 속이겠다는 맘을 먹는다면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제도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하여 자가품질제도를 식품업체가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가품질검사를 한 기록이 위·변조되지 않도록 각 검사기관이 LIMS(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제도를 도입하되 정부는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각 실험기구를 통한 결과치가 한번 기록되면 바꿀 수 없도록 하는 기록시스템을 모든 검사기관이 갖추게 하고 시험결과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다음은 식품업체 CEO는 적어도 식품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서식품의 경우 대장균군이 다소 있는 원료라 하더라도 살균과정을 거치면 사라지기 때문에 최종제품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식품위생법에 대장균이 검출되면 가공과 사용을 중지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 CEO는 가공 원료로 사용을 지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식품을 수거 검사해야 한다. 식품업체가 자가품질검사를 하지 않고 실시했다고 보고할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은 정부가 직접 식품을 수거 검사하는 길밖에 없다. 아직도 자가품질검사에 있어 양심을 속이는 식품업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정해야 할 식품위생검사기관 조차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식품업체나 검사기관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선진국이란 국민들이 정직하고 법규를 잘 지키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국민은 물론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정직한 가운데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식품을 생산, 제조, 가공하는 기업인들은 국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정직한 가운데 식품을 제조·가공에 있어서는 관련 법규를 반드시 준수하는 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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