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컬럼>정상외교와 할랄식품

  • 등록 2015.03.31 1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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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박근혜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순방하면서 걸프지역에 최초로 한국문화원 설치합의 등 중동에 한류 확산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원전 등의 기존 협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보건, 의료, 식품, 농업 등의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특히 양국 정부는 할랄(Halal)식품, 농업협력 등의 6개 분야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는 할랄식품 MOU를 통해 오는 2018년에는 1조6천260억 달러(약 1천800조 원) 규모로 커지는 이슬람 문화권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농식품부와 UAE 표준청 사이에 체결된 MOU에는 할랄식품 관련 정보공유와 인증체계 마련, 할랄푸드 테마파크 조성 공동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할랄제품의 협력을 통해 지난 해 약 7천300억 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할랄제품이 2017년에는 약 1조4천억 원 규모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할랄푸드란 과일, 야채, 곡류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어류, 어패류 등의 모든 해산물을 총칭하고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염소, 닭, 쇠고기 등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과 의약품 등을 포함하여 할랄제품이라고 부른다.


반면 술과 마약류처럼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과 돼지고기, 개, 고양이 등의 동물 그리고 자연사했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의 고기 등과 같이 무슬림에게 금지된 식품은 하람(Haram)푸드라고 한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할랄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선진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할랄푸드를 소비하는 세계 이슬람 인구는 2010년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20% 수준인 약 16억 명에 달하고 소비금액으로 연간 65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선진국의 시장에서는 무슬림들이 먹는 할랄식품을 공급하는 다국적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는 할랄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탈리아 치즈업체 베로니아는 알코올 성분이 없는 치즈를 개발하고, 스위스 네슬레는 분유, 스프, 사탕 등을 할랄용으로 만들어 공급하고, 프랑스 유통업체 오샹은 전국 대형마트 23 곳에 할랄식품을 비치하고 있다. 그리고 KFC는 영국에 100여개의 할랄 버거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말레이시아는 할랄식품의 인중에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연간 1조 3000억 원의 할랄제품을 수출하는 등 국가 간, 식품업체들 간에 할랄식품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심은 할랄인증 신라면, CJ제일제당은 햇반 등 43개 품목, 크라운제과는 조리퐁 등의 과자, 남양유업은 멸균강화우유, 쎌바이오택은 유산균제품, 파리바게뜨는 빵 등을 수출하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2012년부터 한식세계화사업의 일환으로 아워홈을 통해 김치, 면, 두부 등을 이슬람지역에 판매 가능한 한식상품으로 개발하도록 하고 할랄식품의 인증절차와 표준화는 펜타글로벌이 담당하도록 사업대상기업을 선정하여 무슬림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무슬림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할랄시장은 연 20%씩 성장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금번 박대통령의 중동순방에서 UAE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경제협력의 한 분야로 이슬람 문화권에 식품시장의 길을 열었다는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할랄식품을 수출하고 있고 농식품부에서도 이를 지원하여 왔지만 향후 성장잠재력이 높은 할랄식품분야를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낯선 종교와 문화로 인해 선진국에서 이방인으로 여겨지던 무슬림들이 마케팅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할랄식품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국적기업들도 경쟁적으로 할랄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할랄식품시장이 비교적 초기단계에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슬람 문화와 할랄식품을 이해하고 공급을 준비한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우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알랄식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유통시켜야 한다.
 

이슬람국가에서 불고 있는 한류문화와  할랄제품 판매를 연계시킨다면 좋은 마케팅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할랄식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등을 포함한 할랄제품을 병행 육성한다면 수출규모 확대와 다변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할랄제품은 깨끗하고 안전한 것을 생명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입증하는 할랄제품의 인증을 얻기 위해서 우선은 권위가 있는 외국기관에서 받아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할랄인증기관을 설치하여 업체들의 할랄제품 생산과 제조에 편의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박대통령의 정상외교로 얻은 귀중한 기회를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련부처와 기업들이 할랄식품의 이슬람 국가 진출기반을 빈틈없이 준비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 바라고 기업의 육성을 통해  청년실업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푸드투데이 푸드투데이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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